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어. 아버지는 공사 현장에서 불구가 되고, 어머니는 병들어 누워 병원비도 없고, 동생들은 나만 쳐다보고 있어서.........”
“그래서 부모님과 형제들은 행복한 거야?”
준우의 물음에 은지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결혼하면서 그녀의 친정식구를 위해 남편이 집을 사준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남편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친정식구들은 비좁은 전세방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생활비 교육비는 주지만.........,식구들은 아직도 단칸방에 살고 있어..........”
은지는 넋두리를 늘어놓듯이 천천히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털어 놓았다. 준우는 한 시절 그녀를 사랑했고 소유하고 싶었던 여인이었다. 그는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간 그녀가 울먹였다.
“누구에겐가 내 심정을 위로 받고 싶었어. 그게 준우 씨야. 난 아직도 준우 씨를 잊지 못하고 있어.”
준우를 바라보는 은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햇빛에 반사된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준우에게 그녀는 순수한 감정의 첫사랑이기도 했다. 준우가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울음을 참아 내며 입술에 경련이 일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결혼했는데, 난 솔직히 준우 씨를 잊은 적이 없었어. 두려움 없이 사춘기 시절의 불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준우 씨의 여자가 될 걸 그랬나봐.”
“..........!?”
준우는 은지가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사실 준우는 그녀를 사귈 당시 사춘기의 순수한 감정만은 아니고 젊은 혈기에 의한 충동이었다. 남자는 순간의 충동으로 여자를 소유하려 하고 여자는 호기심으로 남자를 받아 드린다고 했다. 여자와 남자의 감정은 다른 것이었다. 과거에 그는 사랑이나 애정보다는 어쩌면 충동적인 감정으로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은지의 말이 끝나고 준우는 그녀가 더욱 측은하고 애틋하였다. 그는 살며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당겼다. 그녀가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울먹였다. 준우 자신도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여동생에 관한 심정을 들어내고 싶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우울한 그녀를 더 이상 슬프지 않게 하고 싶었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든 비둘기 한 쌍이 그들이 앉은 뒤편 나무에 앉아 날갯짓을 퍼덕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부스스 일어났다.
“나, 가봐야 될 시간이야. 남편이 기다려.”
“식사라도 같이 할 걸........”
“나중에 술 한 잔 사줘.”
“.........!”
준우는 은지와 헤어지고 나서도 한동안 서 있었다. 이따금 뒤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걸음을 옮기며 망설였다. 장 사장이 없기에 회사에 들어가도 별로 할 일이 없었고 은지 때문에 가슴 한편이 찡하여 술이라도 마시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일단 회사에 들어가 동태를 살핀 후 퇴근하기로 하였다.
회사건물 입구로 향해 층계를 오르던 그가 걸음을 멈추고 망설였다. 사무실에 얼굴을 비추면 퇴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다시 층계를 내려오려고 하다가 우뚝 섰다. 그와 마주보며 계단을 내려오던 여자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항상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장 미라였다.
“어!? 준우 오빠! 또 만나네.”
“넌, 오늘 웬일이냐?”
“헤헤~! 아빠한테 용돈 받으러 왔는데.”
“아빠가 여기 일하고 있니?”
미라가 팔짝팔짝 층계를 뛰어 내려오더니 서슴없이 준우의 팔에 팔짱을 꼈다. 짧은 핫 팬티에 민소매를 걸친 그녀는 역시 발랄하고 당돌했다. 그는 아담하게 솟은 그녀의 앞가슴과 핫 팬티 밑으로 들어난 우윳빛갈의 매끈한 허벅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래. 용돈은 받았니?”
“아빠가 없어요.”
“안됐구나.”
“오빠! 오빠는 볼 때마다 멋있어진다. 나, 오빠가 좋거든.”
“왜!? 또, 돈 꿔 달라고?”
준우는 층계를 내려오며 피식 웃었다. 그의 팔에 매달린 미라가 보조개를 들어내는 싱그러운 미소를 흘리며 눈웃음을 쳤다.
“정말이라니까. 오빠가 좋다니까. 난, 오빠가 없어.”
“하하~! 어쨌든 듣기는 좋구나.”
“오빠, 내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클럽에 가면 안 돼?”
“그런데 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
“난 새장에 갇히는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오빠 같이 가자.”
미라가 준우의 팔을 붙들고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있고 우연이라고 해도 그는 그녀의 청을 들어 줄 수 없었다.
“그럴 시간이 없구나.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들어가.”
“피 잇~! 싫음 관둬요. 우리끼리 가지 뭐. 헤 헷~! 오빠 다음에 또 봐.”
층계를 뛰어 내려가는 미라가 헤픈 웃음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준우는 뒤로 질끈 묶인 머리를 찰랑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앙증맞고 귀엽게 느껴졌다. 그는 건물 주차장으로 가서 승용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올라앉은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주차장을 빠져 나왔을 때 친구를 만난 미라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며 집으로 향해 운전을 했다.
