"아앙! 지,진우군..!"
덕분에 나도 모르게 송유라의 생각을 읽고 '입보지'라는 단어를 툭! 내뱉고 아차! 했지만 송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오히려 그렇게 불러줘서 고맙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라는 말을 내뱉으며 여운을 남겼고, 나는 마치 이보다 더한 것도 해줄 수 있다는 듯 말하는 송유라의 모습에 두 손 가득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며 적나라하게 드러난 송유라의 꽃잎을 열망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 이 보지에, 아니 유라씨의 보지에 제 자지를 쑤셔넣고 싶어요!"
"하앙! 그,그건 안됀다고 말했잖아.. 진우군...!"
[아,아! 기뻐...! 진우군이 나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돼요! 난 지금 송유라씨의 보지가 아니면 안됀다고요!"
"그런...말 해줘서 기뻐...진우군..하지만...!"
[하,하지만 진우군의 이 크고 늠름한 자지를 넣으면 두 번 다시는 남편에게 돌아가지 못할 꺼야...!]
그것은 내가 송유라를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사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편과 아내로써 지켜야할 정조, 그리고 나에게 봉사(?)하고자하는 마음사이에서 갈등하는 송유라였다.
그러나 이미 그녀를 취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런 것에 물러날 내가 아니었다.
물론 강제로 그녀를 어떻게 하고자하는 생각은 여전히 없었다.
오히려 나는 지금껏 그녀에게 걸어 두었던 암시를 풀었다. 물론 송유라가 지금껏 남편과 쌓아온 감정이 있기에 감정염사는 풀지 않았다. 그래야 공평한 것이니까.
"자, 선택하세요. 이런 아름다운 부인을 내팽개치고 일만하는 남편이에요. 아니면 혼자 외롭게 있는 유라씨를 안아주는 저에요?"
"그,그건...!"
"유라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유라씨의 선택을 존중해 줄게요. 대신 나와 하고 싶다면 스스로 내 지지를 유라씨의 보지에 넣어요. 알았죠?"
"아,아...!"
어찌 보면 강요나 다름없는 말이고, 도박에 가까운 짓이었다.
하지만 송유라는 자신의 약점을 찌르는 말을 하며 스스로의 정조를 포기하게 하고 내 앞에서 여성으로서 보이기 힘든 음란하고 저속한 모습을 보이라는 말에 화를 내기 보단 갈등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암시를 풀어 놓은 지금.
그녀에게 더 이상 나에게 봉사하고자하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나에게 그녀가 봉사하면서 느꼈던 가슴 뻐근한 충족감과 만족감, 그리고 쾌감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
그래서 그녀는 지금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사고로 갈등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갈등은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느껴졌고, 나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져갔다.
단순히 마루타를 얻어 실험하려고 만했던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원하게 될 줄은 몰랐고, 분명 나에겐 윤혜림이란 연인이 있지만, 그녀 하나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나에게 성심성의를 다 바쳐 봉사하려는 송유라라는 여인을 얻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송유라라는 여인을 원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그렇게 나는 송유라의 선택을 기다렸고, 그런 내 귀에 송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표정하지말아요. 진우군...내...가슴이 아프잖아요..!"
[미안해요...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여보..! 나...진우군을 포기할 수 없어요..!]
".......!"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쓰럽다는 표정을 하고서 내 뺨을 쓰다듬는 송유라.
그런 그녀의 행동보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나는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그녀를 바라봤다. 더 정확히 말해 달라는 듯이.
그러자...
"나...될께요. 이런...나라도 좋다면...당신의 여자가 될께요..진우군을 위해 요리를 하고, 진우군을 위해 화장을 하고, 또...진우군을 위해 얼마든지 음란해 질 수 있는 여자가.."
"아,아...!"
"이게 나의 대답이에요. 진우군...!"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전부를 진우군에게 줄 께요..!]
수줍게 웃은 송유라가 나의 가슴을 깔고 앉았던 자신의 탱탱한 엉덩이를 떼어내고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나와 마주 보고는 자신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한 꽃잎에 내 페니스를 조준한 다음 그대로 천천히...
-찌푸우우우우우우욱...!
"하아아아아아아!!"
"우으으으으!!"
...주저앉아버렸다.
