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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를 바라보던 준우는 천천히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그를 인도 하듯이 조심스러움 발걸음으로 층계를 내려갔다. 거실을 지난 그녀는 소리 없이 현관문을 열고 기다렸다. 그는 그때서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스타킹을 벗어 들고 그녀에게 자신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준우가 대문 앞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은지가 철문의 잠금장치 스위치를 열어 놓은 상태였다. 철문을 열고 나서던 준우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거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은지의 눈빛을 의식했다. 은지는 이슬이 내리는 어두운 골목 어귀로 사라지는 그의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경멸할 수 없는 자신에게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꼈다.

 

 

은지는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그녀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지만 결코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혜림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보일 충격을 상상하며 오히려 묘한 희열을 느꼈다. 한편 그녀는 같은 여자로서 혜림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며 깊은 동정심을 느꼈다. 그녀의 예상대로 혜림은 훈련도 가지 않고 방안에서 두문불출하였다.

 

아침에 눈을 뜬 혜림은 머리가 무겁고 온 몸이 욱신욱신 쑤셨다. 그리고 몽롱한 의식 속에 지난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안개 속 같은 일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조차 없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복면을 한 남자의 모습, 몸속을 스며드는 옅은 통증,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끈적끈적한 느낌들이었다.

 

급히 몸을 일으킨 혜림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발가벗겨져서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알몸, 나른하고도 뻐근한 골반의 통증과 몸속에 남아있는 분비물, 사타구니에 남아있는 붉은 선혈의 흔적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것이 사실이고 결코 꿈이 아니었다. 넋을 놓고 앉아있는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당한 일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신을 원망하는 혜림은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약혼자에게 조차 지키려고 했던 순결이 하룻밤 사이에 파멸되고 만 것이었다. 그녀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창녀와 같은 심정으로 좌절감에 빠졌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식구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더욱이나 약혼자인 정민을 다시는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자멸감에 젖은 그녀는 한동안 소리 없는 통곡을 했다.

 

오전 내내 방안에서 혼자만의 고통스러움에 젖었던 혜림은 몸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씻어 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욕실로 가서 피부가 발갛게 되도록 타월로 문질렀다. 몸속에 남아있는 배설물을 씻어내려고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휘저었다. 그런데 왠지 알 수없는 짜릿함이 세포를 예민하게 자극하였다.

 

욕실을 나온 혜림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세상에는 순결을 잃은 처녀들이 얼마든지 존재했다. 그렇다면 잊어버리고 살아야 하는 건가. 그럴 수는 없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몸을 짓밟은 놈을 영원히 저주하고 싶었다. 자격지심에 방문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충격이었다. 그녀는 침대 속에 몸을 파묻고 혼란 속에 빠져 들었다.

 

혜림은 냉정한 태도로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분명히 약물에 중독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집안에는 그녀를 강제로 욕보일 남자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안으로 들어 왔을까. 그는 누구일까. 혹시 자신을 갖고 싶다던 약혼자 정민이 아닐까. 정민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민이 파렴치한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혜림은 사흘 동안 물만 마시며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에 조 창식이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왔다. 그 시간에 은지는 모텔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창식이 딸의 이층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대뜸 혈압을 높이면서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혜림에게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된 거야?”

“........”

 

혜림은 말없이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앉았다. 조 창식이 그녀 앞에 CD가 들어있는 케이스를 집어 던졌다. 그는 회사에서 발신인이 없는 소포를 받았다. 무심코 소포를 뜯어본 그는 경악하였다. 발가벗겨진 딸이 복면한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사진과 영상 CD, 그리고 이억을 내놓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시키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였다.

 

폭력조직 생활을 했던 조 창식이지만 딸이 강간을 당하고 협박을 받으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저지른 것처럼 몸서리치며 분노하였다. 그는 자신은 명함을 내놓을 수 없는 학력과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가졌지만 자식들만큼은 훌륭하게 키우고 싶었다.

 

창식은 자신이 이런 일로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하였다. 혜림의 약혼자 정민은 국회의원의 아들이었다. 만약 딸이 강간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 정민의 집안에서 당장 파혼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은 창식의 꿈이 산산조각 부서지는 일이어서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식의 분노는 당사자인 혜림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창식이 들고 있던 사진과 시디를 침대위에 던졌다. 침울한 표정으로 있던 혜림은 아버지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강간을 당한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릴 수 없었다. 그녀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더럽혀졌기에 혼자만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침대위에 흩어진 사진을 보고 그녀는 더욱 경악하였다.

 

혜림은 사진 속에 발가벗겨져 강간을 당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떨어트렸다. 문제는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하였다. 상대는 의도적으로 강간을 하고 사진 촬영까지 한 것이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친 호흡으로 씨근덕거리던 창식이 다시 물었다.

 

“어떤 놈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된 거냐고!?”

“.........”

 

혜림은 여전히 말없이 눈물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창식은 답답한 시정으로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딸에게 묻는 자신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딸이 상대가 누구인지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만약 사돈이 될 집에서 알면 망신만 당하는 것이었다.

 

창식은 잊혔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도 사진 속의 남자처럼 스타킹으로 복면을 하고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인과응보인가, 그는 한숨을 내쉬며 딸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좌절감에 젖었다. 그는 귀하게 키운 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떻게든지 일을 무마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폭력조직에 몸을 담았던 조 창식은 누구보다도 이런 일에 익숙했다. 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범행이라고 판단한 그는 협박편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상대의 요구를 들어 준다는 것은 그와 혜림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딸을 결혼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잊을 수 없는 고통이기도 했다.