집에 도착한 준우는 정원에 나와 있는 식구들을 볼 수 있었다. 집사 박 씨는 정원수를 관리하고 있었고 진숙과 가정부 강릉댁은 정원 한구석 텃밭에 가꾼 채소를 광주리에 담고 있었다. 준우는 상의를 벗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집사를 돕기 위해 나섰다. 그는 집사와 같이 정원수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뒤를 힐끔 돌아보는 준우와 진숙의 시선이 마주쳤다. 젊은 열기가 돋보이도록 근육을 들어낸 준우의 균형 잡힌 체격! 진숙은 한동안 준우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봤다. 준우를 보고 있는 사람이 또 있었다. 건넌방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고 있는 수진의 눈동자가 햇빛에 반사되었다. 외출준비 중이던 수진은 남성미를 흠씬 느끼게 하는 준우의 매력에 동요되었다. 그녀는 외출을 하려고 걸치고 있던 바지와 셔츠가 마음에 들지 않아 벗어던졌다.
비록 외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만 수진은 준우의 시선을 끌고 싶었다. 처음부터 자존심을 앞세워 까칠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점점 그에게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는 짧은 스커트에 민소매의 블라우스를 걸쳤다. 블라우스의 앞가슴이 깊게 패인 그녀의 모습이 거울 속에 선정적으로 들어나 보였다.
정원수에 물주기를 마친 준우가 벗어 놓은 상의를 벗어 들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마침 현관에서 구두를 신고 일어서던 수진이 준우와 마주치고는 흠칫하였다. 그녀와 코앞에서 시선을 마주친 준우가 쓴웃음과 함께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천박하게 보이지 않아요?”
“뭐가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나름대로 관심을 갖으라고 치장하고 나온 수진은 화가 나서 톡 쏘아붙였다. 비아냥거리듯이 웃음을 흘린 준우가 그녀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쳤다. 눈동자를 크게 뜬 그녀가 뒷걸음쳤다. 그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어 내 주었다.
“숙녀가 칠칠맞게........”
준우를 피해 뒷걸음치던 수진이 다리를 삐끗하며 균형을 잃고 앞으로 갸우뚱하였다. 준우가 얼른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넘어지려는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안았다. 입술이라도 닿을 듯 가까워진 그들은 서로 당황하였다. 얼굴이 빨개진 그녀가 공연히 눈을 하얗게 흘겼다.
“남이야!? 웬 걱정이에요........댁 때문에 넘어질 뻔 했잖아요.”
“하하~! 꼭 싸우러 덤비는 사람 같네. 상냥하게 말해도 될 걸!”
어의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준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수진은 자존심 때문에 그의 호감을 받아 드리지 못한 것이었다. 외출을 하려고 현관문을 나서는 그녀는 상냥하게 대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녀는 자상한 그의 행동에 다시 한 번 깊은 호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동안 그에게 까칠했던 자신을 은연중에 후회했다.-
준우는 수진이 아직도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준우는 막상 할 일이 없어 무료함을 느꼈다. 한 시간 가량 책을 보다가 지루함을 느낀 그가 아래층 거실로 내려갔다. 집사 부부는 별채로 쉬러 갔는지 보이지 않고 고 진숙 혼자 소파에 앉아 TV를 켜놓고 있었다. 진숙이 준우를 흘깃 쳐다보더니 말했다.
“음료수 한잔 할래요!”
“네.........”
그렇지 않아도 갈증을 느끼던 준우가 소파에 가서 앉았다. 진숙이 주방에서 유리컵과 음료수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유리컵을 놓고 음료수를 따라 주었다. 그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텔레비전 화면을 주시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연예계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남편이 있는 중견 여배우가 외도를 해서 이혼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전하고 있었다. 그녀가 준우에게 넌지시 물었다.
“민 비서는 연애도 안 해?”
“왜요......!?”
“여자를 만나는 것 같지도 않고. 쉬는 날도 집에만 있기에.”
“아직 그럴 여유가 없어서요. 변변치 못하니까 여자가 없나 봐요.”
“민 비서 같은 사람이 어때서!? 인물 훤하고 체격도 좋을뿐더러 능력도 있잖아.”
“글쎄요~! 여자 복이 없나보죠.”
준우는 자신을 칭찬하는 진숙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는 진숙을 장 사장에게 고통을 안겨줄 첫 번째 타깃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피스 앞가슴이 벌어져 있어도 그녀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어렵지 않게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녀는 오히려 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원피스 앞섶을 벌리며 손바람을 일으켰다.
“민 비서! 안 더워? 왜 이렇게 날씨가 덥지........!?”
“비라도 오려는 모양입니다.”
“민 비서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
“저는 평범한 여자가 좋아요.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여자이고 나를 이해해주는 여자면 좋겠지요.”
진숙은 준우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애인이 없었느냐, 대학 생활은 어떠했느냐. 여교수들이 예뻤느냐. 결혼한 친구들은 없느냐. 그녀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처녀시절 얘기를 곁들였다. 준우는 그녀의 얘기를 통해 많은 남자들과 교제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모님, 젊은 시절에 많은 남자들 시선을 받았겠습니다!”