<-- 36 회: 재회, 그리고 첫 경험 -->
그런 송유라의 행동으로 인해 M자로 벌려진 그녀의 매끈한 다리사이에 있던 꽃잎이 활짝 벌어지며 내 페니스를 단숨에 자궁구까지 깊숙히 받아들였고, 갑자기 페니스에서 느껴지는 우둘투둘한 질 주름과 미끈거리는 속살, 그리고 따뜻하게 뒤엉켜오는 보짓살에 나는 입을 벌려 짐승같은 울음소리를 내었고, 송유라 또한 자신의 질구를 꿰뚫고 들어오는 페니스로 인해 느껴지는 이물감과 자궁구를 난폭하게 찔러대는 단단한 귀두에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초점이 없는 눈을 하고 입을 헤 벌리고 혀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렇다.
송유라, 그녀 스스로 나에게 종속되길 선택한 것이었다.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사실이라는 기쁨과 페니스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전율, 그리고 내 페니스에 꿰뚫려 헐떡이는 송유라를 독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느껴지는 정복욕에 나는 두 손을 뻗어 송유라의 가녀린 팔을 잡고, 그대로 허리를 위로 튕겨 올리...
-꾸우욱..!!
"으응~♡! 안돼요. 진우군...! 잠깐만...잠간만 기다려요."
"에...?"
-쯔푸우우우욱...!
"하으윽..!"
"으윽..!"
...려고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자신의 엉덩이로 나 하체를 깔아 뭉개는 송유라의 행동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고선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꽃잎에 내 페니스를 삽입했던 것처럼 천천히 자신의 꽃잎에서 페니스를 빼낸 송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추정되는 것으로 들어갔다.
"대,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런 황당하기 그지없는 행동에 나는 왠지 모를 허탈감과 황당함을 느끼며 멍하니 송유라가 들어간 방문을 보았고, 그런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송유라가 방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배시시 웃고는 무언가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다시 내게로 다가와...
-살랑살랑..!
"아무리 급해도, 피임은 확실하게 해야죠?"
"아, 예...!"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내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콘돔박스!
아무리 급해도 피임은 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박스에서 콘돔하나를 꺼내 드는 송유라의 박력에 나는 얼떨결에 대답해버렸다.
"뭐, 저야...상관없지만 그 나이에 벌써 애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겠죠? 진우군?"
"아하하..! 그,그게...유라씨와 저의 아이라면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러자 살짝 실망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송유라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차! 했단 나는 볼을 긁적이며 말을 바꿨다.
"정마~알! 진우군은 듣기 좋은 말만 한다니까. 이 바.람.둥.이!"
-콩!
"윽!"
"그래도 안돼는 건 안돼는 거에요. 아무런 준비 없이 애 아빠가 되는 건 서로에게 힘든 일이니까요. 자! 그럼...!"
-지익..!
하지만 이미 놓쳐버린 버스요, 떠나간 배인지라.
장난스럽게 코끝을 튕기며 단호하게 안됀다고 말하는 송유라의 모습에 나는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내가 거부하지 않고 그녀의 뜻에 따르자 싱긋 웃은 송유라는 콘돔의 포장지를 입으로 찢은 다음 콘돔만을 꺼내 들고 그 볼록한 돌기를 치아 사이에 끼웠다.
그리곤...
"하우웁...!"
-쯔즈즈즈즉!
"으윽!"
그 상태로 발기한 내 페니스에 콘돔을 가져다대더니 그대로 자신의 입안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음과 동시에 콘돔을 씌워버렸다.
덕분에 난생처음 콘돔을 착용해서 느껴지는 이물감과 압박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자 송유라가 그런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웃고는 다시 소파위로 올라왔다.
"후훗! 이걸로 피임 완료! 그럼... 다시..!"
-찌크으으으으으윽..!!
"아아아아아아!"
"우욱?!"
그리곤 내 페니스 위에 쪼그려 앉아 자신의 꽃잎에 내 페니스를 조준하더니 그대로 자신의 질안에 내 페니스를 삽입시켜 버렸다.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이내 그 황당함을 잊을 만큼 내 페니스를 빡빡하게 조여 오는 송유라의 질구를 느낀 나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삼키며 내 위에 쪼그려 앉아있는 송유라를 바라봤다.
"이,이제 절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진우군..♡!"
"유,유라씨!!"
-콰악!
"하아앙-♡!!"
