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집안에 필요 없으면 나갈게요. 나를 무시하고 수진 이를 결혼시키려면 이혼해요.” “왜 그래! 당신까지. 수진이가 결혼하면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 차분히 여유를 두고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파랗게 질린 진숙이 이혼을 하자는 말에 장 인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장 인호로서는 처음으로 아내 말에 자신의 고집을 꺾는 일이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화장대에 엎드렸다. 수진이 결혼하면 같이 살 것도 아니라는 남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준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준우의 가슴에 안겨 투정을 하고 싶었다.
안방 문이 닫혔어도 장 인호와 진숙의 목소리는 거실에서도 들렸다. 소파에 앉아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는 준우와 진숙의 마음은 각각 달랐다. 준우는 이미 진숙이 거칠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부모까지 들먹거릴 줄은 몰랐다. 수진 또한 진숙의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서 준우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의 손을 잡아서 위로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헐벗은 가로수 밑에 떨어진 낙엽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와 거리를 왕래하는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태양이 감추어진 회색빛의 하늘은 첫눈이라도 내릴 것 같았다. 준우는 고층의 오피스텔 건물 입구를 나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걸어 나오던 중년 남자가 손바닥을 부비며 말했다.
“대진에 계셔서 잘 아시겠지만. 잘 선택하신 겁니다.”
“괜찮기는 한데.........”
준우는 입구에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장 인호의 집에서 나올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거주할 곳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준공한지 일 년도 되지 않은 10층 오피스건물은 애초에 주거용으로 건축된 것이었다. 나무랄 데 없이 정결하고 인테리어나 시스템이 최신식 시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관리비가 비싼 편이었다.
그와 같이 있는 중년남자는 건물 관리 사무실의 김 과장이었다. 김 과장은 그가 대진 컨설팅의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내일부터 입주해서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해 놓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별 말씀을! 오히려 저희가 부탁드려야지요. 저희 오피스 홍보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김 과장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준우가 내미는 손을 덥석 잡고 악수를 했다. 김 과장과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그는 다시 건물을 올려다보며 주차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피스 건물의 상층부에는 돌출문자로 ‘Sun Shine'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도심지에 있는 오피스이지만 주변에는 중소기업의 사무실들이 있어 조용하고 아늑하였다.
주차장은 건물 뒤편에 있었다. 준우는 느티나무와 활엽수가 정열하고 있는 건물 옆의 도로를 지나 주차장으로 들어가 승용차에 올라앉았다. 그의 승용차는 진숙이 생일 선물로 준 것이다. 진숙은 그와 육체관계까지 했던 수진이 결혼하겠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어도 그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하고 승용차 열쇠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준우는 승용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잠시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했다. 수진은 대학을 졸업하고 그와 결혼하겠다는 집념을 보이고 있다. 장 인호는 딸의 결혼에 대해 진숙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집안 식구들에게 관심 없는 수정은 여고졸업을 앞두고도 여전히 밖으로 떠돌고 있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수정이 알고 있는지 준우는 알 수 없으나 조금은 눈치 채고 있으리라고 짐작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살얼음을 딛고 있는 그의 심정이었다. 다음 계획을 실행하는 시간동안에 그는 진숙이나 수진, 그리고 수전과의 사이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모든 계획이 중도에 무너지면 그는 장 인호의 집에서 나와 다른 계획을 세워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오피스를 구입한 것이다.
승용차의 앞 유리창에 여인의 눈썹 같은 눈송이가 하나 둘 떨어져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드디어 겨울을 알리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후에는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함께 성탄 축하노래가 울려 퍼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가 저물어 갈 것이다. 굳은 신념으로 정면을 응시한 그는 핸드브레이크를 풀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대로로 진입하려던 준우는 신호등의 정지 신호를 보고 승용차를 멈추었다. 그의 뒤편에서 달려오던 승용차가 좌측방향의 차선으로 들어서며 급정거를 했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여인을 보고 그는 흠칫 놀랬다. 그녀는 다름이 아닌 혜림이었다. 시선을 외면했던 그는 다시 검은 색 승용차를 쳐다봤다.
“.........!”
왠지 침통해 보이는 그녀는 분명히 조 창식의 딸이었다. 그리고 운전석에 검은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남자는 조 창식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그녀의 표정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그녀의 시선이 준우를 향했다. 윤곽이 또렷한 미모를 지닌 그녀의 눈빛에는 그늘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전혀 알 수없는 침입자에게 강간을 당한 혜림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조 창식은 모든 것을 숨기고 약혼자 이 정민과 결혼하라고 하였다. 한 동안 고통스러웠던 그녀도 아버지의 말을 받아 드릴 수박에 없었다. 세상에는 순결을 잃고도 얼마든지 처녀로 결혼해서 잘사는 여자들이 많았다.