“그런데 난, 한 남자와 오래 사귀질 못했어.”
“그만큼 사모님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면도 있지.”
준우는 그녀가 더 흥을 돋우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음료수 잔을 들어서 목을 축이는 그녀의 얼굴이 맥주를 마신 것처럼 다소 발그스름해져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중견 여배우가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나오고 있었다. 화면을 빤히 주시하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젊은 남자들이 유부녀를 좋아하나?”
“글쎄요! 그것도 인연이 아닌 가요!”
“하기야, 요즘 유부녀들이 젊은 애인 한 명 정도 없으면 바보 취급당한다던데.”
“여자들끼리는 그런 얘기도 하나요?”
“호호~! 솔직히 친구들끼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말해. 난 그럴 주제도 못되지만.”
“왜 어때서요? 사모님은 아직 처녀 같고 여자로서 한창 성숙하게 보이는 나이잖아요.”
“민 비서는 그렇게 보여?”
“네. 아름다우십니다.”
“난 젊은 남자라고 다 좋아하진 못할 것 같아. 민비서 같은 타입이면 몰라도........”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배시시 눈웃음치며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어찌 보면 무료함을 채우려는 유혹이 깃들어 있었다. 준우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그가 바라는 대로 그녀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 올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이용해서 창식이라는 의문의 남자에 대해 알고 싶었다.
“혹시 창식이라는 분을 알고 계시나요?”
“아! 조 창식! 그 사람은 왜?”
진숙의 입에서 조 창식이라는 아름과 성이 튀어 나옴에 준수는 다소 흥분했다. 그러나 그녀가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준수는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굴렸다.
“회장님이 창식이라는 분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요.”
“나도 자세히는 몰라. 오 년 전인가! 아내가 죽고 결혼한 아들 외에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데 재혼했다고 하지....... 돈으로 젊은 여자를 데려다 사는 거지. 아마 지금 성남에서 살고 있을 걸.......사장님하고는 무척 절친한 사이였는데 요즘은 왕래가 없었던 걸로 알아. 무슨 심부름인데?”
“그건 말씀 드릴 수 없고. 뭐하는 사람인데요?”
“그것도 안 가르쳐 주고 심부름하래?”
“사무실 위치만 알고 있습니다.”
당황한 준수는 얼버무려 말했다. 물론 그가 조 창식의 사무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조 창식에 대해서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진숙에게 방금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녀가 조 창식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사항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사람 집에서 가까운 곳에 모텔과 대형마트를 하고 있잖아.”
“아! 사무실에 없으면 모텔을 찾아가라는 말은 들었어요.”
준수는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능청을 떨었다. 그런데 진숙이 갑자기 폭소를 터트리며 밀을 잇지 못했다.
“호호호.......! 그런데, 이런 말해도 되나 몰라. 호호~!”
“뭔데요........!?”
“그 사람, 월남 파병 갔다가 하반신을 다쳐서 다리를 절고 부부관계도 어렵다더군. 호호호.......”
“월남 요........!?”
“그래서, 항상 발기부전치료제를 먹고 부부관계를 한다는군. 젊은 여자를 아내로 데려다 사니 잠자리는 해야겠지. 호호호.........”
“하하하.........”
간드러지게 웃는 진숙은 서슴없이 남녀관계를 말하면서 공연히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준우도 덩달아 마른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어깨너머로 손을 뻗쳤다. 그녀는 조금도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리는 그녀의 젖가슴이 농염하게 흔들렸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감싸 안으며 물었다.
“하하~! 아무리 돈도 좋지만, 여자가 그걸 알고 가만있나요?”
“어쩌겠어! 젊은 몸이지만 돈에 팔려온 신세이니.”
진숙은 어깨를 감싸는 준우의 손을 전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깨와 어깨가 맞닿고 그녀는 처녀시절로 돌아가 남자를 대하는 것처럼 마음이 살레였다. 준우는 그녀가 어렵지 않게 이끌려 올수 있음을 감지하였다. 그에 대한 그녀의 호감은 깊어가고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무르 익어갔다. 그는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도 그녀의 동태를 살폈고, 그녀는 은근히 그의 일거일동을 주시하며 과일을 깎아 오기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준우는 다음날도 회사에 잠시 다녀온 후에 집에서 머물러 있었다. 가정부와 집사가 없는 한가한 시간이었고 집안에는 진숙과 준우 둘 뿐이었다. 준우가 거실에서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방송국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안방에서 나온 진숙이 준우를 잠시 바라보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주와 맥주병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민 비서! 날씨가 무더워, 갈증 나는데 우리 맥주 한잔 할까?”
“네. 그러시죠.”
어디선가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진숙의 이마에는 조금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맥주병과 안주를 탁자위에 내려놓고 얼굴에 손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준우 앞에 유리잔을 내려놓고 맥주를 따랐다. 준우가 얼른 맥주병을 받아 그녀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들은 맥주잔을 들어 한 모금씩 마시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 심부름은 다녀온 거야?”