그러자 송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가느다란 손을 내 손에 포게고 깍지를 끼고 그렇게 말했고,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 나는 그대로 송유라를 뒤로 넘어뜨리며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찌쿠우욱! 찌쿠우욱! 찌쿠우욱! 찌쿠우욱!
"하아앙♡! 지,진우군..! 너,너무 격렬해요..! 그,그렇게 쑤셔대면 미,미쳐버...히야아아앙!!"
"진우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 유라씨!"
-찌쿠우욱! 찌쿠우욱! 찌쿠우욱!
"하아악!? 죄,죄송해요. 진우님...그,그러니까 제발...!"
"후훗! 잘했어요, 그럼 원하는 대로...벌을 줄께요!"
"아아앙!! 그,그런...! 아,안돼에..♡! 또, 또 가버려요! 진우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암시를 풀어주었음에도 이미 송유라의 머릿속엔 <강진우에게 온 몸을 바쳐 봉사하는 것이야 말로 필생의 사명>이라는 사고와 <홀로 외롭게 지내는 나를 찾아와준 강진우에게 무엇이든 해주어야만 한다.>라는 사고가 마치 화인처럼 새겨졌는지 스스로 나에게 모든 것을 바치기로 한 송유라는 어느새 나를 '진우님'이라고 부르며 소파의 등받이를 움켜쥔 채 뒤에서 부터 범해지며 찢어질 듯한 교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조금씩, 조금씩 내가 원하는 색으로 물들여버린 흔적으로 소파 주변엔 정액이 가득 고인 콘돔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었다.
처음 그녀와 섹스를 할 때는 몰랐지만 그 이후부터 나는 내가 그녀를 왜 원하게 되었는지 깨달았고, 이것이 그 결과물이었다.
그렇다. 나는 내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려고하는 송유라와 그런 그녀에게 걸어둔 암시를 무의식중에 떠올려 에로만화나 성인소설에서나 봤을법한 육노예, 혹은 메이드을 떠올리고 그녀를 그렇게 만들려고 한 것이었다.
이런 결과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 알았다면 그냥 손쉽게(?) 암시로 그녀를 나만의 메이드, 혹은 육노예로 만들었겠지만...
'뭐, 이건 이것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
송유라를 천천히 나의 색으로,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 이런 걸 조교한다라고 하던가...?'
어찌하다 보니 얼떨결에 조교(?)를 한 셈이지만 말이다.
-찌쿠우욱! 찌쿠우욱! 찌쿠우욱! 찌쿠우욱!
"지,진우님..! 저, 저...! 가버려요..! 또 가버려요오...! 그,그러니까아...! 그러니까아..!"
"아,아 알겠어요. 갈때는 항상 ‘같이’였으니까요."
"네에..♡! 진우니이임..! 히이이익-?!"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송유라의 자궁을 찔러대며 거칠게 움직이는 내 페니스에 송유라가 오르가즘을 느끼고 절정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송유라의 말에 피식 웃어보이고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두 손에 더욱더 힘을 주고, 팡!팡! 소리가 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가,가버려요오-!!"
"크윽!!"
자지러지는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질구를 왈칵! 조여오는 송유라!
그런 그녀의 질구가 내 페니스에 찐득하게 달라붙어 사정을 재촉했다.
그 덕분에 척추를 타고 전기가 흐르듯 짜릿한 전율을 느낀 나는 가득하게 차오른 사정감을 일시에 풀어 버렸다.
-쿠드드드드득...!
"아아아아!!"
[지,질안에서 콘돔이 부풀어오르는 게느껴져어...!!]
-푸슛! 푸슛! 푸슈슈슈슈슈슛!!
그러자 내 페니스를 감싸고 있던 콘돔의 끝이 송유라의 자궁과 맞닿은 곳에서 노도처럼 부풀어오르며 그녀의 질구를 압박했고, 그 감촉에 또다시 오르가즘을 경험한 송유라가 내 페니스가 삽입된 자신의 질구의 틈새로 뜨거운 애액을 뿜어내며 엉덩이를 왈칵! 조여왔다.
그리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오르가즘을 맞이한 송유라가 실성한 것처럼 헤롱거리는 얼굴을 하고서 몸을 추욱 늘어뜨렸다. 탈진을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질구는 내 페니스를 조여오며 한방울의 정액이라도 더 뽑아내겠다는 듯이 꿈틀거렸고, 덕분에 오랜 사정의 여운을 느낀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질구에서 페니스를 뽑아 낼 수 있었다.