 

조 창식은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한 가지 계책을 마련하였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붙잡는 일이었다. 상대는 이억의 현금을 검은 비닐에 담아서 지하철역에 있는 보관함에 넣고 잠금장치 비밀 번호를 지정한 커피숍 편지꽂이에 꽂아 놓으라는 것이었다. 커피숍은 보관함 옆에 있었다. 

 

상대의 요구대로 창식은 지정한 약속시간에 지하철역의 보관함에 돈을 넣고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커피숍의 편지꽂이에 꽂아 놓았다. 대신 그는 예전에 같이 행동하던 폭력배 수하조직원들을 지하철 보관함 주위에 배치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그는 자신의 슈퍼마켓 사무실에서 서성거리며 조직원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나도 조직원들에게서 연락이 없어 창식은 초조해졌다. 그때 오토바이 헬멧을 쓴 퀵서비스 배달원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퀵서비스 배달원이 그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조직원의 연락을 기다리던 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상자를 뜯었다. 텅 빈 상자 속에는 쪽지 하나가 덜렁 들어 있었다. 

 

[딸을 사랑하는 당신의 의지를 시험해 봤습니다. 감시의 눈이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한번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딸의 이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갈 것입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직접 내일 오전 X시에 현금이 든 검은 비닐 봉투를 들고 XX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기다리십시오. ----------------- 인내심이 없는 천사 드림]

 

쪽지를 읽는 창식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였다. 분통이 터진 그는 쪽지를 팽개쳤다. 놈은 창식의 계략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창식은 더욱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잘못되어서 딸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다면 큰 낭패였다.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상대의 요구를 들어 줄 수는 없었다. 놈의 요구를 들어 주는 대신 모험을 해보는 방법뿐이 없었다.

 

다음날 조 창식은 수하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하였다. 물론 딸에 관한 사항은 수하에게 비밀로 하고 사업관계 때문에 잡아야한다고 말했다. 지정된 지하철역에 그는 고액권의 현금이지만 꽤 무게가 있는 검은 비닐 팩을 들고 나갔다. 그리고 출구와 승강장 주변에 수하들을 배치했다. 긴장을 한 그는 승강장에 서서 주위를 왕래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폈다.

 

창식은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의심이 갔다. 초초해진 창식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상대가 지정한 시간이었다. 지하철이 한 대 들어오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탑승하였다. 그러나 그를 향해 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이 가버리고 다시 시계를 보니 지정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서성거리는 창식은 낙심을 했다. 놈이 눈치 챈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요구를 하려는 것인가. 또 다시 지하철이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줄지어 서있던 사람들이 지하철 객차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창식은 놈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창식은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무모한 행동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태운 지하철 객차가 출발 하려는 것 같았다. 객차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는 아차! 싶었다. 그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그가 들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낚아챘다. 그리고 그가 숨을 들이마실 사이도 없이 비닐봉지를 낚아챈 사람이 객차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

 

지하철 객차가 출발하였다. 상대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쳤던 창식은 뒤뚱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근처에 있던 수하들이 그에게 달려왔다. 그는 사라져가는 지하철 객차 유리창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객차 안은 혼잡하였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젊은 남자가 인파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는 검은 터널 속으로 사라지는 지하철 객차를 닭 쫓던 개처럼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모텔에서 장부 정리를 하고 있는 은지는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즘 며칠 동안 남편은 예전보다 더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준우가 남편 사이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직감할 수 있었다. 남편은 혜림이 강간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편이 어떻게 대치할는지 그녀는 궁금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고 툭하면 소리를 지르고 짜증만 냈다.

 

장부정리를 끝내면 은지는 오전 중에 수입금을 은행에 입금시키는 것이 일과 중에 하나였다. 남편이 항상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입금액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히 모텔 운영에 대해 별도로 남편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수입금이 작으면 남편은 은지를 다그치며 언성을 높여 분풀이를 한다. 은행에 가려고 사무실을 나서던 은지는 손가방을 열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 것이다. 그녀에게 이따금 생활비 문제로 친정식구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하지만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그녀는 고객의 문의 전화려니 생각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화이트 하우스입니다.”

“나, 준우야.”

 

“네.......!?”

“나, 준우라고. 은지 맞아?”

 

은지는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날 밤 이후로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웬일로 전화를 했을까? 그녀는 조금 긴장이 되어 핸드폰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신음소리처럼 낮은 목소리로 간단히 대답했다.

 

“응......!”

“XX호실 키를 종업원에게 맞기고 왔는데, 들어가 봐! 은지에게 전달하는 물건이 있으니.”

 

“........무슨?”

“가보면 알아. 잊어버렸던 은지 물건이니까. 행복하기 바랄게.”

 

은지는 준우가 갑자기 무슨 물건을 준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물어 볼 사이도 없이 그가 전화를 끊었다. 주춤거리던 그녀는 발길을 돌려 사무실에서 객실 키를 들고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준우가 말하던 XX호실 방문을 열었다. 야간에는 종업원에게 맡기고 그녀가 없는 탓에 누가 호실에 묶었는지는 모른다. 