“아! 조 창식 씨!? 다녀왔습니다.”
준우는 엉겁결에 거짓말을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부부클리닉 프로그램이 재방송 중이었다. 특별히 이야기할 수재거리가 없는 그들의 시선은 텔레비전 화면을 향했다. 병든 남편을 등한시하는 아내가 젊은 남자와 외도를 하는 불륜 현장이 화면에 나타났다. 텔레비전화면과 준우를 곁눈질해서 보던 그녀가 불쑥 말했다.
“요즘 젊은 남자들은 유부녀를 좋아한다면서?”
“그런 가요! 저는 그런데 관심이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애기들을 하는데, 대부분 젊은 남자 하나씩은 애인으로 사귀고 있는 모양이야.”
“그게 부러우세요?”
“부럽다기보다는! 남편만으로 만족 못하는 게 요즘 여자들 심리인가 봐. 난 그럴 재주도 없고 처지도 못 되고.......”
“왜요! 어제도 말했지만 사모님은 아직도 젊고 미인이십니다.”
“호호호~!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정말에요. 치장하고 나가면 처녀인줄 알겠어요.”
준우는 어제의 분위기를 이어가며 진숙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은 들고 있는 맥주잔을 들고 마셨다.
진숙은 준우의 말을 돼 새기고 있었다. 분명히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하는 그의 표현이었다. 빈 잔에 맥주를 따르던 진숙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졌다.
“정말......!?”
“그럼요. 저는 사모님을 처음 봤을 때 따님인줄 알았어요. 저는 사모님 같은 여자가 좋아요.”
“그냥 인사치례로 하는 말이지?”
“아뇨! 적당한 키에 통통한 몸매와 서글서글한 사모님의 눈동자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주책없이 웬만한 남자들은 별로야! 훤칠한 외모에 믿음직스런 민비서는 여자들이 많이 따를 거 같아.”
“그런데 여자 복이 없는지, 아직 여자가 없네요.”
“내가 소개시켜줄까. 처녀 아니면 유부녀?”
진숙은 준우의 외모로 봐서 여자들에게 꽤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었다. 반듯해 보이기는 해도 그도 여자를 싫어하는 하지 않을 곳이라는 생각에 그녀가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준우는 그녀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거리낌 없는 그녀의 성격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준우는 진숙이 자신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그녀가 그의 마음을 시험해 보는 말이었다. 그는 드디어 계획대로 그녀가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는 것에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능청스럽게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하~! 웬 유부녀!?”
“남자들은 다 똑같잖아!”
“저는 별로 생각 없어요. 사모님 같은 여자면 몰라도.”
“농담하지 마.”
진숙이 하얗게 눈을 흘겼다. 그녀는 준우의 말이 싫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바라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어 놓았으나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더위를 느낀 그녀는 블라우스 앞섶을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스커트를 걷어 올리기도 했다. 스커트 밑으로 들어난 그녀의 허벅지가 유난히 선정적으로 느끼게 보였다.
진숙이 다시 얼굴에 손바람을 일으키더니 일어나서 거실 창문을 닫고 에어컨 스위치를 눌렀다. 에어컨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금방 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불륜관계가 된 유부녀와 젊은 남자가 침대위에 반 나신으로 포옹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화면을 주시하는 진숙이 준우를 의식하며 힐끔 쳐다봤다. 맥주 몇 잔을 마신 진숙의 눈빛이 흔들렸다.
“호호~! 사람은 다분히 동물적인 본능을 갖고 있는 거 같아.”
“신이 아니고 인간이니까요. 본능에 열중하는 것이 인간이구요. 외람된 말이지만, 사모님도 다른 남자를 생각해 본적이 있어요?”
“호호~! 아니라면 거짓말이지. 난 아직도 그 이에게 만족해보지 않았으니.........”
“회장님이 첫 남자는 아니지요?”
“그걸 물어 봐? 내 나이가 몇인데! 바보같이........”
술기운이 오른 진숙은 서슴없이 대답을 하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준우는 더 이상 체면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그녀를 유혹하기로 작정하였다. 그가 그녀에게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그의 눈빛을 의식한 그녀는 그때서야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내가 만약 사모님을 좋아한다면 어떡하겠어요?”
“무슨 말........!?”
“이를테면 말입니다. 내가 사모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어쩌겠느냐고요?”
“호 홋~! 좋아한다는 것, 기분 나쁘지는 안잖아.......!?”
준우의 그윽한 눈빛을 의식하는 진숙은 가슴 속이 뭉클하며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젊은 남자의 혈기를 느끼는 그녀는 새삼스럽게 여자가 된 심정이었다. 그를 의식하는 그녀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공연히 그의 시선이 앞가슴을 향하는 것 같아서 블라우스 옷깃을 여미었다.