털썩..!
“으응...! 진우님의 정액...흘러넘치고 있어... 이 아까운 게.."
-찌크큭...!
탈진할 정도의 오르가즘을 느껴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몽롱한 얼굴을 하고서 자신의 강렬한 조임 때문에 내 페니스에서 벗겨진 콘돔에서 흘러나와 허벅지 안쪽을 허옇게 물들이는 내 정액을 느낀 송유라는 그것이 아까운지 자기 손으로 자신의 질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콘돔을 빼내더니 이내 그것을 입가로 가져가 콘돔을 거꾸로 들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내 정액을 맛보는 송유라였다.
나는 그런 송유라의 모습에 피식하고 실소를 짓다가 문득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깨닫고, 서둘러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혜영누나가 늦게 들어온다고 말하긴 했지만 새벽 2시까지 안 들어올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떠올린 나는 아쉽지만 송유라에게 작별을 고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 유라씨”
-쪽!
그러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겠는지 송유라가 몽롱한 눈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자신의 입술에 와닿는 내 입술을 느끼고 배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마주 웃어주는 것을 끝으로 나는 송유라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내,내일 또...식사대접...해드릴게요. 진우님...”
내일을 기약하는 송유라의 말을 뒤로 한 채.
<-- 37 회: 만남, 그리고... -->
송유라의 집을 나와 조심스럽게 현관을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혜영누나의 하이힐이었다. 마치 초등학생이 벗어놓은 것처럼 한 짝은 저쪽, 한짝은 이쪽에 떨어져있는 하이힐을 보며 한숨을 포옥 내쉬곤 혜영누나의 하이힐을 가지런히 놓은 다음. 집안으로 들어왔다.
“흐음... 혜영누나, 꽤나 많이 취했나보네.”
그리곤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나 멀쩡한 집안 상태를 보곤 혜영누나의 상태를 짐작해냈다.
아니나 다를까. 조심스럽게 내 방문을 열자 내 침대위에 그대로 쓰러져 잠든 혜영누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효! 항상 이렇다니까...”
간호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세미나인지 뭔지가 끝난 후, 뒤풀이에 가서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항상 이렇게 만취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 침대에서 잠이 드는 혜영누나의 행태를 알고 있기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 쉬며 불까지 다 켜놓은 채 엎어져서 자고 있는 혜영누나에게 다가갔다.
엎어져서 자는 걸 그대로 방치하면 다음날 가슴이 뻐근하다는 둥, 몸이 찌뿌둥하다는 둥의 투정을 받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자...! 혜영누나, 잠은 똑바로 자야지? 읏차!”
“우으으응...! 진우야...?”
“그래, 그래.”
엎어져서 자는 혜영누나를 살짝 안아들어 똑바로 눕히자 혜영누나가 내 품에서 어린 애처럼 칭얼거린다.
나는 그런 혜영누나의 칭얼거림을 능숙하게 받아내며 혜영누나의 옷가지를 벗겨내곤 잠옷으로 갈아입힌 나는 혜영누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왔다.
“으응...!”
“참나...! 누가 혜영누나고, 누가 자식인지 모르겠다니까...”
방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오며 불을 끄자 그제야 몸이 편해져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는 혜영누나의 웅얼거림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구겨진 혜영누나의 정장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렇게 거실로 나온 나는 혜영누나의 정장이 더 이상 구겨지지 않게 옷걸이에 걸어 놓는 한편, 습관처럼 집안을 손걸레로 청소하고 나서 송유라와의 결렬한 정사로 더러워진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후우우...! 최면술이라...”
그렇게 들어간 욕실에서 따뜻한 물을 맞으며 나는 오늘 내가 얻은 최면술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직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지만 그 일부분만으로 송유라를 정에 굶주린 여인으로 만들고 나에게 절대복종하는 여인으로 만든 그 힘에 대해서.
“내가 한 짓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리고 이내 그런 의문을 떠올린다.
내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송유라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뒤늦게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여차하면 최면술을 이용해 오늘의 기억을 지워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래...어차피 내 머릿속에 있는 양기를 중화시킬 때까지만 이니까...그 다음에는 뭐, 기억을 지우면 되겠지.”