모든 것을 잊고 리듬체조 국가 대표 선발에만 전념하려던 혜림은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당연히 있어야할 생리가 없었다. 한 달, 두 달 훈련을 하면서 점점 식사도 할 수 없고 무기력해졌다. 그녀는 마지못해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그리고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은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며 절망감에 젖었다.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진 혜림은 약혼자를 볼 면목도 없었다. 어쩔 수없이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그녀의 말에 조 창식도 큰 충격을 받았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휩싸여 고민하던 조 창식은 딸에게 일단 낙태를 시키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뱃속에 든 생명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진 조 창식이 딸을 강압적으로 산부인과로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혜림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남자가 순결을 짓밟고 생명을 잉태시켰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저지른 죄의 대가로 희생양이 된 것이다. 냉혹한 현실은 그녀를 참혹한 절망의 늪 속에 빠트리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승용차 뒤편에 또 다른 승용차가 뒤따라와서 멈추었다.
조 창식의 승용차 뒤편에 멈춘 흰색 승용차 안에는 혜림의 약혼자 이 정민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정민은 그녀를 끔찍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들어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그녀가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연락도 뜸하기에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하고 있었다. 아니면 너무 성급하게 그녀를 소유하려고 시도했던 것이 실수인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정민은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려고 혜림이 훈련하는 장소도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한동안 훈련을 나오지 않았다는 말에 그녀의 집이 있는 성남으로 가던 중 혜림이 타고 있는 장 인호의 차를 발견한 것이다. 장 인호의 차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는 그녀를 뒤쫓아 가서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교차로의 신호등이 바뀌고 장 인호는 신경질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앞 차를 추월해 나간 그는 조수석에 앉은 딸을 힐끔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딸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여자들은 모두 경제력 있는 남자들의 소모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는 아직까지 여자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그의 아내 황 은지가 어린나이에도 그의 후처가 된 이유는 오직 돈의 위력이었다.
조 창식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와 예약을 했었다. 거칠게 승용차를 몰고 간 그는 산부인과 병원 주차장에 세웠다. 우악스럽게 핸드브레이크를 당긴 그는 우악스럽게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다리를 절며 조수석을 가지만 혜림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그는 망설이고 있는 딸에게 무뚝뚝하게 말했다.
“뭐해? 빨리 내려!”
“...........”
혜림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잠시 딸이 내리기를 기다렸던 조 창식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차에서 내렸다. 장 인호는 절뚝거리며 앞서서 산부인과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그는 발자국을 세듯이 걸어오는 딸을 바라보며 문을 열고 기다렸다. 그녀가 산부인과 입구로 들어가고 유리문이 닫혔다.
조 창식과 혜림은 모르지만 길 건너편에 주차한 흰색 승용차의 운전석에서는 미간을 찌푸린 이 정민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마주보이는 산부인과 병원간판의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한 민호. 그 이름은 그의 아버지와 조 창식과 잘 어울리는 의사였기에 그도 안면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결혼을 앞둔 이 정민은 결코 혜림과 육체관계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로 깊은 스킨십을 했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아버지와 산부인과에 들어가는 모습이 석연치 않았다. 결혼 전에 건강을 체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는 약혼녀가 병이라도 생긴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운전석에서 혜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정민은 지루했다. 벌써 그들이 들어간 지 한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삼십 여분이 지나고 병원 입구에 장차 장인이 될 조 창식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얼른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멈추었다. 다리를 저는 조 창식이 그녀를 부축하고 나오는 것이었다.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승용차로 다가갔다. 조 창식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승용차에 태웠다. 불길한 예감이든 정민은 그들이 승용차에 올라 주차장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조 창식의 승용차가 사라지고 이 정민은 그때서야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왔다. 횡단보도에서 잠시 신호등을 기다리던 그는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갔다. 그가 산부인과 안으로 들어가니 정결함을 느끼게 하는 하얀 실내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배가 부른 임신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임신부들 중에는 나이 지긋한 여자도 있고 임신한 사유가 궁금할 정도로 처녀처럼 앳된 여자도 있었다. 간호사가 접수대로 다가서는 그를 의아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무슨 일이시죠?”
“저.......! 한 민호 원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어디서 오셨는데요?”
“말씀드리면 잘 아실 겁니다.”
정민은 명함을 꺼내 간호사에게 주었다. 간호사가 받아든 명함과 그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때 다른 간호사가 정민과 대화하는 간호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업무상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짜증이 난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기다렸다. 동료와 얘기를 마친 간호사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원장님이 진료중이신데, 말씀 드릴게요.”
“네.........”
간호사가 돌아서서 원장실로 향해갔다. 정민의 시선은 하얀 가운을 걸친 간호사가 걸어가는 뒷모습으로 향했다. 그는 좌우로 흔들리는 간호사의 둔부가 매우 고결하다고 느껴졌다. 그것은 둔부를 감추고 있는 하얀 가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부인과 간호사라는 의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역겨움을 느꼈다.