그들의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으나 마음은 교감의 공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 진숙은 자신에게 관심 있는 눈빛으로 이따금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침묵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그들 사이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교감의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부부클리닉 단막극이 끝나고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성 전문가가 대학 교수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저서에서는 프로이드의 성 심리학 내지는 정신분석학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데요. 너무 파격적인 것이 아닌가요?”
“부부간의 현실에 있어서 인간은 생리적 생체적으로 실존적인 불안에서 탈피하려고 합니다. 이상의 오감도에서 제일의 아해, 제이의 아해 등의 문구는 정자로 보았습니다. 정자란 아해들의 원형이지 않습니까. 정자란 자궁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살아 남아야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지요. 질주하는 정자들의 공포는 곧 우리 인생의 실존적인 불안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부부간의 불만은 우리 인생의 실존적인 불안이고 자궁 속에 질주하던 정자 시절부터 우리라는 존재와 연관성을 가졌다는 말 아닙니까.”
“그리고 말이지요. 13이라는 숫자를 해석하면 1은 남성의 성기를 가리키고 3은 여자의 젖가슴이나 둔부를 가리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1과 3이 합해진 형태는 곧 성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는 말이죠. 인간의 성은 자유롭게 존중 받아야 합니다. 남자의 정자는 살기위한 무서운 질주입니다.”
난해한 문학의 해설을 듣는 준우와 진숙은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진숙에게 남편의 정자라는 것은 사실 무서운 질주가 아니고, 죽은 액체나 다름없었다. 때로는 그 죽은 액체마저 뿜어내지 못하는 고장 난 기계였다. 방송을 의식해서인지 교수는 여성전문가의 질문을 묘하게 피해 나갔고 질의와 대답을 하던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토론은 스텝자막과 함께 끝이 나고 있었다.
진숙이 준우를 의식하고 힐끔 쳐다보았다. 소파 등받이에 얹혀있던 준우의 팔이 스르르 밑으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진숙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사모님이 아름답습니다.”
“민비서..........”
준우와 시선이 마주친 진숙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술기운 탓인지 그녀의 입술이 유난히 붉게 들어나 보였다. 입술이 마주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녀의 마음속은 혼란해졌다. 민비서가 키스를 하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 그녀는 그의 키스를 가다렸다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 할 수 없었다. 그를 거부하기는 너무 늦은 것이다. 정말 그의 입술을 받아드려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그녀는 망설일 틈도 없이 눈을 사르르 감고 있었다.
준우가 진숙의 턱을 받쳐 들었다. 그녀는 남편이 아닌 나이어린 남자 앞에서 소녀처럼 가슴이 떨렸다. 입술이 맞닿고 그녀는 뜨거운 젊은 남자의 혈기를 느꼈다. 아! 얼마 만에 느껴보는 남자다운 젊은 남자의 향기인가. 그녀는 감탄하고 있었다. 입술이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녀는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진숙의 어깨를 당겨 가슴에 안은 준우는 그녀를 소파에 비스듬히 눕게 하였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었다. 잠시 주춤하던 그녀는 그의 혀를 받아 드렸다. 입안에 있는 감각의 돌기들이 남자의 혀끝의 움직임에 의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른한 감정 속에 빠졌던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가 혀를 깊이 빨아 당겼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온 몸이 빨려 들어가는 아찔함 속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민비서........”
“사모님.........”
준우는 진숙이 흥분하여 변화하는 표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스킨십으로 그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그는 쾌재를 불렀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이성의 문을 열고나면 육체적인 반응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혀와 혀가 엉키어 욕구의 불씨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준우의 손이 피아노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이 진숙의 블라우스 자락을 들치고 들어갔다. 브래지어를 밀고 올라가는 그의 손을 그녀가 붙잡았다.
“아, 안 돼.......”
“사모님. 사랑하고 싶어요.”
거부하는 말을 하는 진숙의 눈빛이 흔들렸다. 다시 입술을 벌리고 들어온 준우가 그녀의 혀를 강하게 빨아 당겼다. 그녀는 전류에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브래지어를 밀고 들어간 그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보듬었다. 그녀는 그때서야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아! 안 돼! 정말 어쩌지! 내가 왜 이러지?’ 하지만 그녀의 모든 감각들은 황홀한 늪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진숙은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 속에 빠져 허둥거렸다. 더 이상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맡긴다는 무언의 표현이었다. 준우의 손가락 사이에서 젖꼭지가 애무를 당하고 그녀는 몸속에서 불꽃이 활활 타 올랐다. 전위도 없이 남편의 성기가 몸속을 파고드는 순간의 좌절감과는 거리가 먼 짜릿함이었다.
남자의 손가락 사이에서 돌기를 일으킨 진숙의 젖꼭지가 구슬처럼 굴려지며 뜨겁게 달구어졌다. 준우는 결국 그녀의 블라우스를 헤치고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더니 젖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아! 젊은 남자의 입에서 불어나오는 뜨거운 열기! 그녀는 젖가슴이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현기증마저 느꼈다.