 

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든 것이 정상대로 정리되어 있고 객이 묶었던 흔적은 없었다. 은지는 룸 안을 둘러보았다. 응접탁자 위에 놓인 검은 가방이 눈에 띠었다. 무슨 물건일가? 그녀는 소파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검은 비닐 팩이 들어 있었다. 비닐 팩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먼저 편지를 펼쳐 들었다.

 

[은지! 미안해. 은지의 행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은지가 행복하기를 바랄게. 은지 남편에게 받은 것이지만, 원래 은지의 몫이었어. 비록 금전으로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돌려주는 거야. 언젠가는 은지의 행복한 모습을 볼 것이라고 생각해.------------시간의 문턱에서; 준우]

 

편지를 읽는 은지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그녀는 편지를 내려놓고 비닐 팩을 열었다. 비닐 팩에 들어 있는 것은 오천 원 권의 돈다발들이었다. 돈이란 삶에 필요한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경제적인 욕구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녀가 돈을 조건으로 결혼한 것은 친정식구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친정식구를 위해 희생하고 남편과 결혼한 은지는 뒤늦게 후회하였다. 인생에 그녀가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였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준우였다. 그녀의 마음만은 준우의 여자가 되어 살아가는 심정이었다. 아니 그녀의 몸도 이미 준우의 여자였다. 그녀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무덥던 여름이 물러가고 정원에는 낙엽이 한잎 두잎 떨어지고 있었다. 모처럼 한가한 휴일을 맞이한 수진은 준우와 함께 정원에 나와 있었다. 정원 한쪽에는 뒤늦게 핀 장미송이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그동안 수진은 준우와 애정을 느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들어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떨어진 단풍나무 낙엽을 집어든 준우가 수진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그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는 슬며시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뒤에 단풍나무 낙엽을 집어넣었다. 넋을 놓고 그녀가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어 맛!”

“하하하........”

 

수진의 놀라는 표정에 준우가 폭소를 터트렸다. 벌레가 옷 속으로 들어 온줄 알았던 그녀가 눈을 하얗게 흘겼다. 그녀는 손을 뒤로 뻗어 단풍잎을 꺼냈다. 그리고 주먹을 쥐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환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피해 정원을 맴돌았다. 약이 오른 그녀는 그를 붙잡으려고 그의 뒤를 쫓았다.

 

“가만 안둘 거야.”

“하하~!”

 

수진은 울상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도망을 하던 준우가 마지못해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눈을 흘기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진 단풍잎을 한 움큼 집어 들고 그의 목덜미에 넣으려고 했다. 그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드잡이를 했다. 준우가 그녀의 양 어깨를 껴안듯이 붙잡았다.

 

“항복! 그만........”

“미워 죽겠어........!”

 

준우가 수진의 어깨를 붙잡고 토닥였다. 그녀가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며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상큼한 표정을 지은 그녀의 큰 눈동자가 햇빛에 반짝였다. 그녀가 이토록 스스럼없도록 변하게 만든 것은 모두 준우의 계획이었다. 그동안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빼앗으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그들은 정원수 밑의 벤치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준우는 슬그머니 수진의 손을 잡았다. 가끔 출퇴근길에 만나서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면서 그들은 손을 잡는다거나 가벼운 스킨십 정도에는 익숙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다만 식구들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는 현관 쪽을 바라보고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문득 준우는 요즘 연주회에 바쁜 그녀의 일정이 궁금했다.

 

“다음 주에는 뭐해?”

“아, 참! 다음 주에 준우 씨가 춘천까지 데리러 올수 없어요?”

 

동그랗게 눈을 치켜뜬 수진이 준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 그녀는 서울시에서 초청한 중국 교향악단과 합동 연주회가 있어서 춘천으로 갈 계획이었다. 연습을 하기 위해 하루 전에 갈 때는 합창단 버스로 가지만 돌아올 때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움직였다. 그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춘천!?”

“네. 춘천에서 중국 교향악단 초청 연주회가 있어요. 합주연습하기 때문에 하룻밤은 거기 있을 거 같은데”

 

“그럼, 무슨 대가가 있지?”

“못 됐어! 꼭, 무슨 대가를 바래. 뭐가 필요한데요?”

“음........뭐가 필요할까!”

 

수진이 입술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 짓궂은 표정을 한 준우는 그녀의 윤기 흐르는 입술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눈을 흘겼다. 준우는 개구쟁이처럼 쑥스러운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응.......입술 정도라면........”

“정말 못 됐어. 엉큼하게.......”

 

수진이 준우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그러나 그녀보다 빠르게 그가 그녀의 팔을 붙들고 꼼짝 못하게 껴안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다. 그럴수록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식구들이 보고 있을 것 같아서 현관과 거실 창문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햇빛에 반사되는 유리창 너머를 볼 수 없었다.

 

“하지 마. 식구들이 본단 말이야.”

“보면 어때. 죄짓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을 의식한 준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햇빛에 반사되는 유리창 안을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앉은 앞의 작은 연못에는 붉은 이어들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머쓱한 표정을 지은 그는 연못에 작은 돌을 던졌다. 연못에 일어나는 파문에 잉어들이 쌍쌍이 되어 꼬리를 흔들며 도망쳤다. 그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수진 씨도 결혼할거 아냐! 이상형이 있어?”

“.........”

 

갑작스런 물음에 수진은 발끝으로 땅바닥의 흙을 긁적거렸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이제까지 남자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굳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남자도 없었다. 지금 순간에 그녀 가슴에 감정의 불꽃을 일으키는 남자는 준우였다. 그녀는 바로 당신 같은 남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장미 꽃송이를 만지며 엉뚱한 말로 대답을 회피하였다.