정민의 시선이 접수대 안에 있는 다른 간호사를 향했다.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간호사가 다리를 꼬고 서서 허벅지 사이를 손으로 긁는 것이다. 그는 문득 간호사들이 처녀들인 것 같지만 병원을 나서면 남자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는 탕녀처럼 변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환자들의 몸속을 습관처럼 들여다보는 간호사들이 아닌가. 정민은 간호사들이 자신의 성기능을 마치 유희의 대상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녀들은 자신의 자궁이 단지 남자들의 성기를 받아드려 희열을 느끼고 임신이 되면 거침없이 제거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씁쓸함을 느낀 그가 외면을 하는데 원장실로 들어갔던 간호사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손님! 원장님이 들어오시래요.”
정민은 간호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장실로 걸어갔다. 머리가 벗겨진 한 민호 원장이 책상위의 진료기록부를 내려다보며 볼펜을 극적가리고 있었다. 정민은 문득 원장이 번들거리는 머리를 여자의 사타구니에 밀어 넣고 여자의 성기를 더듬는 모습을 상상했다. 고개를 든 한 원장이 환한 웃음을 흘렸다.
“아! 정민 군! 축하해! 언제 결혼할 거야?”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웬일로.....!? 아! 약혼녀 때문에 걱정돼서 왔군. 또 한 번 축하해!”
“네........!?”
“건강한 아기니 염려하지 않아도 좋아.”
“..........”
“장인 될 창식 이는 말하지 말라지만, 아마 나중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럴 거야! 손자인지, 손녀인지 모르지만,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실 거야. 자넨 재주도 좋고 효자야. 결혼 전에 부모님에게 손자를 안겨주고.........”
“...............!?”
한 원장의 말이 두서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민은 정신이 아득했다. ‘그녀가 임신을 했다니.......!?’ 그가 믿을 수도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한동안 귀신에게 홀린 사람처럼 서 있다가 원장실을 나왔다. 그는 한 원장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고 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산부인과 병원을 나섰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에는 휘황찬란한 성탄 장식과 그리스마스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준우는 연말을 맞이하여 하루를 마감하는 업무로 늦도록 마치고 회사를 나오는 중이었다. 그는 비서로서가 아니라, 비서실장으로 발령받아 내일 할 일을 체크하고 감독 지시할 업무를 새롭게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 인호는 새해가 되기 전에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그리고 결국 준우를 비서실장으로 발령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준우가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아내가 이혼도 불사하며 반대하는 딸의 결혼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하겠다는 딸의 고집을 꺾을 수도 없는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점점 나이는 늙어가고 병이 깊어가는 자신을 느끼는 그는 어떤 방안도 세울 수가 없었다.
성탄을 맞이한 사람들은 즐거운 시간이지만 새로운 직책을 맡은 준우에게는 바뿐 하루였다. 그러나 장 인호 사장이 영업과장의 승용차로 기업 오너들의 연말 모임에 참석했기에 준우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회사를 나섰다. 승용차에 올라 탄 그는 갑자기 어디로 가야하는지 망설였다.
조명등과 샹들리에가 눈부신 거리에는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했다. 물론 그는 아직 진숙이나 수진과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수진은 성탄 축하 연주회에 참석중이고 한동안 서먹서먹한 진숙은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핸드브레이크를 잡아 내리려는데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액정화면의 발신인이 수진임을 알고 그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응! 연주회 중 아냐?”
“준우 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
“음, 그래! 시간이 있는 모양이지?”
“지금 들어가야 돼. 어디예요?”
“지금 회사에서 퇴근하려고.”
“나, 늦게 끝나는데, 피곤해요. 어디 갈 건데요?”
“글쎄!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들어가든지........”
“딴 데 가면 안 돼. 내 생각만 할 거지요?”
“하하하.......!”
준우가 웃는 동안 수진이 쪽 소리가 나는 입맞춤 소리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 피식 웃음을 흘린 그는 문득 외롭다고 느꼈다. 장 인호에 대한 보복에 그녀를 가식적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술이라도 취해서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휴대폰을 들어 친구의 전화번호를 누르려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정에게서 걸려온 전화이기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통화버튼을 누르니 톡톡 튀는 수정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오빠! 아직도 회사야?”
“지금 퇴근하려고. 어디니?”
“나, 지금 친구들하고 ‘써든’ 클럽에 있어. 오빠! 이리로 와.”
“술 마셨구나! 그만 집에 들어와.”
“싫어. 친구들은 파트너가 있는데, 난 혼자야. 오빠가 데리러 와. 알았지! 기다릴게.”
“미라야! 너.........”