“미, 민비서.........”
“..........아름다워요.”
아름답다는 준우의 한마디는 열기를 느끼는 진숙의 가슴에 휘발유 같은 역할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보듬어 안으며 파르르 떨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그의 혀끝에서 농락을 당했다.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리는 희열에 빠져 들었다. ‘아! 어떡해. 난 몰라.........’ 그녀는 아우성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혀와 손끝으로 그녀를 뜨겁게 흥분시킨 준우는 소리 없는 희소를 흘렸다. 파도위에 배를 띠워 놓았으니 이제 배를 저어서 바다로 나가 환희의 항구로 떠나가면 되는 것이다. 거실 안에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제 제법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거실에서 그들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준우는 한쪽 젖가슴을 주무르며 다른 쪽의 젖꼭지를 혀끝으로 돌돌 말아 세우며 마찰하였다. 그리고 다른 손을 밑으로 뻗어 스커트 자락을 움켜쥐었다. 스커트 자락을 밀어 올리고 매끄러운 허벅지 살갗을 더듬었다. 점점 위로 올라간 그의 손바닥이 둔덕을 감싸고 있는 저각만한 팬티 위를 문질렀다.
촉촉하게 습기로 젖은 듯이 전해오는 팬티 위의 감촉! 그녀를 정복하기 보다는 준우 자신이 흥분할 지경이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그녀의 팬티 줄이 걸렸다. 그는 손가락에 걸린 팬티 줄을 끌어 내렸다. 그리고 더듬는 그의 손바닥에 둔덕을 감싸고 있는 음모가 잡혔다. 순간 그녀는 성적인 욕구를 느끼면서도 두려웠다. 더욱이나 가정부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의 손을 움켜쥐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안 돼. 강, 강릉댁이........”
“아름다워요. 못 견디겠어요.”
말을 잇지 못하는 진숙에게 준우는 사정하듯이 말했다. 블라우스가 벌어지고 브래지어가 말려 올라가 젖가슴이 들어나 있었다. 그리고 치켜 올라간 스커트 자락 밑으로 들어가 팬티를 끌어내리려는 그의 손을 잡은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 끓어오르는 욕구에 달아오른 그녀는 가정부 박 씨가 저녁 일을 끝내고 숙소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변명하듯이 읊조렸다.
“두, 두려워........”
“염려 말아요. 사모님과 나만이........”
준우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그는 진숙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제 갈림길에선 그녀가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거부할 생각도 못하고 그에게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준우는 순간적으로 긴장하였다. 그녀가 거부했더라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오직 자신의 감정과 성적인 유혹에 휘말린 진숙은 이성적인 윤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녀는 점점 가슴 속에 타오른 불길에 휘말리고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가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젊은 남자의 체취 속에 흐느적거렸다. 그녀 스스로 육체적인 희열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잇는 것이다.
진숙을 껴안은 준우는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그의 체취 속에 현기증마저 느끼는 그녀는 눈을 감고 꼼짝하지 않았다. 남자를 대하는 여자는 앙큼한 자기변명을 갖고 있다. 성욕에 눈이 먼 여자는 남자의 힘에 어쩔 수 없이 정조를 버렸다는 의미를 부각하고 싶어 한다. 그가 다시 키스를 하며 그녀의 걸친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준우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다음 행위를 연결하여 부드럽게 진행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툴게 행동하여 그녀가 거부감을 느끼게 하면 모든 것이 낭패였다. 그는 그녀가 느끼지 못하도록 우선 자신의 옷을 벗고 그녀를 발가벗겼다. 어느 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섬세한 그의 손놀림이었다.
준우가 진숙의 가슴 위로 올라가 끌어안으며 진한 키스를 했다. 그녀는 강렬한 그의 포옹에 자신을 맡기고 싶었고 아늑하고 편안한 침대에서 다시 그의 키스를 음미하고 싶었다. 결코 그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키스의 쾌락이 그녀의 존재를 씻어 버렸고 두려움마저 뿌리째 뽑아 버렸다. 그녀는 많은 비가 온 뒤의 불어난 강물처럼 자신의 몸에 흘러넘치는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준우의 가슴에 닿은 그녀의 젖가슴은 탐스럽게 솟아올라 있었다. 농도 깊은 키스 뒤에 준우는 진숙의 젖가슴을 둥글게 쓰다듬으면서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녀는 짜릿한 충격에 들이 마신 숨을 급하게 내뿜었다. 되도록 반응의 표시를 하지 않으려 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머리와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녀의 모든 손가락이 근육으로 들어난 그의 피부를 쓰다듬고 내려갔다.
“아..........!”
“음.............”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은 오직 육감적인 모든 감각에 몰두하였다. 그녀의 젖가슴이 그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녀의 젖꼭지를 탐닉하는 그의 손길이 점점 밑으로 뻗어 내려갔다. 보드랍게 음모가 솟아난 그녀의 둔덕이 그의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 밑으로 뻗어 내려간 그의 손끝이 보지를 문지르고 내려가 항문까지 잇닿았다.
