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가 독서실을 가고 은지를 만나는 새로운 시산들이 시작되었다. 그는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각자 학원이 끝난 후 만나서 시내를 거닐기다가 공원에서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가로등이 켜진 벤치에 앉았다. 인적이 드문 공원의 산책길의 숲속에서는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한동안 친구들의 이야기를 재잘거리던 은지가 준우에게 물었다.
“중간고사 끝났지?”
“음! 생각만큼 잘 치루지 못한 거 같아.”
“넌 공부를 잘하잖아. 일등 하려고 그러는 거지?”
“이왕이면........”
“난 성적 따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중간만 되면 만족해. 시험 끝나니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다.”
“나하고 갈래?”
“피 잇~! 말이 그렇지. 아버지가 허락 안할 거야. 더군다나 남자하고!?”
“그냥 편하게 생각해야지. 남자를 의식하는 여자가 더 앙큼하다던데. 하하하......”
“뭐라고........!?”
눈을 흘기는 은지의 모습이 가로등 불빛에 들어났다. 불빛을 받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을 뿜었다. 준우가 슬며시 그녀의 어깨위에 팔을 얹어 당겼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과 불빛이 반사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녀는 몇 번의 키스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 알았다. 그녀가 눈을 사르르 감았다.
준우는 서슴지 않고 그녀의 그녀를 가슴으로 당겨 입술을 찾았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한 키스가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가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으니 그녀가 흠칫하더니 받아 들였다. 그녀는 조금씩 농도 깊은 키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혀와 혀가 부드럽게 엉키고 준우가 그녀의 혀를 빨아 당겼다. 그녀가 파르르 떨면서 그를 밀치려했다.
“그, 그만........”
“왜 그래! 난 널 좋아하는데, 은지는 내가 싫어?”
“조, 좋아. 하지만.......”
“우린 서로 사랑하는 거야.”
준우가 다시 그녀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했다. 그녀는 다시 거부를 하지 않고 그의 가슴에 안기며 입술을 허락했다. 그녀는 온몸이 나른해지고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그가 그녀의 셔츠를 들추고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더듬었다. 파르르 떠는 그녀의 팔이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타액을 교환하는 키스와 동시에 그는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애무를 했다. 한동안 젖꼭지를 농락하던 그는 더 적극적으로 그녀를 만지고 싶었다.
준우는 그녀의 셔츠 밑에서 손을 빼내 핫 팬티 허리 춤 안으로 넣었다. 그녀의 핫 팬티 끈과 속 팬티 끈까지 한꺼번에 그의 손등에 걸쳐졌다. 그의 손끝에 둔덕을 덮고 있는 보드라운 음모가 만져졌다. 잔디처럼 돋아난 보지 털을 감지한 그는 감탄했다. ‘아! 보드라운 비단 같구나!’ 그는 처녀의 음부를 보고 싶은 생각으로 간절했다. 그때 그녀가 그를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아, 안 돼. 그러지 마.”
“하하~! 뭘 어째서?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 만지기만 했는데........”
“못 됐어! 나, 집에 갈래.”
“하하하........! 잘 가!”
준우도 억지웃음을 흘리며 일어섰다. 그는 어두운 골목길로 깡충거리며 도망치는 은지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은지로 인해 충동을 받은 그는 문득 이모를 떠 올렸다. 오늘쯤이면 이모가 가임기간이 끝날 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그는 부지런히 집으로 향해갔다. 그가 집으로 들어가니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방마다 불이 꺼져 있었다. 현관 문 소리를 듣고 희경이 하품을 하면서 나왔다.
“늦었구나. 저녁식사 해야지?”
“먹고 왔어. 엄마는?”
“아까, 정아하고 같이 들어왔는데, 모두 자는 모양이다. 대문 잠갔니?”
“응........!”
“어서 씻고 일찍 자라. 나도 피곤하고 내일 아침 일찍 김치 담가야 하니 자야겠다.”
“...........!?”
준우는 멀거니 서서 이모를 바라봤다. 기지개를 켠 그녀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사라졌다. 이모의 몸을 탐닉할 희망으로 들떴던 준우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고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 잠금장치까지 잠그는 것에 준우는 실망했다. 하지만 문을 잠그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그를 의식하는 것은 분명했다.
이모의 방문 앞을 기웃거리며 준우는 망설였다. 이모는 내가 방문을 노트하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방문을 노크하면 열어 줄까? 그는 한동안 서성거리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복잡하여 서두르면 도리어 낭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준우는 생각했다. 그는 주말까지 참고 있으며 이모의 눈치를 살피기로 마음을 다졌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 누운 준우는 이모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복부의 페니스는 자꾸만 불끈거리며 발기를 했다. 그는 이모의 육체를 다시 요구하면 그녀는 결코 거부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평소에 그에게 보내는 눈빛과 표정은 뜨거웠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그를 원하는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준우는 오랜 시간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발가벗은 은지의 상큼한 모습과 이모의 농염한 몸매를 상상했다. 뒤척이다가 그는 간신히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하얀 달빛에 들어나는 이모의 발가벗은 알몸을 가슴 아래 안고 있었다. 몽실몽실하고 탄력 있는 젖가슴을 쥐고 있는 그는 이모의 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교성이 어린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눈을 번쩍 뜬 준우는 꿈이라는 것을 알고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런데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비명소리는 사실이었다. 분명히 집안에서 들려오는 여자들의 신음과 비명 소리였다. 잠결에 일어난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팬티 차림으로 방문을 박차고 나왔다. 흐릿한 조명등만 켜진 거실에서 들리는 구둣발자국 소리와 비명소리! 그는 층계를 뛰어 내려가려다가 멈칫하였다.