준우가 말을 끝내기도전에 수정이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진숙이 있는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는 그는 수정이 걱정스러웠다. 그의 눈에는 술에 취한 그녀의 당돌한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다. 그는 결국 수정이 있는 클럽으로 차를 몰았다. 혼잡한 자동차의 물결을 헤치고 클럽에 도착한 그는 굽실거리며 맞이하는 종업원에게 승용차 키를 맡겼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젊은이들이 스테이지 앞 플로어에 몰려 있었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조명등과 밴드의 사이키 음악 속에 묻힌 젊은이들은 광란에 가까운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준우는 입구에 서서 수정의 모습을 찾았다. 그때 좌석사이의 통로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끌었다.
“헤헤~! 오빠! 이리와.”
“그만 집에 가야지.”
“조금만 놀다가.”
“.........”
준우는 수정의 손에 이끌려 좌석사이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멈추어 선 곳은 벽 쪽에 놓인 좌석이었다. 소파에는 그녀의 여자친구 두 명이 앉았다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들의 옆에는 각각 젊은 남자 파트너가 앉아 있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이미 취해 있었고 걸치고 있는 옷들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들 중 한 명이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헤픈 웃음을 흘렸다.
“또 보네. 오빠!”
“많이 마신 모양이구나.”
준우에게 인사를 하는 여자친구는 예전에 준우가 수정에 이끌려 클럽을 찾았던 날에 만났었던 영미였다. 그녀들의 남자 파트너들이 마지못해 조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남자 파트너들은 준우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수정이 그를 밀어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그녀는 서슴없이 그의 무릎을 깔고 앉았다.
“난 혼자, 외로웠단 말이야.”
보조개를 드리운 미소와 함께 눈웃음이 가득한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서치라이트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녀의 수정의 말을 듣는 친구들이 까르륵하고 폭소를 터트렸다. 영미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수정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야~! 네가 싫다면서 파트너를 보냈잖아.”
“비린내 나는 걸, 어떡해!”
벌떡 일어선 수정이 허리에 손을 짚고 눈을 흘겼다. 준우는 무릎에 앉았던 그녀의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앙증맞은 엉덩이가 톡 튀어 나온 그녀의 허리 살결이 뽀얗게 들어났다. 수정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앞가슴이나 허리, 그리고 허벅지가 들어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수정을 쳐다보던 영미가 피식 웃으며 준우에게 말했다.
“오빠! 수정인 원래 그래! 항상 파트너를 쫓아 버려. 파트너 갈아 치우는 것이 재미있나봐.”
“내가 언제 그랬어!? 오빠 술이나 마시자.”
수정은 다시 준우의 무릎에 털썩 주저앉아 빈 잔에 맥주를 따랐다. 그리고 몸을 돌려 그에게 잔을 내밀었다. 갈증을 느끼고 있던 준우는 단숨에 잔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여자 친구들과 파트너, 그리고 준우와 수정은 번갈아 술잔을 권하고 술을 마셨다. 록밴드의 연주 소리와 젊은이들의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졌다.
준우가 도착하기 전부터 술을 마신 수정은 꽤 취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맥주를 입에 물어서 그의 입속에 불어 넣고 키들거리기도 했다. 보고 있던 영미가 파트너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종알거렸다.
“야! 못 봐주겠다. 우리 춤이나 추자.”
술에 취한 수정은 준우가 온 것이 마냥 즐거웠다. 그녀는 어떤 행동도 받아주는 그가 만만하기도 하지만, 어느 남자 못지않은 외모와 자상한 그가 듬직했다. 친구들과 파트너들이 광란하고 있는 플로어로 나가고 수정의 주정은 더욱 심해졌다. 그녀는 그의 뺨을 쥐고 입술을 마주치기도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그러다가도 그녀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여자임을 느끼고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오빠. 우리도 나가자!”
“그만 집에 가야지.”
“그러면 난, 다른 클럽에 가서 밤 샌다.”
“하하하.......! 협박 야?”
연거푸 술잔을 받아 마신 준우도 술기운이 돌았다. 그는 마지못해 그녀가 이끄는 데로 스테이지 앞에 몸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 속에 묻혔다. 그들이 스테이지 앞으로 나가자마자 밴드의 연주곡이 발라드로 바뀌었다. 생글생글 미소를 띤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다가섰다.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가 음악에 따라 리드를 하지만 그녀는 매달리다시피 착 달라붙었다.
준우의 가슴을 파고드는 수정은 더 이상 어린 여고생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는 상큼함과 함께 여인의 체취가 풍겨 나왔다. 리듬에 따라 움직이던 그는 하복부로 전해오는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하복부의 마찰을 피해 그가 피하면 그녀가 더욱 하복부를 밀착하고 매달렸다. 그가 의도하지 않아도 허벅지 사이의 페니스가 불끈불끈 발기를 했다.
수정은 남자와 깊은 육체관계를 모르지만 클럽에서 만난 파트너들을 상대해봐서 남자들을 다분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하복부를 밀착하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서 느끼지 못한 짜릿함을 느꼈다. 짓궂게 그의 표정을 살피던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외면을 했다.