그렇게 좋을 대로 생각한 나는 문득 욕실에 딸려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뭐랄까. 좀 한심한 몸이네...”
그 거울을 통해 비친 내 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왜소하다 못해 말랐다고 할 수 있는 내 몸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꾸준한 운동으로 뱃살은 없지만 수면으로 인한 육체회복과 성장이 없으니 운동을 해도 남들보다 근육이 붙지 않고, 성장이 느린 것이다.
그래도 175정도의 키에 탄탄하진 않아도, 잔근육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이왕이면 키도 좀 크고, 건장한 체격이면 좋겠는데.”
우락부락까지는 아니어도 장신에 탄탄한 몸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리저리 몸을 둘러보고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자기최면이나 자기 암시라는 것도 있잖아...?”
최면이 반드시 남에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실을 떠올리기 무섭게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지식이 깨어나며 자기최면에 대한 것들을 토해냈다. 나는 그런 지식들을 떠올리며...
“아,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씨익 웃었다.
******
자기최면, 또는 자기암시와 같은 것은 타인에게 최면을 거는 것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보니 생각을 읽을 필요도, 사고를 주입시킬 필요도 없었다.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 자신을 비출 거울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사고를 스스로에게 염사 시켜 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즉, 이런 거다. 번지점프를 할 때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중얼거리다가 마침내 두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내리는 것처럼 자기최면 또한 그와 비슷한 맥락이다.
키가 크고 싶다면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성장기다. 아직 키가 자라고 있다.’라는 사고를 끊임없이 염사해서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뭐, 말은 간단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첫째로 거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둘째로 이런다고 키가 클 리가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친 짓 같아 보인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자신의 사고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으로 게임오버. 기적이 벌어진다.
“뭐, 자기 자신한테 거는 것이라서 틈틈이 거울을 보며 이 짓을 해야 하는 게 문제지만 효과는 확실하지.”
그 때문에 나는 벌써 2시간째 거울을 보며 이런 저런 사고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뭐, 내가 여러 가지 사고를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머릿속에 이것이 통한다는 기억이 있기 때문이고, 내가 강렬한 염파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즉, 남들보다 빠른 시간 안에 여러 가지로 변화할 수 있다는 소리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생각난 자기최면으로 거의 ‘육체개조’에 가까운 최면을 스스로에게 건 나는.
“아차! 아침 준비를 해야겠구나!”
어젯밤 술을 진탕마시고 온 혜영누나와 그런 혜영누나를 출근시켜야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서둘러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북어를 넣은 콩나물국을 끓이고, 밥을 한 다음. 혜영누나를 깨웠다.
뭐, 보통은 5시 50분에 깨웠지만 오늘은 해장을 해야 하니 일찍 깨우는 것이다.
“자,자 혜영누나! 일어나봐. 해장국 끓였으니까 좀 먹어.”
“우으응...!”
“얼른!”
“히,히잉...! 알았어...!”
집에 없어서 혜영누나가 들어온 게 정확히 몇시인지는 모르지만 대략 세네시간만에 일어나려는 아주 죽을 맛 일거다. 그 덕분에 오늘따라 유난히 힘겨운 모습으로 일어나는 혜영누나를 강제로 밥상머리에 앉힌 나는 손수 끓인 해장국을 내밀었다.
“자, 속이 좀 풀릴테니까 얼른 먹어.”
“우웅...!”
하지만 혜영누나는 여전히 비몽사몽.
나는 식탁에 앉아 턱을 괴고 졸린 건지, 숙취로 괴로운 건지 모를 표정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무래도 해장국은커녕 회사에 지각할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에효! 하는 수 없지...!’
송유라 덕분에 이제는 나름 익숙해진 독심술로 혜영누나의 사고를 빠르게 읽었다.
잠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인지 뒤죽박죽에 엉망진창인 혜영누나의 사고에서 <정신을 차려야한다.>, <술이 깨야한다.> 그리고 <출근해야한다.>라는 사고를 찾아내 <진우가 끓여준 해장국을 먹으면 숙취가 말끔히 해소되니 그걸 먹고, 정신을 차려서 출근하자!>라는 사고로 변형해 혜영누나에게 강하게 염사시켰다. 그러자...!
“우우웅...!”
-달그락 달그락...!