준우는 자신도 모르게 층계 위의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층계 밑을 내려다 본 그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이럴 수가! 복면을 한 사내 두 명이 보이고 피투성이가 된 이모의 머리채를 잡고 팽개치는 것이 아닌가. 소파 한쪽에는 또 다른 여자가 가슴에 피를 흘리고 쓸어져 있었다.
거실 바닥에는 선혈이 낭자 하였다. 소파위에 쓰러져 있는 여자가 걸치고 있는 잠옷이 어머니 것임을 준우는 이내 알 수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 그는 숨조차 쉴 수도 없고 으스스 떨렸다. 정아의 방문 앞에는 또 다른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분명히 짧은 잠옷 차림의 정아였다. 괴한에게 팽개쳐진 이모가 벽에 부딪치며 나동그라졌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이모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아우성쳤다.
“개 같은 놈들! 왜 이러는 거야!”
“가만있어! 그렇지 않으면 너도 죽어.”
복면을 한 괴한이 번쩍이는 칼을 들고 쇳소리 같은 목소리를 뱉어냈다. 그들이 쓰고 있는 복면은 스타킹이었다. 스타킹으로 일그러져 흉측한 괴한의 모습! 괴한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여자의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먹에 맞고 나뒹굴어졌던 이모가 남자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사나이가 들고 있던 칼을 치켜 올렸다. 희미한 어둠 속에 칼날이 번쩍였다. 그리고 괴한의 짤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친년!”
보고 있던 준우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피가 머리끝으로 솟구쳤다. 가슴에 칼을 맞은 이모가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아! 내 여자들~!’ 내려다보고 있던 준우는 벌떡 일어나 층계를 뛰어 내려갔다. 사내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일초, 이초, 삼초.......! 그가 번개처럼 몸을 날리건만 아래층에 도달하는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천천히 쓰러지는 이모의 애절한 눈빛이 그를 향했다.
“죽여 버릴 거야!”
층계를 뛰어 내려간 준우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는 이모를 찌른 사내의 목덜미를 걷어찼다. 그러나 사내도 만만치 않았다. 옆으로 몸을 돌리며 피한 사내가 숨을 몰아쉬었다. 목덜미를 겨냥한 그의 발이 사내의 가슴을 걷어찼다. 가슴을 걷어 채이고 뒷걸음을 치는 사내가 조소를 흘렸다.
“허! 이 자식이........”
몸을 피한 사내가 손을 뻗어 준우의 멱살을 잡았다. 유도를 했는지 사내가 그를 엎어치기로 넘어트리려했다. 그는 사내의 목덜미를 팔로 감고 되치기를 하려고 했다. 그때 그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를 강타 당했다. 뒤에 있던 사내가 방망이로 그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었다. 흥분한 준우가 방심한 것이다. 한 번 두 번 내리치는 방망이에 그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준우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칼을 든 사내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구둣발로 그를 툭툭 걷어찼다. 다른 사내가 다가와 준우의 멱살을 붙잡고 뺨을 후려쳤다. 정신을 잃었던 그의 입에서 피가 튀어 나왔다. 사내가 몽롱한 눈을 뜨고 바라보는 준우를 윽박질렀다.
“넌 누구야?”
“.......”
“넌 누구냐고?”
“이. 이층에 세 들어 사는 사람.........”
준우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피를 삼키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가족이 아닌 것처럼 변명을 하는 자신 스스로에게 놀랬다. 엉겁결에 흥분했던 그가 준비 없이 그들에게 달려들었기에 당한 것이었다. 어차피 두 명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 상태이기에 그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준우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살아야 한다! 스타킹을 뒤집어써서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 두 사내가 서로 마주보았다.
“다 죽여서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우리가 빠져 나갈 구멍이 생각났어.”
“뭔데........!? ”
“쉿! 짭새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지.”
사내들이 가까이 다가서며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조명등 불빛에 소리 없이 웃는 사내들의 치아가 들어났다. 한 사내가 희경이 걸치고 있는 잠옷을 잠아 당겨 찢었다. 그리고 찢어진 잠옷자락을 들고 준우에게 다가왔다. 사내는 준우의 팔을 허리 뒤로 꺾어 묶더니 소파 위에 앉혔다.
장승처럼 우뚝 서서보고 있던 다른 사내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정아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얻어맞은 통증에 고통스러운 준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희미한 정신 속에 눈을 치켜뜬 그는 괴한들을 응시했다.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사내를 바라보던 그는 치를 떨었다. 사내가 방문 앞에 쓰러져 있는 여동생 정아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어쩌려고.......!?’ 준우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을 내던져서라도 여동생만은 다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준우는 선뜻 행동에 옮길 수 없었다. ‘뭘 두려워하는 거지!’ 그는 일어나서 놈들을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두 손은 묶였지만 다리는 자유스럽다. 머리로 한 놈을 들이받고 나머지 놈은 발로 상대하는 거다. 하지만 두 놈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생각대로 안 되면 어머니처럼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는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버둥거리며 악을 썼다.