“아 으........”
진숙은 진절머리 칠 것 같은 충격에 둔부를 꿈틀거렸다.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 준우는 손 끝에 묻어나는 촉촉한 액체를 의식했다. 이미 흥분한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샘물이었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으려 하지만 그 자신도 흥분하여 못 견딜 입장이었다. 그가 손바닥으로 보지를 문지르자, 그녀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 흐 으! 난 몰라.”
연한 해면체 같은 감촉을 느끼게 하는 진숙의 보지 살이 준우의 손바닥 안에서 꼼틀거렸다. 그의 손바닥 안에 보지 살이 마찰 될 때마다 그녀는 둔부를 비틀며 매달렸다. 그동안 장 인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노리고 있던 그에게 그녀는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정신 이상으로 자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여동생 정아를 떠올리는 그는 진숙이 스스로 무너져 고통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싶었다.--
진숙의 젖꼭지를 잘근거리며 씹는 준우는 음모사이에 돋아난 음순을 두 손가락 사이에 끼고 마찰을 했다. 그녀는 들이 마시던 숨을 멈추고 둔부를 들어 올리며 바동거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음순이 젖꼭지처럼 발기되었다. 그녀는 온 몸의 감각기관이 한군데로 몰리는 쾌감에 진절머리를 쳤다.
“아 으 흐! 미, 미치겠어. 하 우.........”
“좋아? 그러면 사랑한다고 말해!”
“미, 민비서! 사, 사랑.......해.”
“그래야지. 사모님은 사랑스러워.”
준우의 숨결도 높아가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진숙의 보지 속에서 흘러나온 샘물로 적셔져 끈적거렸다. 그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음순을 조몰락거리며 엄지손가락을 보지 구멍에 넣었다. 미끄덩하고 손가락이 보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녀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렸다.
“하 으~! 아, 안 돼. 미, 미 치, 겠,...... 어.”
진숙은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준우의 눈빛을 느끼며 숨넘어가는 신음을 흘렸다. 이제 그를 밀쳐내기보다는 오히려 그녀가 그의 손가락을 깊이 받아드리려고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쾌감으로 일그러진 눈빛으로 준우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밑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 우람하게 발기한 그의 페니스가 그녀의 허벅지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남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거대한 페니스에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준우는 고지를 점령한 전사처럼 희소를 흘렸다. 이제 그녀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집게와 중지 두 손가락을 한꺼번에 보지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그녀의 보지는 허기진 암사슴처럼 그의 두 손가락을 삼켰다. 그는 보지 속으로 들어간 두 손가락을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진퇴를 시켰다. 몇 번인가 보지 구멍 속으로 손가락이 거칠게 움직이고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애원했다.
“그, 그만.......아 하. 으 으.......”
여자가 육체의 문을 활짝 열고 있을 때 여자의 심정은 남성을 받아드리고 싶은 욕구뿐이었다. 준우는 방망이처럼 발기한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보지 입구에 대고 문질렀다. 연하고 부드러운 보지 살이 페니스의 귀두에 마찰 되었다.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쥐며 남자의 성기를 받아드리고 싶어서 둔부를 들어 올렸다.
준우는 거칠어진 숨을 흘리며 진숙의 온 몸을 더듬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자신의 하복부를 가져다댔다. 그리고 늪으로 변한 그녀의 보지 속으로 자지를 돌진시켰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눈동자를 홉뜨며 매달렸다.
“자, 자기야........아 항. 하 윽.......”
“헉~!”
페니스가 열탕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준우는 숨을 몰아쉬었다. 준우 역시 흥분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타오르던 그의 분노는 몽롱한 욕정으로 녹아 버렸다. 이제 이 세상의 어떤 힘으로도 그들을 떼어 낼 수는 없으리라.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억제했던 모든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터질듯이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몸속이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하 윽! 하 우, 아 하, 으 으, 하 아.........”
“사, 사모님은 대단.......해.”
준우는 헐떡거리면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진숙을 칭송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보지 속을 헤집는 자지가 진퇴할 때마다 반복적인 신음을 터트렸다. 너무나 긴 시간동안의 전위를 받은 탓인지 그녀는 격렬한 엑스터시의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그는 보지 속에 박힌 자지를 급히 뽑아냈다가 다시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때로는 좌우로 회전을 하며 보지 속의 예민한 피부들을 마찰시켰다.
“핫, 음, 읏, 하, 음, 핫, 읏, 헛.........”
“흠. 헉, 하, 헉........”
진숙은 짧고 반복적인 심음을 터트리며 준우의 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지가 빠져 나가면 그녀의 둔부가 따랄 올라오고 보지 속을 헤집으면 그녀의 나신이 출렁거렸다. 그녀는 자궁 속 깊은 곳의 뼈끝까지 자지가 잇닿는 쾌감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머리를 침대 쿠션에 집어넣고 허리를 활처럼 들어 올린 그녀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 우! 난 몰라. 자기야.”