수정은 허벅지 사이에 잇닿는 그의 남성을 의식하고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녀는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찔했다.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듯이 우람하게 발기한 남성으로부터 전해오는 뜨거운 열기에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여자임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와 춤을 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슴에 매달린 그녀가 앙증맞고 사랑스러워 꼭 껴안아 터트리고 싶은 충동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가자.”
“싫어.”
“수정이 많이 취했어. 그럼 다음부터 같이 안 있을 거다!?”
“피 잇~!”
잠시 음악이 멈추고 춤을 추던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좌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준우는 매달리는 수정의 손을 잡고 플로어 밖으로 이끌었다. 눈을 흘긴 그녀는 발걸음을 통통거리며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그녀는 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가슴에 매달려 있던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고 몽롱한 환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밤이 새도록 그의 가슴에 안겨 있고 싶었다.
그들이 좌석으로 돌아오니 친구들과 파트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수정이 준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축 늘어졌다. 그는 잔에 남은 맥주를 마시고 그녀의 어깨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카운터에서 술값을 계산한 그는 종업원에게 대리운전을 불러 달라고 하였다.
대리운전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술에 취한 수정은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그는 수정을 등에 들쳐 업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식구들은 모두 잠이 들었는지 집안은 적막에 쌓여 있었다. 그는 발소리를 죽여 그녀를 업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준우는 정신을 못 차리고 늘어진 수정을 침대 위에 눕혔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그녀이지만 잠든 모습은 해맑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는 그녀의 앵두처럼 도톰한 입술, 앳되어 보이는 귀여운 얼굴, 한창 피어나는 아담한 몸매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유리 상자 속에 장식하고 싶은 인형 같았다. 그가 그녀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잠든 줄 알았던 그녀가 눈을 반짝 떴다.
“나, 안아 줘.”
“이런........!?”
눈가에 미소가 가득한 수정이 준우의 목을 껴안으며 잡아 당겼다. 그는 균형을 잃고 그녀의 몸 위에 쓰러졌다. 미소가 가득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에게서 여자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충동을 느낀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오늘따라 여자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그녀의 입술은 상큼하고 달콤했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혀를 빨아 당겼다. 그녀가 파르르 떨며 꼼지락거렸다.
준우는 가슴 밑에서 옅은 호흡을 쌔근거리는 수정의 봉긋한 앞가슴을 의식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내려다보았다. 몽롱한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 정아를 떠올린 그는 결코 그녀만은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에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었다. 슬며시 상체를 일으킨 그는 그녀의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잘 자!”
“.........”
준우는 수정에게서 벗어나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큰 눈망울을 굴리며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는 자신을 어리다고 여기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의 짧은 스킨십이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녀는 그의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은 욕구를 느꼈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안겨 있는 동안 구름 위를 떠도는 것처럼 아찔하였다.
가족보다 친구들을 좋아하는 수정이지만 생모를 그리워할 만큼 정에 굶주린 여자였다. 그녀는 준우에게서 남다른 정을 느끼고 있었다. 친구들에 이끌려 젊은이들의 공간을 돌아다닌 그녀는 남자들의 유혹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어떤 남자의 스킨십에도 거부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에게는 아련한 정과 함께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전함을 느낀 그녀는 베개를 끌어안았다. 취기로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벽에는 마지막 하루를 남겨둔 12월 달력이 걸려 있었다. 마지막 연주회를 끝낸 대기실은 혼잡하였다. 연말을 맞이한 단원들은 가족이나 연인을 만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뒤늦게 대기실로 들어와 바이올린을 케이스에 집어넣은 진숙은 서둘러 외투를 걸쳤다.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단원들끼리 인사를 주고받았다.
“수고했어!”
“내일 봐.”
“잠간만! 같이 가.”
“빨리 와.”
“수진아!”
“미안! 시간 없어.”
수진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손을 흔들어 보이며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준우와 만나기로 약속했기에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나갔다. 얼마동안 데이트를 하지 못한 그가 기다릴 것 같은 그녀는 문예회관 층계를 뛰어 내렸다. 그녀는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 서서 안절부절 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건너편 위를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의 시선을 향해 바라보던 수진은 입을 가리며 외마디를 질렀다. 고층 빌딩위에서 사람이 순식간에 추락하여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사람은 스커트를 걸친 여자였다. 신호등이 바뀌고 사람들이 우르르 건너가 여자가 쓰러져 있는 곳을 에워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의 호각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했다.
“젊은 여자 같은데, 왜 그러지?”
“뛰어 내린 것 같은데.”
“쯧쯧! 젊은 나이에 안됐구먼.”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악착같이 살지.........”