“무슨 짓들 하려는 거야. 그 아인 다치게 하지 마.”
“이 새끼가!? 세 들어 사는 주제에. 말이 많아!”
소파 뒤에서 방망이를 들고 있던 사내의 입에서 침이 튀었다. 비록 어떻게든지 살아남아 그들의 수중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준우로서도 여동생마저 살해당한 본능적인 생각에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지막지한 폭력이었다. 괴한이 들고 있던 방망이를 그에게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넌, 가만있으면 죽이지 않아..........”
“..........”
“네 놈이 저지른 일이니까.”
“.........헉!”
준우의 어깨와 머리에 사내의 방망이가 날아들었다. 사정없이 내리치는 방망이에 그는 소파 위에 쓰러졌다. 둔탁한 소리 속에 그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정신을 잃었다. 사내가 방망이로 정신을 잃은 준우의 머리를 툭툭 쳤다. 다리를 저는 사내가 정아의 뺨을 후려쳤다. 정신을 차린 정아가 경악하여 눈동자를 부릅뜨고 부들부들 떨었다.
“사, 살려주세요. 왜, 왜 이러세요?”
“고분고분 말 들으면 살려 줄게, 저놈, 정액이 필요해.”
“무, 무슨 말예요.........?”
사내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정아가 걸친 잠옷을 우악스럽게 잡아 찢었다. 그녀의 뽀얀 젖가슴이 어둠 속에서도 완연하게 들어났다. 괴한은 팬티만 걸친 그녀를 내려다보며 희죽 웃는 괴한의 치아가 들어났다. 새파랗게 질린 그녀는 다리를 오므리며 벌벌 떨었다. 두 손을 모은 그녀가 괴한에게 사정을 했다.
“사. 살려 주세요.”
“말만 잘 들어.........”
사내는 정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그녀의 팬티를 벗겨냈다. 어둠 속이지만 뽀얀 허벅지와 젖가슴, 그리고 검게 돋아난 보지털이 들어났다. 다른 사내가 하얀 치아를 들어내며 희죽 웃었다. 사내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정아를 끌고 와서 정신을 잃고 있는 준우 앞에 앉혔다. 소파 뒤에 섰던 사내가 준우의 뺨을 후려쳤다.
“야! 정신 차려.”
“........!”
준우는 머리가 뻐개지는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그의 흐릿한 시야 속으로 정아의 모습이 보였다. 발가숭이가 되어 혼백이 나간 듯이 몽롱한 정아의 눈빛이었다. 정아 뒤편에 섰던 사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준우의 허벅지 사이에 틀어박았다.
“자! 이제 네 차례야! 이 놈 좆을 빨아. 좆물이 나올 때까지 빨아. 아니면 넌 죽어.”
“뭐하는 짓들 야!”
준우가 있는 힘을 다해 와락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렸다. 놈들의 행동은 너무나 잔악했다. 악을 쓰던 준우는 별안간 눈에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소파 뒤에 있던 사내가 준우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소리치면 너도 죽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걸.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빨리 빨라니까?”
다른 사내가 정아의 등을 구둣발로 찼다. 정아는 힘없이 준우의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내가 다시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준우의 성기에 입을 가져다댔다.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준우의 자지에 입술을 댔다. 양팔이 묶인 그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소파 뒤의 사내가 힘을 주어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어 저항할 수도 없었다.
정아에게 자지를 빨리는 준우는 정말 괴로웠다. 인간의 육체는 묘한 것이었다. 처참한 상환에서도 페니스가 발기를 하려고 했다. 그는 엉덩이에 힘을 주며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어머니와 이모를 바라봤다. 준우는 사내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절대로 흉악한 놈들 생각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집념에 그는 소리를 질렀다.
“하, 하지 마. 안 돼!”
“씨 팔~! 내가 흥분 되네.”
정아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사내가 중얼거렸다. 준우의 자지를 빨던 정아가 구역질을 했다. 그래도 사내들은 무자비하도록 그녀를 다그쳤다. 그들은 준우가 정아를 강간하고 두 여자를 죽인 살인범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래서 준우의 정액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준우가 사정을 하지 않으니 사내들은 초조해졌다. 다리를 저는 사내가 다가섰다.
“할 수 없군.”
사내가 정아의 목덜미를 잡아서 일으켰다. 그리고 탁자위에 그녀를 끌어 올렸다. 그녀가 반항을 하자 사내가 그녀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엎드리게 했다. 완전히 혼이 빠진 그녀는 탁자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사내가 양손이 뒤로 묶인 준우를 일으켜 그녀의 뒤로 끌고 갔다.
“자! 공짜로 주는 거니 해봐!”
“개 같은 놈들!”
발가벗겨진 정아는 탁자 위에 엎드려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준우 앞에는 그녀의 뽀얀 엉덩이가 치켜 올려져 있었다. 희미한 어둠속에서 그녀의 엉덩이 사이의 보지 윤곽이 들어나 보였다. 준우는 이를 갈면서 사내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내가 그의 허리를 걷어찼다.