 

“여름이 지나니, 장미가 더 아름답네.”

“장미.......!? 요즘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뭔데요.......!?”

“음........! 내 앞에 있는 수진 씨!”

 

“피 잇~! 정말 여자들한테 상습적으로 그런 말 하나 봐.”

“아닌데.”

 

수진은 강한 어투로 말하는 준우를 힐끔 쳐다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여자는 자신을 칭찬하는 남자에게 깊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녀에게 하는 준우의 말은 모두 의도적이었다. 그는 그녀도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다음 단계를 위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다.

 

준우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여자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애정 표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다분히 감상적이고 이지적인 여자들이 오히려 논리적인 남자보다는 카리스마와 포옹력 있는 남자를 선호한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준우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수진 씨, 눈 속에는 반짝이는 별이 담겨있어.”

“피 잇!”

 

“내가 수진 씨 눈동자 속에 별이 되고 싶어.”

“네! 무슨.........?”

 

무심하게 듣고 있던 수진이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녀는 준우의 말을 음미하면서 당황하였다. 그녀의 마음도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애정인가. 그녀는 가슴속에 느끼는 감정을 헤아려 본다. 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내가 수진 씨, 미래를 지켜주고 싶어.”

“지금 프러포즈하는 거예요?”

“왜!? 우리 솔직해지자고. 수진 씨도 내가 싫지 않잖아.”

“그렇지만........! 우리가 알게 된지도 얼마 안 되고,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몰라서.......”

 

“수진 씨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사랑을 원하잖아!”

“하지만, 아직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수진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는 정말 미래를 같이 할 남자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다만 자유롭게 연애하고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서 작은 연못 속의 잉어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실의 커튼 사이와 수정의 방 창문에 반짝이는 눈빛들이 있었다. 늦은 밤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집에 들어온 수정은 늦도록 잠을 자다가 깨어 일어났다. 그녀는 무심코 창가로 다가서다가 벽 옆으로 몸을 숨겼다. 수진과 준우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모습이 아니고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었다. 수정은 순간적으로 시샘이 났다. 아직 어린 나이의 그녀이지만 준우가 자신만의 오빠인 줄 알았다. 아니 그녀의 미음을 헤아려주는 남자였다,

 

거실 커튼 사이로 정원을 내다보는 눈동자는 고 진숙이었다. 그녀는 수정보다 먼저 준우와 수진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이 호스를 빼앗으려고 옥신각신하며 물세례를 받고도 정겨워 하는 표정, 때로는 준우에게 어깨를 껴안기면서도 거부하지 않는 수진의 모습에 진숙은 불같은 질투를 느꼈다. 아무리 가족들이 알아서는 안 될 은밀한 육체관계를 했던 사이지만 진숙 그녀도 여자였다.

 

커튼 자락을 붙들고 있는 진숙의 손이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준우와의 정사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감정은 윤리나 도의적인 이성에서 벗어나서 단순했다. 단지 그의 우람한 남성이 몸속을 가득 채웠을 때의 황홀한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한창 성욕에 무르익은 그녀에게 준우와의 정사는 마약과 같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존심으로 준우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고,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고 다시 그의 여자가 될 시간도 없었다.

 

거실 창문을 내다보는 진숙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어났다. ‘안 돼! 내 눈앞에서 너희들은 다정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혼잣말을 뇌까린 그녀는 부리나케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소리가 나도록 현관문을 열어 젖혔다. 요란한 현관 문 소리를 듣고 준우와 수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현관문으로 나온 진숙은 빗자루를 집어 들고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쓸어 붙였다. 이미 강릉댁이 청소를 끝내서 깨끗한 바닥이었다. 수진은 물건을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후다닥 일어나서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준우의 표정은 달랐다. 진숙과 준우는 식구들이 알아서는 안 될 육체관계를 맺은 사이였다. 그것은 준우의 계획 일부이기도 했다.

 

어정쩡하게 일어선 준우는 어떤 태도를 해야 할는지 잠시 망설였다. 곁눈질을 하는 진숙의 태도는 분명히 질투였다. 일찍 닥친 상황이지만 준우는 진숙과 수진 사이에 질투를 유발 시킬 계획이었다. 그는 진숙이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회피하거나 변명할 필요는 없다고 준우는 판단했다.

 

수진이 먼저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준우는 천천히 걸어가며 기지개를 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는 진숙이 힐끗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초리를 의식했다. 하지만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거실로 들어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온 그는 피식 하고 희소를 흘렸다. 생각보다 일찍 두 여자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방문이 벌컥 열렸다. 수정이 당돌하게도 준우의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방문 을 열고 서서 그에게 눈을 흘기고 있었다. 준우가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니 그녀는 왠지 잔뜩 토라진 표정이었다.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그녀는 도전적으로 허리에 팔을 짚은 자세로 그를 노려보았다.

 

“오빠! 그러는 거 싫어.”

“뭘.......!?”

 

“언니한테 다정하게 하는 모습 싫다고!”

“같은 집에 사는 식구니까........”

 

준우는 비로소 수정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계획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조금은 곤혹스러웠다. 어린 나이지만 그녀도 분명히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수정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수롭지 않은 말투를 흘렸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녀는 뒷집을 짚고 벽에 기대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싫단 말이야. 언니가 좋아?”

“미라 언니잖아! 한 집안에서 어떡하니?”