비몽사몽 하던 혜영누나가 천천히 수저를 들고 해장국을 떠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혜영누나가 천천히 떠먹는 해장국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헤에~! 역시 우리 진우가 끓여주는 해장국이 최고라니까! 술이 확 깨네!”
“으이그! 말은 잘해요...”
“헤헤헤!”
혜영누나의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실소를 지은 나는 지금 당장은 멀쩡할지 몰라도 출근하면 숙취로 힘들어할 혜영누나를 생각해 예전에 혜림누나에게 했던 것처럼 오늘 하루동안 신진대사가 활발하도록 암시를 걸어주었다. 그 덕분에 아침엔 밥 반 공기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혜영누나가 해장국은 물론 밥한 공기를 뚝딱해치우는 기염(?)을 토해냈고, 나는 그런 혜영누나의 모습에 종종 이런 식으로 혜영누나에게 최면술을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영누나의 출근준비를 도왔다.
“그럼, 다녀올게 진우야~”
-쪽♡
“잘 다녀오세요. 아! 그리고 오늘은 어제 못 먹은 불고기 해줄테니까. 일찍 들어와요.”
“응! 응! 알았어~!”
그렇게 ‘최면술을 이용한 출근준비’ 덕분에 평소보다 여유롭게 혜영누나를 출근시킨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혜영누나가 초토화시켜 놓은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여유롭게 거실에 앉아 커피를 즐겼다.
아니, 즐기려고 했다.
-띠리리링-!
“누구세요?”
[저,저기 진우님...! 저 유란데요...아,아직 식사 전이시면 저랑 같이 아침식사를 드시러 와주세요.]
아파트내의 인터폰을 통해 나를 부르는 송유라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 38 회: 만남, 그리고... -->
인터폰을 통해 같이 아침을 먹자는 송유라의 말에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이미 아침은 먹은 상태지만 몸을 가꾸기 위해 자기최면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놓은 것도 있고, 어제 거의 반나절동안이나 나의 마루타가 되었던 송유라의 몸 상태를 염려해 그녀에게도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최면을 걸어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이다.
나는 순수한 목적으로 송유라의 집을 방문했으나, 송유라는.
“저 왔어...!?”
“어,어서...오세..요..진우니임...! 흐으읏~♡!?”
-찌큭! 찌큭..!
“유,유라씨...?!”
“지,진우님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저...견디기 힘들어져서...하앙~!”
현관 앞에 주저앉아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연보라색의 터틀넥니트티를 걷어 올려 그 풍만한 가슴을 스스로 애무하는 한편, 검은색의 H형스커트를 허리춤까지 말아 올려 팬티도 입지 않은 채 받쳐 입어 꽃잎과 그 주변의 음모가 더욱 적나라해 보이는 커피색 팬티스타킹 위로 훤히 드러난 자신의 꽃잎을 문지르고 있었다.
당분간은 남편이 없으니 얼마든지 자신의 집에 와도 좋다며 그녀가 나에게 건네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기 무섭게 송유라의 치태를 볼 줄 몰랐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부탁이에요...! 진우니이임...! 제,제 안을...제 안을 가득 체워주세요오...♡!”
“유,유라씨!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현관 앞에서 그런 음란한 모습으로...!”
“그,그치만...! 진우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그렇게나 발정해가지고 선...!”
-와락!
“꺄아아아아앗~♡!?”
어젯밤의 쾌락을 잊지 못하겠는지 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송유라의 음탕한 모습에 나 또한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송유라를 덮쳐갔다.
그리고 그렇게 현관 앞에서 시작된 나와 송유라의 정사는 현관문도 잠그지 않은 채 2번이나 이어졌고, 서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자리를 정리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에 식탁에서 또 한번, 그리고 강의를 들으러 갈 준비를 하기 위해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와중에 헤어지기 싫다며 송유라가 달라붙는 통에 현관에서 또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깨끗하게 해주겠다며 페라치오로 또 한번. 그렇게 총 5번의 정사가 끝나고 나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부랴부랴 몸을 씻고 학교로 향했다.
물론 애초에 목적했던 송유라의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최면, 그리고 덤으로 너무 음란해진 송유라를 걱정해 그녀의 음란함을 감소시키는 최면까지 걸어주고 난 후였다.