“야! 이 새끼야. 시간 없어. 시키는 대로 안하면 네놈도 죽어!”
“..........”
또 한 차례 몽둥이가 준우의 머리를 강타했다. 사내가 그를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정아의 뒤에 세웠다. 정신이 몽롱한 준우는 비틀거리며 여동생의 뽀얀 살결로 들어 올려진 둔부 앞에 멈추어 섰다. 사내가 그의 하복부를 정아의 둔부 사이에 밀어 붙였다. 그의 하복부에 돋아난 페니스가 그녀의 둔부 사이에 닿았다. “이럴 순 없어!‘ 그는 숨을 들이마시며 엉덩이를 뒤로 당겼다. 사내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시간이 없다니까. 시발 새끼가.......”
“..........헛!”
손이 뒤로 묶인 준우는 정아의 등위에 엎드려졌다. 사내가 다시 그를 일으켜 그녀의 둔부에 허벅지를 잇닿게 했다. 정신이 희미한 상태에서도 그는 묘한 촉감을 느꼈다. 그의 페니스가 그녀의 둔부 사이에 끼워지고 사내가 그의 허리를 잡고 흔들었다. 일그러진 표정을 한 준우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사내의 힘에 밀린 준우의 페니스 귀두가 정아의 보지 입구에 닿아 마찰을 했다. 그의 페니스가 발기를 하려고 했다. ‘아! 안 돼!’ 그는 엉덩이에 힘을 주어 발기를 억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페니스 귀두가 그녀의 보지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며 혀를 깨물었다. 보고 있던 사내가 중얼거렸다.
“이 새끼! 고잔가.......!?”
준우는 모든 인내심을 다 발휘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성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지만 페니스 귀두가 정아의 보지 구멍을 드나들고 있었다. 힘없이 흔들리며 뒤를 돌아보는 정아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사내들은 관람을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방망이를 들고 있는 사내가 다리를 저는 사내에게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식아! 시간 없어.”
“할 수 없군.”
준우의 허리를 붙들고 있던 사내가 거실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준우를 소파위에 팽개쳤다. 사내들끼리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다리를 저는 사내가 정아의 뒤로 다가서더니 그녀를 탁자위에 바로 눕혔다. 발가벗겨진 정아는 시체처럼 누워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정아를 내려다보는 사내가 하얀 치아를 들어내며 희죽 웃었다. 사내가 자신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팬티까지 끌어내려 무릎에 걸친 사내의 허벅지 사이에는 흉물스러운 자지가 발기되어 있었다. 사내가 우악스럽게 전아의 양 다리를 잡아 당겨 벌렸다. 그리고 사정없이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 그녀가 외마디를 질렀다.
“하 악! 엄마 얏!”
“흐흐흐........”
사내는 귀신같이 음험한 웃음을 흘리며 정아의 하복부를 향해 엉덩이를 흔들었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다시 혼절했는지 발가벗겨진 몸뚱이만 흔들거렸다. 쳐다보고 있던 준우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는 묶인 팔을 풀려고 허우적거리며 악을 썼다.
“아, 안 돼. 개 같은 놈들아.”
“이 자식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준우의 몸부림도 잠시뿐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방망이가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한번, 두 번, 방망이는 개 패듯이 그의 몸을 난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얻어맞은 그는 옆으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방망이를 들고 있는 사내가 준우를 발로 걷어차서 소파 밑으로 굴러 떨어트렸다.
식탁위에서는 혼절한 정아의 양쪽 허벅지를 벌린 사내가 헐떡거리며 진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흐릿한 조명등 아래서 그녀의 연약하고 청순한 나신이 힘없이 흔들거렸다. 탁자가 흔들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준우를 가격했던 사내가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조급해진 사내가 입맛을 다시며 재촉했다.
“야! 빨리 하라니까.”
“다, 됐어.........”
정아의 허벅지 사이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며 안간힘을 쓰는 사내의 눈빛이 충혈 되어 번뜩였다. 그리고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던 사내가 정아의 보지 속에서 자지를 빼냈다. 그리고 자지를 움켜쥐고 그녀에게서 벗겨낸 잠옷 위에 사정을 했다. 숨을 몰아쉬던 사내는 휴지를 들고 정아의 보지를 닦아냈다. 여자의 육체는 신비로웠다. 혼절 상태에서도 그녀의 보지에서는 생리현상으로 진액이 흘러나와 있었다.
사내는 정아의 진액이 묻은 휴지를 들고 준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준우의 페니스에 휴지를 문질렀다. 사내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를 저는 사내가 정액이 묻은 휴지와 사정한 잠옷을 뚤뚤 말아 구석에 던졌다. 다른 사내가 준우의 결박을 풀고 라이터를 켜들었다. 라이터 불이 번쩍이며 쓰러져 있는 준우의 눈빛도 번쩍였다.
“시간이 없어! 서둘러!”
그들은 현장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로 얼룩진 거실을 둘러보았다. 난장판이 되어있는 거실은 참혹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선혈이 낭자한 거실을 둘러본 그들은 다급해졌다.
“단서를 남길 만한 것이 없는지 살펴 봐.”
“없는 거 같은데.......”