 

“피 잇~! 그게 아닌 거 같은데........”

“미라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거야.”

 

수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준우는 토라진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거리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이고 층계를 뛰어 내려갔다. 통통 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준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준우의 머릿속에는 토라진 수정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어리다고 했던 그녀의 자태에서 상큼하고도 성적인 매력을 지닌 여자를 느낄 수 있었다. 준우는 스스로의 감정을 되새겨 보았다. 수정을 여자로 대한 적이 있었던가. 물론 당돌하게 입맞춤을 해오는 그녀의 입술을 순간적인 감정으로 접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보다는 세상을 달리한 여동생 정아를 대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 짙었다. 그는 애써 수정에 대한 묘한 감정을 지우려고 했다.

 

진숙은 준우의 무표정한 모습에 더욱 애가 탔다. 설마 순간적인 충동적인 육체관계였다고 해도 눈길 한 번 안주고 외면을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오늘따라 유난히 준우의 눈치를 살폈다. 남편이 들어오고 식구들이 식탁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준우는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평상시 식사가 끝나면 오래지 않아 장 인호는 당뇨와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이내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그러나 그는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조 창식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 창식은 장 인호를 피붙이 가족보다도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창식은 평소에도 인호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의논했었다. 곧 결혼해야할 혜림이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창식에게 들은 장 인호는 왠지 꺼림칙했다. 스타킹으로 복면하는 것이나, 밤중에 침입하여 강간하고 거금의 돈을 요구한 점은 그가 폭력조직원 시절에 사용했던 수법이기도 했다. 

 

장 인호는 창식의 말이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길함을 지우려고 고개를 저으며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는 아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직도 처녀같이 탄력 있는 아내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그는 마른 침을 삼켰다. 물론 나이 차이가 많은 아내의 선정적인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 창식의 딸이 강간 당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성욕을 느낀 것이다.--

 

 

 

진숙은 남편이 잠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에게 시달리는 밤이면 더욱 잠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그녀의 성적인 만족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루증에 페니스도 왜소한 남편은 항상 혼자만의 욕구를 충족하고 떨어져 나가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타오르는 욕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인호는 눈치를 살피는 아내를 불렀다.

 

“뭐 해? 대충하고 이리와!”

“자........! 잠간 만요! 아줌마 김치 담구는 거 도와주고 올게요.”

 

진숙은 얼떨결에 핑계를 대고 방을 나왔다. 그녀는 남편이 잠자리를 요구를 해 올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남편과의 잠자리는 그녀에게 고통이었다. 막상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니 강릉댁이 벌써 김치를 담아서 총에 넣는 중이었다. 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남편의 눈치를 살피느라 볼륨을 줄였다. 하지만 그녀는 텔레비전이 안중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따금 이층 층계를 올려다보았다.

 

진숙의 머릿속에는 온통 수진과 연인처럼 다정하게 있던 준우의 모습이었다. 지금쯤 그도 잠들었을까. 어떻게 한 번도 내려오지 않는 걸까.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준우가 원망스러웠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잡념을 떨쳐 버리지 못하던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지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그녀는 눈을 떴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이었다. 진숙은 소파에 일어나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모두 불만족이었다. 그녀는 잠옷 사이로 들어난 젖가슴을 집어넣으며 보듬었다.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걸리며 짜릿함을 느꼈다. 욕구대로 살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녀는 공연히 사타구니 사이를 문질러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진숙은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침대로 다가가 가만히 모포를 들추고 들어갔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남편이 잠결에 꿈틀 거리더니 그녀의 젖가슴으로 팔을 뻗었다. 그녀는 갑자기 남편이 타인과 같은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남편이 아닌 뜨거운 가슴에 안기고 싶었다.

 

진숙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준우를 의식하는 그녀의 시선이었다. ‘아! 참을 수가 없어!’ 그녀는 허벅지에 힘을 주어 보지를 조였다. 채우고 싶은 욕구! 그녀는 진우의 남성을 받아드렸던 순간의 벅찬 희열을 떠 올렸다. 그가 잠들었을까. 나를 잊기로 한 것은 아닐 테지. 그도 어쩔 수없는 환경에 나를 안지 못할 거야.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릴지도 몰라.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을 위로하며 모포를 젖히고 일어났다.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욕정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침대를 벗어난 진숙은 까치발로 걸어서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둠에 쌓인 거실을 둘러보고 층계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왠지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준우의 방문 앞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당황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짐하며 그녀는 살그머니 준우의 방문을 열었다.

 

침대등불만 켜진 방안에 준우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엎드려 책을 보고 있었다. 진숙은 소리 없이 방문을 닫고 벽에 기대서서 그를 주시했다. 막상 그의 방으로 들어오니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해야할지 모르겠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를 본 그녀의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허공에 서 잇는 것처럼 자신의 모습은 사라지고 타인으로 서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의 내용에 깊이 빠져있던 준우는 묘한 인기척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보고 그는 흠칫 놀라 일어나 앉았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흰 잠옷을 걸친 진숙이 귀신처럼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일초, 아니면 이초 삼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뒷짐을 짚고 서있던 진숙이 미끄러지듯이 침대로 다가갔다.

 

진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포를 들추고 침대위에 오른 그녀는 준우를 등지고 모로 누웠다. 그녀는 준우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준우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질투를 하는 여자의 집념의 불길은 남자의 야심과 같은 것이었다. 질투의 화신이 되어 찾아온 그녀였다. 그는 슬며시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그때서야 그녀가 토라진 말투를 흘렸다.