****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일요일인 오늘, 굳이 학교에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제부로 정식으로 연인사이가 된 혜림누나가 일요일인 오늘도 대학도서관에 출근을 해야 하는 사정으로 인해 학교로 향하는 중인 것이다.
게다가...
-띠링!
[히이잉~! 빨리 와. 진우야~! 배고파 죽겠다구~!]
혜림누나가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요일인데 자기 때문에 데이트도 못해서 미안하다며 자기가 도시락을 사올 테니 점심시간만이라도 대학 안에 마련된 공원에서 데이트하자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야...! 혜림누나의 도시락이라니. 이거 기대 되는 걸...?”
그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인이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는 기대감에 부푼 나는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내 귓가에.
“Hey~! 진우!”
“음? 이 목소리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여 온 것은 그때였다.
그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마리아 교수님?”
얼마 전에 상담을 해주었던 마리아교수님이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볼일이 있어 온 듯 캐주얼 정장이 그냥 청바지와 남방, 그리고 후드 집업을 입고 나타난 마리아교수님은 자신의 교수실이 있는 건물을 나오다가 나를 발견했는지 나를 불러 세우기 무섭게 나에게 달려왔다.
“하아..! 하아..! Hi. 진우...! 하아..! 하아..!”
그리곤 고작 200미터 남짓한 거리를 뛰어왔다고 무릎을 짚고 헥헥거리며 겨우겨우 나에게 인사했다. 그런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에휴! 교수님. 운동 좀 하세요. 고작 그거 뛰었다고 죽을라그러네...”
“What...?”
하지만 아직 한국어에 익숙해지지 못한 마리아교수님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일주일이 다되어가는데 발전이 없는 마리아교수님의 한국어실력에 한숨을 내쉬며 교수님이 알아듣기 쉽게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운동 좀 하시라고요. 겨우 200m뛰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젊은 사람이...]
[하아...! 하아..! 나,나도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까 잔소리는 그만해줘. 진우.]
[뭐, 그렇다면 됐고요.]
그러자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들은 마리아교수님이 손사래를 치며 그만하라면서 내 말을 끊었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참! 그보다 학교엔 웬 일이세요?]
[으응...! 교수실에 내일 강의준비를 하느라고. 진우, 너는?]
[저는 도서관에 들리러 왔죠.]
[헤에~! 역시 천재는 다르구나...! 일요일에도 공부?]
혜림누나와 만나는 것이 비밀은 아니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마리아교수님에게 그 사실을 말하는 게 좀 껄끄러워 그렇게 말하자 내 말을 오해한 마리아교수님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교수님의 오해를 바로잡아줬다.
[아하하! 아니에요. 그냥 누굴 만나기로 해서요.]
[음? 누구? 혹시...애인?]
[뭐, 그렇죠.]
[으응...! 그렇구나...!]
‘응? 뭐지? 왜 마리아교수님이 시무룩한 표정을...’
그러자 애인을 만난다는 내 말에 갑자기 풀죽은 강아지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마리아교수님이었다. 그런 교수님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며 교수님을 바라보자.
[애,애인이 있었구나...]
[아, 예...]
‘뭐야... 설마 교수님이 날 좋아하나...?’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듯 입술을 파르르 떨며 애써 미소지어보이는 교수님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교수님의 모습이 흡사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여성의 그것과 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말도 안 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독심술로 마리아교수님의 머릿속을 읽어볼까 했으나 이내 관뒀다.
“마리아-!”
[아, 맞다! 지희!]
마리아교수님이 나온 건물에서 우리 대학에 물리학교수로 있는 김지희교수님이 나와 마리아교수님과 내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독심술로 마리아교수님의 머릿속을 읽으려던 걸 멈추고.
[이야. 축하해요. 마리아교수님! 드디어 친구를 사귀셨군요!?]
마리아교수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한국에 와서 드디어 처음으로 친구를 사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으응? 아! 고마워. 진우. 다 네 덕분이야.]
[하핫! 아니에요. 마리아교수님이 노력한 덕분이겠죠.]
[하지만 진우의 상담이 아니었다면 지희랑 친구가 되지 못 했을 거야.]
[후훗. 그런가요?]
[응!]
그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마리아교수님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럽다는 듯 내 축하인사를 받았다.
‘어쩐지 표정이 밝아진 것 같더라니...이래서였구나.’