창식이라는 사내가 흘러내린 바지춤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방망이를 든 사내가 거실을 둘러보다가 눈빛을 반짝였다. 희경의 선혈이 낭자한 가슴에는 아직 칼이 꽂혀 있었다. 그는 쓰러져 있는 그녀를 향해 손짓을 하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병신 같은 놈! 칼을 뽑아야 할 거 아냐!”
창식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쓰러져 있는 희경에게 다가갔다. 그는 허리를 굽혀 그녀의 가슴에 박힌 칼을 뽑아냈다. 칼이 뽑히는 그녀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거실은 더욱 숨 막 힐 정도로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저쪽에 있는 년도 숨이 붙어 있는지 살펴봐.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년이니까. 살아날지 모르잖아!”
“아이! 시발.........”
창식이 귀잖다는 듯이 투덜거리며 엎어져 있는 미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뒤집어 서 살폈다. 그녀의 가슴에서는 아직도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턱밑으로 손가락을 뻗어 맥을 짚어 보았다.
“끊어졌는데!”
“됐어. 빨리 나가자!”
“죽은 것들은 어떻게 하지?”
“내버려 둬!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불을 질러 흔적을 없애야하니.”
그들은 준우가 정신만은 잃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다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반항한들 죽음뿐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신을 잃은 척 했을 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라이터 불을 켜든 사내의 손등을 응시했다.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문신이었다.
정신이 아득한 상태에서도 준우는 그 문신을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았다. 다른 사내가 신문지와 달력을 떼어 내어 바닥에 내던졌다. 동시에 다른 사내가 켜들고 있는 라이터를 그 위에 던졌다. 금방 메케한 연기가 거실에 가득해지고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힐끔 뒤돌아 본 사내들이 현관문을 열고 달아났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는 소리를 듣고 준우는 벌떡 일어섰다. 불길이 커튼에 옮겨 붙어 시뻘건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쓰러져 있는 정아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그는 불길을 끌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정아의 잠옷을 쥐고 휘둘렀다. 그러나 한번 옮겨 붙기 시작한 불길을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다급해진 준우는 정아의 발가벗겨진 몸 위에 잠옷을 걸쳐 주고 들쳐 업었다. 그의 몸은 피와 땀으로 흥건하게 적셔 있었다. 정원으로 뛰쳐나와 정아를 내려놓은 그는 다시 불길이 솟기 시작한 거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피로 얼룩진 어머니와 이모를 차례대로 정원으로 옮겼다.
불길이 치솟는 집의 골목이 어수선하더니 시끄러워졌다. 잠들었던 동네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수군거렸다. 잠시 후 멀리서 부터 달려온 사이렌 소리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며 깊은 밤의 정적을 깼다. 동이 틀 무렵에서 화재가 진압되고 앙상한 기둥만 남은집터에서 꺼져가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식구들과 함께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한 준우는 다행이도 타박상 정도여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러나 미영과 희경은 급소에 깊은 상처를 입고 과다출혈로 구급차로 이송 도중에 이미 사망하고 말았다. 준우는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정아를 보고 세상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이 되어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준우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 망연자실하였다.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겪게 하는 일이 일어나는 동안 신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었는가.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그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오직 이토록 힘겨운 고통을 안겨준 놈들을 저주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꺽꺽거리며 눈물을 쏟아냈다.
현장에서 살아남았고 직접 목격한 사건을 말할 사람은 준우뿐이었다. 영안실에서 어머니와 이모의 시신과 함께 있던 준우는 경찰서로 호출되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사건 현장뿐이고, 범인들의 신원과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혈연관계를 떠나서 자신의 여자들을 잃어버린 슬픔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준우가 슬픔과 고뇌에 잠겨 있는 동안 그의 큰 아버지 경호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경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슬픔에 잠긴 준우를 도와 장례준비를 서둘렀다. 경호는 원래 동생 경식이 미영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경호와 경식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단 두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준우의 아버지 경식에게 경호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경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몄지만, 초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한 경식은 근면과 성실함으로 자수성가하였다. 그렇기에 경호는 항상 마안함을 갖고 있는 동생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경호는 동생이 남자관계로 소문이 자자한 미영과 결혼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했었다. 그래서인지 경식은 제수의 죽음에 놀라거나 전혀 측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경호는 준우에게 어머니와 이모를 화장시키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준우는 큰 아버지의 권고를 받아 드리지 않았다. 그는 원통하게 죽은 어머니와 이모의 한을 풀기 전까지는 무덤에 안장하기로 했다. 준우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사람은 그의 여동생 정아였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중환자 병동에 있던 정아는 다행히 열흘이 지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그녀는 우물증과 대인기피증에 걸린 정신병환자가 되어 버렸다. 준우의 가족은 순식간에 파탄지경에 이른 것이다.
경찰에서는 사건 해결은커녕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준우마저도 의심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범인을 색출할 수 있는 증거가 될 만한 정아의 잠옷이 불에 그슬려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력한 단서라고 생각하고 잠옷에 남은 정액의 DNA 검사 결과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추출된 DNA와 같은 유사범죄자들은 없었다. 물론 준우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아서 수사가 장기화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동안 울분을 삭히지 못하던 준우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파탄에 언어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세상사람 모두가 적으로 보인 그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그는 큰 아버지 집에 틀어 박혀 있었다. 단지 그는 ‘어머니, 이모. 내 여자를 죽인 놈들! 똑같은 방법으로 되돌려줄 거야.’ 하고 독백을 하며 놈들을 저주했다.