길을 건너간 수진도 사람들 틈에 끼어 쓰러져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보도블록에 머리를 부딪고 쓰러진 여자의 주변에 선혈이 낭자하였다. 엎드린 자세여서 자세히 볼 수 없지만 차림새를 보아 상류층 여자로 보였다. 너무 끔찍하여 그녀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얼른 자리를 피한 그녀는 준우가 기다리고 있을 일식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수진이 모르고 있었지만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여자는 혜림이었다. 번민 속에 빠졌던 혜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충고와 위로를 받고 어떻게든지 결혼하여 새 삶을 시작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약혼 파기 통보를 받은 그녀는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녀가 누군가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약혼자 이 정민이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정민의 아버지는 조 창식에게 어떻게 불결한 딸을 시집보내려고 했느냐고 하면서 노발대발하였다.
고통스러워도 결혼을 통해 새 삶을 살려던 혜림은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만의 고통 속에 세상을 하직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에게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는 자신을 알림과 동시에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에게 원망과 저주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일식전문점 안으로 들어간 수진은 두리번거렸다. 홀 안에는 준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층 계단을 올라간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칸막이 너머 좌석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살금살금 뒤편으로 걸어가 그의 등 뒤에 다가섰다. 그는 신문을 보고 있어서 그녀가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소리 없이 내려놓은 그녀는 양손으로 그의 눈을 가렸다.
“누구 게?”
“글쎄! 모르는 여자 손인데.”
“못 됐어! 피 잇!”
입술을 삐죽 내민 수진은 준우를 마주보고 앉았다. 준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신문을 접어놓았다. 그녀는 바닥에 놓았던 바이올린 케이스를 옆의 의자위로 옮겨 놓으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탁자에 양손으로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본 그녀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온지 얼마 안 돼.”
“오래간만에 같이 외식하네요.”
“서로 바쁘니까.”
준우가 미리 주문했던 식사들을 종업원이 가져왔다. 수진은 종업원이 차려놓는 음식들을 그가 먹기 편하도록 옮겨 놓았다. 준우가 돌아서려는 종업원에게 소주를 추가로 주문했다. 곧 이어 종업원이 술을 가져오고 준우가 병마개를 따며 그녀에게 물었다.
“한잔 할 거야?”
“그래요!”
수진은 흔쾌히 탁자위의 잔을 집어 준우 앞에 내밀었다. 그들은 서로의 잔을 채워주고 술잔을 마주쳤다. 술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잔을 비웠다. 식사를 하다가 초밥을 집어든 그녀는 일식집에 들어올 때 봤던 추락사한 여인을 떠올렸다. 초밥의 붉은 생선이 머리에서 선혈을 뿜어내던 여인을 떠올리게 했다. 눈살을 찌푸린 그녀가 말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뭐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빌딩위에서 추락한 여자를 봤어요. 머리가 터져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오더라고요. 아마 자살을 한 모양인데, 너무 끔찍했어요.”
“여자가 자살을.......!?”
“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여자는 아닌 것 같던데.”
수진의 말에 준우는 왠지 돌아가신 어머니와 이모의 처참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세상은 불공평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통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식구들은 원하지 않는 죽음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은 버젓이 행복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준우는 분개를 했다.
수진은 눈으로 본 처참한 광경에 몸서리치지만, 준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상황에 치를 떨었다. 그녀는 그가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체 보았던 느낌을 표현했다. 간단한 술과 함께 식사를 마친 그들은 거리로 나갔다. 성탄절이 지났지만 연말을 보내기 아쉬운 연인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그의 팔짱을 끼고 걷던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어디가고 싶어?”
“응, 홍콩도 가고 싶고 유럽, 그리고 바다만 보이는 해변에서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싶어요.”
“그러나 현실이 그럴 수만은 없잖아.”
수진은 미래를 향한 꿈들을 짚어 보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술을 조금 마셨지만 그녀의 뺨은 다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젊은 남녀들로 혼잡한 거리를 걸어가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 가량을 그녀와 거리를 걷던 준우는 조금은 지루해졌다. 걸음을 멈춘 그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넌지시 말했다.
“맥주 한잔 할까.......!?”
“또 마셔요?”
“왜 싫어?”
“준우 씨가 마신다면........”
주위를 살피던 준우의 시선이 번쩍이며 돌아가는 클럽 간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수정과 같이 들어갔던 클럽을 떠올렸다. 그는 말없이 클럽 입구로 들어섰다. 잠시 주춤하던 수진은 빠른 걸음으로 그의 옆으로 다가가 걸었다. 미소를 띤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본 그녀가 물었다.
“이런데 좋아해요?”
“아니! 사람들 속에 묻혀 보고 싶어서.”
그들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이키 조명이 번쩍이는 실내는 감각을 마비시킬듯한 음악소리 속에 술에 취한 사람들로 혼잡하였다. 종업원이 그들을 좌석으로 안내하고 주문을 받아갔다. 클럽의 분위기에 익숙지 못한 수진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종업원이 가져온 맥주를 준우의 잔에 따르며 말했다.