“헉.......!”
바들바들 떠는 진숙은 준우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허우적거렸다. 준우는 보지 속에 틀어박힌 자지가 뜨거운 열탕에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섹스에 민감하고 강한 그녀는 진액마저도 많은 량을 흘려냈다. 그녀는 드디어 남편에게서 간혹 느끼려던 오르가즘의 절정에 도달한 것이었다.
온 몸의 피가 머리끝까지 역류하는 엑스터시 속에 헐떡이는 준우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인내를 했다. 힘줄까지 돋아난 자지가 열탕으로 변한 보지 속을 드나들고 있었다. 페니스가 빠져 나올 때마다 그녀 몸속에서 흘러나온 흥건한 진액이 보지 밖으로 밀려 나왔다. 그녀는 연달아 느껴지려는 쾌감에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핫, 난 몰라, 하우, 핫, 흠, 아하........”
“헉, 흠, 흣, 헉........”
그들의 끈적끈적한 신음과 헐떡이는 숨소리가 방안에 가득했다. 진숙은 남편과는 다르게 보지 속을 헤집는 정력에 감동하고 있었다. 아! 지칠 줄 모르는 젊음의 혈기! 그녀는 이제 세상의 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황홀함에 빠져 있었다. 그의 자지가 보지 속을 헤집을 때마다 흐느끼는 신음, 끈적이는 땀방울과 정액이 으깨지는 소리가 어우러져 흘러 나왔다.
“하우, 헉. 아 흐 으. 찌 거덕. 찌걱. 헉, 찌걱. 하우, 하 앙. 아 하.......
준우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진숙의 젖가슴을 적셨다. 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젖가슴을 둥글게 마찰을 하며 이따금 젖꼭지를 이빨로 깨물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그녀는 몇 번이었던가, 연이어 느끼는 오르가즘의 황홀한 늪 속에 빠져 몸부림쳤다. 처음으로 빠져 보는 희열에 그녀는 치를 떨었다.
“하 앙! 그, 그만. 미치겠어. 하 흐 으. 아하.......”
“허 억~! 나, 나도 못 참겠어..........”
진숙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준우를 올려다보았다. 더 오랜 시간 관계를 하고 싶은 욕구와 맥이 빠지도록 지친 그녀는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헐떡거리던 숨을 몰아쉬던 준우가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경직되었다. 그녀는 자궁까지 솟구쳐 들어올 듯이 그의 자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움을 느꼈다.
“핫~! 안에다 사정을........? 난 몰라. 너, 너무 좋아.”
진숙은 혼잣말처럼 종알거렸다. 정말 긴 시간동안의 정사였다. 나른함에 빠져든 그녀는 아직도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자지의 움직임을 느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을 흔들었다. 그녀의 가슴위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는 준우는 등에 맺힌 땀이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독백처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제 나 어떡하지.......!?”
“어떡하기는! 그냥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걸.”
준우가 진숙을 위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그녀가 두려움으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기다려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동안 그녀의 보지 속에 자지를 박아 넣고 있던 그가 부스스 일어났다. 특별히 해야 할 말도 없었다. 사랑이나 애정 따위의 겉치레도 없었다. 단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육체의 시간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것은 준우가 다음 계획을 위해 그녀를 희생양으로 이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장 사장은 약속대로 다음날 새벽에 KTX 열차 편으로 서울에 도착했다. 진숙은 아침 일찍 집에 들어온 남편을 보고 준우와 가졌던 정사를 떠올리며 자책감에 잠시 당황했으나 다른 날보다 반갑게 맞이했다. 장 사장은 아내가 웬일인지 생기 있는 모습으로 마지해주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웬일이지! 기분이 좋아 보이니. 내가 출장을 자주 가야겠구먼.”
“당신도 참! 이틀이나 외박을 하고 미안해서 그러지요?”
“하하하~! 외박은!? 회사일로 바쁜 사람인데.”
“누가 알아요! 다른 여자 만났는지.”
“오래간만에 여편네한테 질투 받는 것도 괜찮은데. 하하하.........”
진숙은 공연히 투정까지 했다. 그녀는 내심 준우와의 관계를 의식하는 죄책감을 무마하려고 했던 질투하는 척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침 식탁에 식구들과 마주한 준우의 표정은 변하지 않고 평상시나 다름없었다. 장 사장은 속이 안 좋다면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먼저 식탁에서 일어섰다.
수진도 장 사장을 뒤따라 일어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진숙과 마주앉은 준우는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일어섰다. 방으로 들어갔던 장 사장이 거실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식사를 하던 진숙이 식탁에서 일어나며 준우에게 시선을 향했다. 지난밤의 격한 정사를 떠올리는 그녀는 그가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 서운했다.
식사를 끝낸 준우가 거실로 나섰다. 진숙이 남편의 서류가방을 들고 그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녀가 하는 일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출근을 돕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그의 체취와 분비물이 몸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를 흘깃 쳐다보았다. 잠시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준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