준우가 이따금 외출해서 가는 곳은 용인에 있는 정신병원이었다. 그의 여동생 정아가 입원해 있는 곳이었다. 면회실에서 정아를 만난 그는 소리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진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정아는 오빠만큼은 반겼다. 그녀가 히죽히죽 웃으며 팔을 벌렸다.
“오빠, 안아줘. 정아가 불쌍해?”
“흐흑~! 아니, 귀여운 정아! 어떡하니.......!?”
“오빠, 가지 말고 같이 있으면 안 돼?”
“응.......! 조금만 기다려.”
준우는 가슴에 안은 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먹였다. 그는 정아를 만날 때마다 복수에 대한 집념을 쌓아갔다. 한 달이 지나도록 침체 속에 빠졌던 준우는 굳게 다짐을 하고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내일은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되돌려 주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여자들에 대한 원한을 갚고 복수를 하려면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 필요했다.
준우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정아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에 휩싸였다. 그가 동정을 받친 어머니, 그리고 여자를 알게 만든 이모와 육체관계는 젊은 혈기의 충동적인 욕구와 아버지를 대신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그는 충동적인 감정이나 욕구가 아니라 분노로 끓어오르는 복수의 욕망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정아가 당한 것처럼 놈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기로 다짐했다.
인생은 그리 길지도 않지만 짧은 것도 아니었다. 준우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놈들에게 대항할 실력과 그리고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틈틈이 합기도 연마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체력을 단련시켰다. 그는 불타버린 집과 어머니 소유의 재산을 처분해달라고 큰아버지에게 부탁했다. 큰 아버지 경식은 마치 준우의 운명을 예견한 것처럼 담담하게 받아드리며 자신의 친아들처럼 성심껏 도와주었다.
장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학업에 매달린 준우는 명문 대학인 K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하였다. 젊은 혈기의 그는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미팅 한번 하지 않았다. 뚜렷한 주관을 세운 그는 세무회계와 부동산관리를 전공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학년 일 학기말이 되어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하였다. 군대에서 그가 휴가 나오는 이유는 오직 여동생 정아를 찾아 병원에 가기 위함이었다.
모든 것을 참고 생활하는 준우이지만 정아를 만날 때마다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발가벗겨 유린을 당하던 여동생의 모습이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군복을 입고 면회를 왔을 때는 정아는 무척 낯설어 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군모를 쓰고 나타나는 그를 어린아이처럼 무척 좋아했다.
단 하나의 피붙이 여동생 정아가 애틋한 준우는 한 달에 한 번씩 이상은 병원을 찾아갔다. 그가 정아를 찾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그녀가 자폐증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담당 의사는 그녀가 마음을 터놓고 가까이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야 병세가 호전된다는 충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동생을 면회하고 나오는 준우의 가슴은 항상 암울하기만 했다. 정신병원 면회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면회를 다녀간다. 아내를 면회 오는 노동자. 남편을 면회하면서 짙은 화장을 하고 오는 아내, 아들을 찾아오는 허리 굽은 어머니. 자세히 알고 보면 그들 나름대로 기막힌 사연들이 있었다.
환자들의 사연에 낙심하던 준우는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여동생 정아를 떠올리게 하는 어린여자였다.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정아를 면회하고 나오던 그에게 다가서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병원 입구였다. 사복을 걸쳤지만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그의 앞에 막아서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저, 잠간만........”
“하하~! 나, 아저씨 아니거든. 왜 그러지?”
그녀의 모습에 여동생을 떠올린 준우는 걸음을 멈추고 웃음을 지었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은 쑥스러운 미소로 머뭇거렸다. 준우는 여학생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아담한 체구에 동그란 얼굴은 앳되고 귀여움이 가득했다. 보조개를 들어내는 미소와 함께 눈웃음으로 가득한 큰 눈망울로 그녀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저, 도와주세요!”
“나, 직원 아닌데. 뭘 도와줄까?”
준우는 제법 앙증맞은 미모가 들어나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다. 아담한 키에 인형 같은 그녀는 양손을 깍지 껴잡고 앙증맞은 엉덩이를 비틀며 머뭇거렸다. 소녀의 청순함으로 가득한 그녀는 무척 발랄해 보였다. 하지만 허벅지가 들어나도록 짧은 미니스커트에 민소매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어 조금은 불량스럽게 보였다. 배시시 미소를 띤 그녀가 혀를 날름 내밀어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차비하게 이 만 원만 빌려 주실래요?”
“이 만원.......!? 차비도 없이 여기 왔단 말이야?”
“아빠한테 달라고 하기가 싫어서........”
“누굴 만나러 왔는데?”
“우리 엄마요.”
“엄마가 여기 입원해 있어?”
“오래 됐어요.”
준우는 거리낌 없이 말하는 그녀가 당돌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그녀의 사연이 궁금했다. 빙그레 웃음을 흘린 그는 그녀를 정원 벤치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 그의 옆에 앉은 그녀는 무릎위로 올라가는 짧은 미니스커트 자락을 잡아당기며 그를 흘깃 흘깃하며 쳐다보았다. 그는 가방에 들어있던 음료수를 꺼내 그녀에게 권했다.