 

“나를 잊은 거야?”

“아니, 사모님을 어떻게 잊어요!”

 

“수진이가 좋아?”

“좋은 것 보다는 한집안에서 어쩔 수 없지요.”

 

준우는 진숙에게 수정 이와 똑같은 질문을 받았고 같은 대답을 했다.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그녀들의 질문에 준우는 여자들은 모두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에게 윤리적이거나 도의적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단지 성적인 욕구를 참지 못할 뿐이었다. 그는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 줄 필요도 없었다.

 

준우는 서슴없이 진숙이 걸치고 있는 잠옷을 벗겨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팬티와 셔츠를 벗어 내렸다. 그는 그녀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한창 무르익은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아직은 탄력이 넘치면서도 농익은 그녀의 몸매를 보고 준우는 왠지 모르게 혜림의 각선미 있는 몸매를 떠올렸다.

 

혜림은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싱싱한 처녀의 육체여서 정신적인 환희가 곁들여진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복수의 대상으로 정복한 혜림의 육체는 신선하고 향긋한 풋사과 같았다. 그러나 스스로 육체의 문을 열고 다가오는 진숙은 농익은 열매였다. 성감에 민감한 진숙의 몸은 남자를 받아드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상대를 즐겁게 하는데 능숙하였다.

 

준우의 손길을 의식하는 진숙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성욕의 불길 속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어떻게 해 줘!’ 그녀는 순간의 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준우가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길 때 그녀는 스스로 어깨와 허리를 들어 올리며 그를 편하게 도왔다. 서로가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그가 그녀를 가슴 아래 끌어안았다. 그때서야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가 눈을 뜨고 새치름한 눈빛을 하였다.

 

“수진인 안 돼. 내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있는 거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후후~! 질투하는 거야?”

“묻지 마. 나도.........”

 

진숙은 자신도 여자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목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준우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위에 포개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허겁지겁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그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동물적인 욕구에 휘말린 그들에게는 말이 필요 없었다.

 

입술과 입술이 부딪고 마찰하며 뜨거운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진숙은 능동적으로 준우의 어깨를 움켜잡고 그의 입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허벅지에 잇닿는 그의 페니스가 우람하게 발기되는 것을 느끼고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입속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혀를 강하게 빨아 당기며 잘근잘근 씹었다. 흥분하여 허우적거리는 그녀는 바로 준우가 목표로 삼고 있는 복수의 희생양이었다.

 

꿈틀거리며 매달리는 진숙의 몸짓은 발정을 일으킨 암사슴 같았다. 준우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둥글게 또는 위로 밀어 올리며 쓰다듬었다. 활화산처럼 욕정의 불길에 휩싸인 그녀는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예민한 성감의 돌기가 돋아났다. 그가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 가운데 솟아난 젖꼭지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아! 자기야...........”

“..........”

 

밑을 내려다본 진숙은 준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몽롱한 눈빛을 하였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입속으로 빨려 들어온 젖꼭지를 혀끝으로 농락하였다. 참을 수 없이 흥분한 그녀는 다리로 그의 허벅지를 감으며 파르르 떨었다. 번갈아 양쪽 젖꼭지를 유린하는 그의 혀가 점점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겨드랑이, 배꼽, 허리를 지나 내려간 그의 혀가 둔덕을 덮은 음모를 핥았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입김이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를 뜨겁게 달구었다. 항문 근처에서 음순까지 아래위로 훑고 지나가는 그의 혀끝에 클리토리스가 거치적거렸다. 그녀는 보지 근처에서 전달되는 짜릿함이 보지 속의 세포까지 건드리는 쾌감에 파르르 떨었다.

 

“읏~! 모, 못 견디겠어........”

“그렇게 좋아......!?”

 

“하 읏! 모, 몰라.........”

“좋으냐고?”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날 외롭게 안할 거지?”

 

준우는 진숙이 성욕의 포로가 될수록 장 인호가 고통스러워할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다. 진숙은 준우의 전위행위만으로도 황홀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폭발할 것 같은 욕구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녀의 끓어오르는 심정을 의식한 것처럼 그는 보지 입구를 핥기 시작했다. 보지 입구의 민감한 살갗을 핥기 시작하고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렸다.

 

“하 윽! 난, 난 몰라.......”

 

온 몸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리는 것 같아서 진숙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보지를 빨리는 순간 그녀의 허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정신이 아찔하고 자지러질 것만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혀가 보지 속을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눈동자를 홉뜨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로서 펠라치오는 처음이었다.

 

“아 항! 거, 거기를.......안 돼.........”

 

하지만 밑으로 뻗은 진숙의 손은 준우의 머리를 끌어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의 혀를 더 깊숙이 받아 드리고 싶은 충동에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보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기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보지속의 신경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쾌감에 고개를 흔들었다.

 

“미, 미치겠어........하 윽! 어 떡 해.......”

“그만 할까?”

“모, 몰라. 주, 죽겠어........”

 

준우는 먹잇감을 잡아놓고 쳐다보는 눈빛으로 진숙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 아래에는 샘물로 적신 보지의 진홍빛 살갗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입술을 벌린 그녀는 지극히 갈구하는 눈빛으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희소를 흘린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렸다. 그의 시야에는 그녀의 보지 구멍이 동굴처럼 벌어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기둥처럼 솟은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보지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 윽! 자, 자기야........”