“정신이 없어요.”
“뭐라고?”
요란한 사운드 음악과 소음으로 준우는 수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와 별다른 대화가 필요치 않았기에 그가 의도적으로 클럽을 선택한 것이다. 답답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소곤거렸다
.
“음악 소리가 커서 정신이 없다고요!”
“하하~! 그냥 보고 들고 즐겨.”
웃음을 흘린 준우가 수진 앞에 맥주잔을 들어보였다. 그녀가 잔을 들어 그의 잔에 부딪고 맥주를 마셨다. 스테이지 앞의 플로어에서는 많은 쌍을 이룬 남녀들이 몸을 흔들며 젊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클럽의 분위기에 다소 익숙해진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흥에 겨운 사람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준우는 수시로 술잔을 들어 마시며 수진의 잔을 채워 주었다. 그녀는 따라주는 술을 곧잘 마셨다. 빠른 템포로 연주하던 밴드의 연주곡이 잔잔한 발라드 음악으로 바뀌었다. 플로어에서 몸을 흔들던 남녀들이 각각 손을 붙잡고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준우가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우리도 춤출까?”
“나 춤 못 춰요.”
“그냥 리듬에 맡기면 돼.”
빙그레 미소를 진 준우가 일어서며 수진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일어섰다. 그는 플로어의 구석진 곳으로 그녀를 끌고 갔다. 특별히 춤을 출줄 모르는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금씩 발자국을 옮겼다. 클럽에 생소해서 긴장했다가 리듬에 익숙해진 그녀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수진의 허리를 끌어안은 준우의 손은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알코올은 사람의 마음을 승화시키며 달아오르게 한다. 그의 손은 그녀의 탐스런 엉덩이를 빠짝 당겨 밀착시켰다. 그녀에게서 전달되는 체취를 음미하는 그의 허벅지 사이에 발기하기 시작한 페니스가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그녀는 하복부에 잇닿아 꿈틀거리는 불기둥을 의식하고 쌔근거리는 호흡을 흘렸다.
부끄러움을 느낀 수진은 주위에서 포옹을 하고 있는 남녀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그들에게 시선을 사람들은 없었다. 아니 주위의 남녀는 그들보다 더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두운 스테이지 구석진 곳에 있었기에 다소 안심을 했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어 들어 올렸다.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고 그에게 의지한 그녀는 허벅지 사이에 잇닿는 뜨거움을 의식했다. 그것은 마치 스커트와 팬티를 뚫고 들어 올 기세로 우람하게 발기한 그의 페니스였다. 온 몸의 신경이 전율하는 짜릿함에 그녀는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 잉! 남들이 봐요.”
“왜! 두려워?”
수진은 대답대신 준우의 가슴에 묻은 머리를 좌우로 까닥거렸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를 부둥켜안은 그의 손끝은 점점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순결을 받친 그에게 단련되어가는 그녀의 성감은 시간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를 파고 든 그의 손끝이 보지 입구를 더듬었다. 온 몸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리는 현기증에 그녀는 급히 숨을 들이켰다.
“주, 준우 씨.........!”
수진은 몸을 지탱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발라드의 음악소리가 멈추고 다시 빠른 록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준우는 그녀를 이끌어 플로어를 나왔다. 그들이 클럽을 나온 시각은 이미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승용차를 세워 놓은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를 따라온 그녀가 주차장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의 손을 잡아 당겼다.
“나, 오늘 집에 들어가기 싫어.”
“...........!?”
아무 말 없이 돌아선 준우는 시선을 외면하는 수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오던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그가 가고 있는 도로변에는 고층 빌딩이 즐비하였다. 그는 빌딩 사이의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그를 따라 호텔로 들어갔다. 그가 데스크로 가서 룸 열쇠를 받는 동안 그녀는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진은 마치 신혼여행을 온 신부처럼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룸으로 들어갔다. 룸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준우의 목을 껴안고 입술을 찾았다. 술기운과 분위기에 젖은 그녀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가벼운 키스를 한 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서 침대위에 눕혔다.
준우는 수진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다시 입술을 찾았다. 입술과 입술이 잇닿아 습한 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의 손에 의해 그녀의 코트가 벗겨지고 블라우스 단추가 풀어졌다.
수진은 그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와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쾌감에 몸서리쳤다. 브래지어를 밀고 들어온 그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는 순간 그녀는 촉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샤워하고 싶어요.”
“..........”
준우는 말없이 수진을 풀어 주었다. 침대에서 나온 그녀는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어 걸었다. 이미 여려 차례 그의 여자가 되었던 그녀는 전혀 수줍어하지 않았다.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인 그녀는 몸을 사리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준우는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팬티 차림이 되어 소파에 앉았다. 텔레비전을 켜니 자동으로 설정된 채널에서 애로 영화사 상영되는 화면이 나타났다.