마리아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어쩐지 쾌활한 모습을 보인다 싶어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뭐, 어찌 됐든 내 상담이 마리아교수님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한 것을 확인한 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내 미소에 마리아교수님은 여전히 얼굴을 붉히며 쑥쓰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우리의 곁으로 다가온 김지희교수님은.
[마리아!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그렇게 사라지면 어떻게 해?! 내가 얼마나 놀랐다고!]
[호홋! 미안, 미안!]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마리아교수님덕분에 적잖이 놀랐는지 마리아교수님을 나무랐다.
그런 김지희교수님의 핀잔을 꽤나 익숙하게 받아낸 마리아교수님이 화제를 돌리려는지 대뜸 나를 김지희교수님에게 소개시켜줬다.
[아참, 인사해. 뭐, 둘 다 서로 아는 사이지만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소개해줄게. 이쪽은 우리학교 물리학교수 김지희교수, 그리고 이쪽은 내 강의를 듣는 수학과 학생이자, 나의 상담사, 강진우학생.]
“쯧! 툭하면 말 돌리지. 칫!”
그것이 자신의 핀잔을 피하기 위한 마리아교수님의 술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지희교수님은 마리아교수님이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로 투덜거리고는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는 마리아교수님을 쌜쭉하니 쳐다보다가 표정을 바로하고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음...만나서 반가워요. 강진우학생. 아마 내 강의도 수강하고 있죠?”
“아, 예. 맞습니다. 김지희교수님. 덕분에 잘 배우고 있습니다.”
“후훗!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아참! 그나저나 마리아의 상담사라는 건 무슨 말인가요?”
“아! 그건...!”
그 덕분에 1대 다수가 아닌 1:1로 김지희교수님과 통성명을 하게 된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김지희교수님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런 우리의 대화가 탐탁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알아듣지 못해 답답한 것인지 마리아교수님이 대뜸 우리사이로 끼어들었다.
[뭐야~! 나도 좀 알아듣게 영어로하라고! 영어로!]
정확히는 내가 김지희교수님과 친해지는 게 싫다는 듯 나와 김지희교수님사이를 파고들어 내게 말하는 것이다. 그런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당황한 나는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굳히고 마리아교수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교수님, 제가 1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교수님과 저, 둘만 아는 비밀이니까 너무 그러지마세요.]
[으응...? 두,둘만의 비밀...?]
[예, 그러니까 비밀 지켜주세요. 아셨죠?]
[아,알았어. 진우!]
괜히 외국교수랑 자연스럽게 회화가 가능한 학생이라는 것이 알려져 이리저리 불려 다닐 마음은 추호도 없는 나는 재빨리 마리아교수님의 입을 막은 것이다.
그런 내 말을 들은 마리아교수님은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왜 얼굴을 붉히는 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마리아교수님의 입을 막은 나는 마리아교수님과 소곤거리는 이쪽을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김지희교수님의 시선을 느끼고 힐끗 시간을 확인하는 척하며 말을 이었다.
“아! 이런 늦었다! 두 분께는 죄송하지만 저 선약이 있어서...!”
“흐음...! 그래요. 그럼, 어서 가보세요. 강진우학생.”
“아, 예! 죄송합니다. 김지희교수님. 아참! 마리아교수님! 다음에 뵈요~!”
[으응! 다음에 봐요. 진우!]
그리곤 그길로 마리아교수님과 김지희교수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도서관을 향했다.
왠지 모르게 나와 마리아교수님을 번갈아보며 묘하게 눈을 빛내는 김지희교수님을 뒤로 한 채 말이다.
<-- 39 회: 만남, 그리고... -->
괜히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다가 마리아교수님에게 들켰던 것처럼 내가 가진 지식이 들키는 게 두려워 그렇게 황급히 자리를 피한 나는.
‘아참! 또 마리아교수님한테 건 최면을 안 풀어줬잖아?!’
혜림이가 기다리고 있는 도서관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그 사실을 상기해 냈다.
그 사실에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혜림이가 도서관에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몇일 있으면 마리아교수님의 강의를 듣는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냥 다음을 기약하며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 혜림이를 떠올리며 웃는 낯으로 도서관에 들어서다가.
“혜림...!”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야? 저것들...?’
혜림이가 있는 창구를 중심으로 남자들이 득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수 없이 드나들면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인파, 그것도 남자들만 득실거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런 내 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