 

진숙은 보지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준우는 결코 서둘지 않았다. 보지 속에 페니스를 넣은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원하는 욕구는 다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하나가 된 셈이다. 그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그때서야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가 지그시 내려다보며 물었다.

 

“내가 좋은 거야? 아니면 이게 좋은 거야?”

 

준우가 보지 속에 들어가 있는 페니스에 힘을 주며 물었다. 보지 속에 가득한 페니스를 의식하는 그녀는 끓어오르던 욕구에 만족하고 안정감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아 보이다가 하얗게 눈을 흘겼다.

 

“못 됐어........! 묻지 마.........”

“섹스를 좋아하는 군.”

 

순간 진숙은 준우의 등을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가 그녀의 보지 속 깊숙이 페니스를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궁 속 깊이 뼈끝까지 그의 자지가 닿고 골반이 뻐근해짐을 느꼈다. 남편의 왜소한 자지보다 엄청난 우람함이었다. 그의 등줄기에 손톱이 박히도록 움켜쥔 그녀가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으! 너무.........커서........, 기, 깊어.........!”

“싫어?”

“아, 아니. 더, 더.........”

 

준우는 소리 없이 코웃음을 흘렸다. 고개를 저으며 매달리는 그녀는 더 이상 장 인호의 아내가 아니었다. 오직 성감의 회오리에 쌓인 동물에 불과했다. 준우도 마찬가지로 성욕에 휩싸인 들짐승이 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보지 속 깊숙이 페니스를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방안에는 습한 열기와 헐떡이는 숨소리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하 아, 으 하, 하 으으, 사, 사랑해. 하 응.........”

“으 흐. 허 음, 헉. 허 윽.........”

 

진숙은 준우의 페니스가 보지 깊숙이 밀고 들어갔다가 빠져 나올 때마다 허리를 들어 올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보지 속에 틀어박힌 페니스가 숨겨진 피부들을 마찰하며 성감의 극치를 이루었다. 쾌감을 참지 못하는 그녀는 이따금 그의 팔을 당겨 입술로 깨물었다.

 

“헛, 흡, 헛, 흡, 핫, 앗, 음.........”

“흠, 으, 핫. 엇. 으.........”

 

진우의 페니스가 반복적인 진퇴운동을 하고 그들의 짧은 신음소리는 규칙적으로 흘러 나왔다. 그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그녀의 젖가슴을 적셨다. 그녀는 다리를 올려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페니스가 보지 속을 드나들 때마다 그녀의 발가벗은 나신이 율동을 이루며 흔들렸다. 피부와 피부가, 땀방울과 진액이 부딪는 마찰하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하 으, 핫, 음. 찌걱. 쩌 걱, 찌거덕, 하 웅, 으 하, 핫, 으 흐. 하 으. 찌걱........”

 

진숙은 엑스터시의 능선을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벌거벗은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몸부림치고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황홀한 희열의 늪 속을 넘나들며 허우적거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준우도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헉. 흑, 크윽, 헛, 핫.......”

“하 윽, 으 윽, 하 아. 우 흠........”

“찌걱, 쩌그덕, 쩌 걱, 찌그덕. 쩌걱........”

 

점점 거칠어지는 신음 소리와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마찰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준우는 금방이라도 사정 할 것만 같았다. 그는 진숙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보지 속으로 깊숙이 자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빼내면서 좌우로 회전을 하며 돌진 시켰다. 순간 진숙은 보지 속으로 들어온 페니스가 목구멍까지 파고드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하 악! 너, 너무 해.........”

“허 걱.........!”

 

준우는 페니스가 터질 것처럼 옥죄이는 것을 느꼈다. 베개를 끌어당겨 파묻고 있는 진숙이 허리를 들어 올리며 허벅지에 힘을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까마득한 허공으로 치솟다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격렬한 엑스터시를 감당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으려고 베개를 끌어당겨 입을 막았다. 그러나 그녀의 신음 소리가 처절하게 흘러나왔다. 

 

“난 몰라. 하 윽! 주, 죽겠어. 하 윽!”

 

진숙은 바들바들 떨며 준우의 허리를 끌어안고 매달렸다. 그녀는 모든 삶을 받칠 정도로 극한 오르가즘을 느낀 것이다. 경련을 일으키며 온 몸에 힘을 준 그녀는 그의 가슴속에 매달리며 파르르 떨었다. 거친 호흡을 뿜어내던 준우는 페니스로 채워진 보지속이 뜨거운 열탕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섹스를 밝히는 그녀는 역시 흥건한 진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늪으로 변한 그녀의 보지 속 피부들이 살아 움직이듯이 꼼틀거렸다.

 

“........!”

“........!”

 

준우는 꼼작하지 않고 진숙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는 왠지 사정하는 것이 아쉬웠다. 침묵 속에 그들은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고 벽시계의 시침이 뚝딱거리는 소리가 심장소리와 어우러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사정하려던 것을 참을 수 있었다. 그는 슬그머니 그녀의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꺼냈다. 아직 오르가즘의 절정에 오르지 못한 페니스가 진액을 뒤집어쓰고 번들거렸다.

 

축 늘어진 진숙은 눈을 감고 성감의 절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배위에 엎드려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키던 준우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잡아 엎드리게 했다. 그녀는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에 이끌려 엎드렸다. 뒤를 돌아 본 그녀의 시야에 아직도 우람하게 발기해 있는 그의 남성이 들어 왔다.