“나도 동생이 여기 있어. 이거 마셔라. 그런데 아버지가 차비도 안줘?”
“아빠는 엄마한테 신경도 안 써요. 아빠하고는 말도 하기 싫어요.”
“아빠가 돈이 없는 모양이지.”
“아니요. 우리 아빠 부자예요.”
“이해가.......안 되네! 엄마가 언제부터 입원했는데?”
“오래 됐어요, 꼬치꼬치 캐묻지 마세요. 돈 빌려주실 거예요?”
그녀는 전혀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가족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녀의 거침없는 당돌함에 준우는 빙긋이 웃었다. 머뭇거리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돈을 받아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향해 고개를 까닥여 보았다.
“저는 장 미라예요. 아저씨 명함 같은 거 있어요? 돈 돌려 드리려면.......”
“하하~! 안줘도 돼.”
“아뇨! 어디선가 만나면 꼭 돌려 드릴게요.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세요.”
“민, 준, 우,..........”
“민.......준우 아저씨.........!?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에 봐요.”
미라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병원 정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준우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정문 입구에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떻게 해서 오랫동안 병든 아내를 돌보지 않는지.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왠지 속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세상에는 정말 사연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준우는 군대에서 제대한 후 대학을 졸업하고 감정평가사, 경매관리사, 주택관리사, 그리고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잇달아 합격하였다. 그는 여러 기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입사시험을 치렀다. 그의 대학 성적과 취득한 자격증 등을 알고 그를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많았다. 그는 여러 기업체에서 받은 입사합격통보 중에서 대진 컨설팅 회사를 선택했다.
을지로 입구 10층 건물의 대진 컨설팅 본사 사옥. 준우를 비롯한 4명의 합격자가 대진의 사장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순간 긴장을 했다. 이미 정보를 알고 의도적으로 입사 선택을 했지만, 담배를 피워 입에 무는 사장의 손등에는 흐릿한 문신이 새겨있었다.
준우가 파악한 정보로는 오래전에 존재했던 살모사라는 폭력단체의 문신이었다.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문신의 장본인은 장 인호였다. 준우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하고 정아의 순결을 처참하게 앗아간 복면 괴한들 중의 한 사내. 그리고 사내가 상대를 불렀던 창식이라는 이름을 그는 잊은 적이 없었다.
준우는 오래전에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어머니의 사무실 앞에서 승강이를 하던 남자를 기억해냈다. 그는 그동안 어머니와 사업상 관계가 있는 부동산 업체를 수소문하였다. 그 결과 어머니를 협박조로 윽박지르던 장 인호의 신원을 알게 된 것이다. 아니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하고 여동생의 순결을 앗아간 장본인이었다.
대진 컨설팅을 입사회사로 선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계획이었다. 대진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하여 지방에 지점을 가진 국내 굴지의 컨설팅 기업으로 성장했다. 장 인호 사장은 부동산 중개업뿐만 아니라 대진건설과 대진 유통이라는 방계회사로 소유하고 있었다. 장 인호는 머지않아 기업들을 정리하여 그룹 형태로 조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회사 직원이나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장 인호를 회장이라고 호칭했다. 장 사장도 회장이라는 호칭을 무척 기분 좋게 받아드리는 상황이었다. 준우는 장 사장의 손등을 바라보며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난 7년간이나 준비했던 일들을 이제 시작하는 것이었다.
준우는 심호흡을 하면서 장 사장의 거동을 살폈다. 입사원서들을 들여다보며 가정상황과 입사동기들을 차례로 물어보던 장 사장의 시선이 준우에게 향했다.
“민 준우 씨! 이만한 실력이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 텐데, 왜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입사를 원했지?”
“앞으로 부동산이 침체 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생활 기본은 먹는 것과 주거 환경입니다. 결국은 더 나은 보금자리를 위해 투자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서 입사를 원했습니다. 아울러 대진은 전통이 있는 기업이기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준우는 서슴지 않고 또박또박 끊어서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장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을 치켜뜬 그는 준우에게 여러 번 시선을 향하면서 유심히 살폈다. 장 사장은 왠지 그가 낯설지 않았다. 그가 혼잣말처럼 준우에게 물었다.
“민 준우 씨는 낯설지 않은 인상이구만.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
“아뇨! 저는 사장님을 처음 뵙습니다.”
“인물이 훤해서 그런가........!?”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장 사장의 말에 준우는 내심 뜨끔하였다. 그는 장 사장이 자신의 신분을 모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 사장은 모르고 있지만, 준우는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집안으로 침입했던 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하고 여동생의 순결을 빼앗은 장본인 중에 한 놈이었다.
놈들 중 한명에게 강간을 당한 충격으로 우울증과 자폐증으로 망각의 세계에서 헤매고 있는 정아를 생각하며 준우는 치가 떨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앞에 있는 장 사장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어서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난 시간동안 준비한 복수를 헛되게 마들고 싶지 않은 그의 심정이었다. 입사서류를 들쳐보던 장 사장이 말했다.
“음, 무술 실력도 대단하구만.”
“어린 시절부터 했던 운동이지만 미약합니다.”
“그래요........!? 그럼 장래 희망이?”