 

진액을 뒤집어쓰고 번들거리는 페니스의 우람함에 진숙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저것이 내 몸속에 들어왔었던가!’ 남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웅대한 그의 페니스에 그녀는 탄복했다. 둔부가 들어 올려진 그녀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아! 어쩌려고.......!?’ 순간 그녀는 입을 벌리고 신음을 터트렸다.

 

“하 앙~! 어떡해.........”

 

진숙은 엉덩이를 쳐들며 침대에 머리를 묻고 허우적거렸다. 준우가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돌진시킨 것이었다. 그녀는 골반이 터지고 페니스가 내장까지 들어오는 충격을 견딜 수가 없었다. 충격!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준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걸 원하잖아.........”

“자, 자기야. 처, 천천히........”

 

그녀는 모포를 움켜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준우는 그녀의 보지 속으로 거칠게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이미 진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마다 보지속의 진액이 삐져나오고 엎드린 그녀의 발가벗은 몸은 자꾸만 앞으로 밀려 나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신음 소리를 연거푸 내질렀다. 

 

“앙, 하아, 항, 앙, 윽, 하 윽. 하 앙..........”

“탁, 타닥, 탁, 찌걱, 찌거덕, 찌걱, 찌걱........”

 

신음소리와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돌진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진액과 허벅지와 둔부가 마찰하는 소리가 빠르게 들렸다. 진숙은 땅 속 깊이 빨려 들어가는 엑스터시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그는 지치지 않고 그녀의 보지 속을 유린했다. 더 이상 감당할 수없는 지경에서 그녀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수없는 엑스터시의 능선을 오르내렸다. 

 

“컥! 헉! 자, 자기야. 그만....... 하 으. 헉.........”

“타다닥, 타닥, 찌거덕. 찌걱. 타닥, 찌걱.........”

 

마찰음과 신음소리! 방안은 완전히 습한 열기의 늪으로 변했다. 점점 지쳐가는 그녀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엑스터시와 오르가즘에 울고 싶을 정도였다. 그 순간 준우는 오르가즘의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박힌 페니스를 쑥 뽑아냈다. 그리고 그녀를 바로 눕히고 다리를 벌렸다.

 

“그, 그만.........죽겠어. 하 으~! 안에, 안에 사정하지 마.”

“그건 사모님이 알아서 해야지.”

 

정복자가 된 준우는 분명히 진숙을 비웃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침을 흘리듯이 뿌연 진액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보지 구멍이 아메바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정을 하려는 그의 페니스는 힘줄까지 돋아나 거대하게 솟아 있었다. 그는 여지없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

 

“하 윽! 난 몰라........”

“헉~!”

 

준우의 페니스는 성난 사자처럼 진숙의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녀는 헛바람이 세는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몇 번 진퇴운동을 하고 그는 급히 숨을 들이 마시며 경직되었다. 그의 페니스에서 굵은 진액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뜨거운 용액이 보지속의 피부를 두들기며 자궁까지 솟구쳐 들어오는 느낌을 느꼈다.

 

“하 윽!”

“허 억!”

 

그들은 동시에 신음 소리를 터트렸다. 경련을 일으키는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꿈틀거렸다. 그녀는 또 다른 격렬한 쾌감에 치를 떨었다. 부둥켜안고 한 덩어리가 된 그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도 진정되었다.

 

준우가 슬며시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 격렬한 희열에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죽어도 좋을 정도로 황홀했던 쾌감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만족할수록 그녀는 영원히 준우의 여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랐다.

 

진숙은 힐끔 준우를 바라보고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젖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희미한 미소를 띤 그가 그녀의 젖가슴을 보듬었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젖꼭지가 애무당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문득 가임기간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두렵기도 했다.

 

진숙은 사실 남편의 아기를 임신한 경험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편에게 말하지도 않고 아기를 지워버렸다. 그녀가 남편을 두려워하는 것은 불만스러운 부부관계도 싫지만 결코 남편의 아기를 낳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준우의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현명한 생각이 아니고 또 다른 고통을 갖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통스럽거나 얽매인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고 즐기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준우는 잠시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진숙은 잠든 그의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일어났다. 벗겨졌던 팬티와 브래지어, 그리고 잠옷을 추슬러 걸친 그녀는 한동안 잠든 준우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내일이지만 준우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진숙은 보지 속을 흥건하게 채웠던 진액이 허벅지로 흘러내리는 것을 의식했다.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발자국 소리를 죽여 층계를 내려가는 그녀는 골반이 뻐근했다. 너무나 격렬한 정사였던 탓에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다음날부터 진숙은 밝은 표정으로 식구들을 대했다. 자격지심인지 그녀는 남편에게 예전보다 더 상냥하게 대했다. 출근하던 장 인호는 가방을 들고 다소곳이 서있는 아내의 밝아진 표정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아내의 변화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의아스러워하는 눈빛에도 진숙의 준우를 향한 집념은 더욱 예민해 있었다. 준우와 수진이 다정한 눈빛만 교환해도 그녀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준우는 진숙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수진과 대화를 하다가 이따금 눈을 흘기는 진숙을 의식해도 그는 담담한 표정을 했다. 무표정한 그의 모습은 그녀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녀는 밤마다 그의 방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참고 견뎠다. 눈치를 챈 것은 아니겠지만 왠지 감시하는 남편의 눈초리를 의식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