“저는 회장님의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익혀서 국내제일의 컨설팅 기업을 경영하고 싶습니다.”
정중한 자세로 앉은 준우는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장 사장은 거드름을 피면서 담배연기를 뻐금거리고 내뿜었다. 그리고 그는 보고 있던 입사원서 파일을 옆에 서 있는 여자 비서에게 건네주며 손짓을 했다. 파일을 받아든 여비서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갔다. 장 사장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하하~! 듣기가 과히 나쁘지 않군. 그렇다면 자네는 영업직보다 내 곁에 일하는 것이 어떤가! 비서실 말이야.”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어떤 직책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그래! 모두 나가서 대기하고 있어. 인사과에서 발령을 낼 테니까.”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던 신입사원들이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했다. 사장실을 나온 사원들이 희희낙락하지만 준우는 긴장하여 표정이 굳어 있었다. 신입사원들은 대부분 대진 컨설팅과 무관하지 않고, 간부급들의 친척이나 인척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준우는 사장의 추천에 의해서인지 비서실로 발령이 났다.
준우는 틈틈이 회사내부 사정과 장 사장의 내력, 그리고 개인 환경에 대해 파악하느라고 바뿐 일정을 보냈다. 그런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사장실 운전기사가 병으로 입원하고 준우가 장 사장의 승용차 운전까지 도맡게 되었다. 아직 낯선 회사 분위기의 비서실 업무, 운전은 물론 개인적으로 회사와 장 사장의 사생활을 파악하는 그는 힘겨운 생활을 이어갔다.
장 사장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지점이 있는 지방으로 출장을 했다. 그때마다 장 사장과 동행하며 승용차를 운전하고 때로는 외지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 그의 생활은 고달팠다. 이따금 골프장을 가는 장 사장의 승용차를 운전하는 경우도 있어서 개인적인 시간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한 달가량이 지나고 나서 준우는 회사 분위기를 대충 파악하게 됐고, 장 사장의 개인 건강과 집안 환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당뇨와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장 사장은 재혼한 아내와 두 딸이 있었다. 장 사장을 출퇴근 시키던 준우는 그의 아내와 큰딸을 만날 수 있었다.
장 사장과 재혼한 아내는 비서실에 근무했었다고 하는데 사십이 되지 않았고 무척 젊어 보였다. 큰 딸은 음대를 졸업하고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으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작은 딸만은 준우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식구였다. 그 외에도 장 사장의 집에는 나이 듬직한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각기 가정부와 집사로 일하고 있었다.
준우는 오래간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려고 회사를 나왔다. 장 인호 사장이 사업운영에 필요한 공직자들을 초대하고 이사진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기 때문이었다. 준우는 친구들을 만나러 갈 작정이었다. 그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회사 정문을 나서는데 뒤따라 나오던 누군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가 멈추어 서서 힐끔 쳐다보았다. 아가씨처럼 사복을 했지만 작은 가방을 등에 멘 모습으로 봐서 여고생 같았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서며 크고 까만 눈망울을 깜박거렸다.
“저, 혹시 민, 준, 우.......!?”
“아가씨는 누구........!?”
“맞구나. 준우 아저씨. 내가 사람 알아보는 눈썰미는 있어서.”
“나, 모르겠어요? 장 미라.”
“장 미라........!? 글쎄.......”
준우는 기억을 더듬어 그녀를 기억해 내려고 했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크고 까만 눈망울이 깜박거렸다. 인형 같은 얼굴에 보조개를 드리운 미소, 아담한 키에 앙증맞은 엉덩이는 그가 어디선가 특별한 호기심을 가졌던 모습이었다.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인 그녀가 킥킥거리며 웃으며 당돌하게도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왜 모르냐는 표정이다.
“용인 정신병원에서 내가 차비 꿔 갔잖아요!”
“차비.......!? 아 벌써 오래전 일이라. 그런데 여긴 웬일로.......!?”
“그냥 볼 일 보러 왔어요.”
“학생 같아 보이는데, 이곳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런 건 묻지 마세요. 아! 참 오늘은 꾼 돈을 값을 능력이 안 되는데.”
준우는 친구를 만날 생각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가 졸랑졸랑 그의 뒤를 따라왔다. 그는 예전에 느꼈던 것처럼 그녀가 귀엽기도 하지만 조금은 불량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은 귀찮다고 생각했다. 그는 뒤쫓아 오는 미라에게 미소를 보내며 안심시켰다.
“염려마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
“아뇨! 난 빚지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라서. 언젠가 다시 만나면 꼭 갚을게요. 아! 참, 아저씨 전번 주면 되겠네. 연락해서 갚을게요.”
“안 갚아도 된다니까.”
“아저씨 간첩예요!? 아니면 마누라 때문에 그래요? 보기에는 아직 결혼 안한 사람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저씨 군복 벗으니 더 멋있어졌다.”
“하하~! 자꾸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
“전화번호 주세요!”
“010- 717X- XXXX. 그럼, 잘 가라.”
“그냥 갈려고요.......!?”
미라는 휴대폰을 꺼내 준우가 부르는 전화번호를 입력하였다. 그는 회사 빌딩입구의 층계를 걸어 내려갔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회사에 드나들고 있는 직원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