욕실에서 나온 수진은 준우와 텔레비전 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시선이 타월로 젖가슴을 감싸고 나오는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는 텔레비전 화면에 발가벗은 남녀의 정사장면이 그대로 들어나 보이는 애로 영화의 한 장면이기에 얼굴을 붉히며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빙긋이 미소를 지은 그가 욕실로 들어갔다.
준우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수진은 화장대 앞에 앉아 타월로 머리의 물기를 말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끌어안았다. 그녀의 앞가슴으로 뻗은 그의 손아귀에 탐스러운 젖가슴이 쥐어졌다. 그는 가벼운 키스와 함께 그녀를 번쩍 안아서 침대위에 눕혔다. 그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타월을 벗겨내니 발가벗은 알몸이 들어났다.
매끈한 알몸을 들어낸 수진은 준우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렸다. 그는 그녀의 몸 위에 체중을 실었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쳐다보며 사르르 눈을 감았다. 입술과 입술이 부딪어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녀는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의 혀를 받아드려 타액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능동적으로 혀로 그의 혀를 마찰하며 파르르 떨었다. 그녀의 젖가슴은 그의 손아귀에서 농락을 당하고, 그의 손길에 숙련 되가는 그녀는 이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분노에 찬 복수의 희생양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진의 숨결이 높아가고 준우는 그녀의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의 입속에 빨려 들어간 젖꼭지가 혀끝에서 농락을 당했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감싸며 파르르 떨었다. 그의 입술은 점차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목덜미를 거쳐 허리와 배꼽 근처를 맴도는 그의 혀끝이 닿는 곳마다 타액으로 적셔졌다. 온 몸이 녹아내리는 쾌감에 젖었던 그녀는 그의 혀끝이 음순을 건드리는 순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음........! 준우 씨.”
거친 숨결을 뿜어내는 준우의 혀와 입술은 그녀의 민감한 피부들을 거칠게 마찰하였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에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그의 혀끝에 돌기를 일으킨 음순이 휩쓸렸다. 그의 혀끝이 보지 구멍을 넘나들었다. 그녀는 더욱 강렬한 엑스터시를 갈구하며 그의 머리를 보듬었다. 그는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그녀의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맑은 샘물로 적신 보지가 붉은 꽃잎처럼 벌어져 있었다.
수진은 습한 열기에 젖은 몸을 활짝 열고 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용솟음치는 페니스를 쥐고 벌어져 있는 보지 입구의 살갗에 귀두를 마찰시켰다. 그녀는 들이마신 숨을 멈추고 꼼틀거렸다. 눈을 지그시 감은 그녀는 엑스터시의 능선을 오르는 환각에 잠겼다.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그의 심장은 고장 난 모터처럼 박동을 했다. 그녀는 보지살갗을 마찰하던 뜨거운 불기둥이 보지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순간 감당할 수없는 포만감에 빠져 들었다.
“하 윽! 준우 씨........”
“헛~!”
보지 속에 페니스를 깊이 박아 넣은 준우와 수진은 동시에 들이 마신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파르르 떨었다. 그는 보지 속에 가득히 틀어박힌 페니스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르가즘을 경험한 그녀는 엑스터시의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보지 속을 헤집을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규칙적인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읍, 하 읍, 으 음, 하 아, 아 으.........”
“하 아, 으 읏, 하 읏.......”
수진의 신음소리와 함께 준우는 거친 호흡을 뿜어냈다. 그녀의 보지는 예전과 달라지고 있었다. 우람한 페니스로 가득 채워진 그녀의 보지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였다. 그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보지 깊숙한 곳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을 때마다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매달렸다.
“하 으! 주, 준우 씨! 사랑해.”
“.........”
준우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물론이지만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그는 오직 수진이 성적인 욕망의 포로가 되는 모습만으로도 희열을 느꼈다. 그녀가 성욕의 불길에 휩싸일수록 그는 복수에 대한 만족감에 젖어 들었다. 그는 성난 태풍처럼 그녀를 몰아치고 그녀는 치솟다가 추락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였다. 때로 그녀는 난파선이 되어 성난 파도에 휩쓸리며 허덕거렸다.
“하 윽! 으 읍, 하 읍, 아 으. 흐 읍.........”
수진은 끝없이 추락하는 아찔한 엑스터시를 감당 할 수 없어 준우의 등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오르가즘의 희열에 빠져 들었던 능선을 향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을 헤집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안타까웠다. 그녀는 점점 가파르게 경사진 너머의 오르가즘의 오아시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핫! 주, 준우 씨! 하 읍, 으 흡, 하 우. 어떡해.........”
“헉....... 학........ 헉........ 헉........”
수진이 몸부림칠수록 준우의 입에서는 헐떡이는 숨소리가 높아갔다. 그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그녀의 가슴에 흘러내렸다. 그의 가슴과 그녀의 젖가슴에 맺힌 땀방울과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밀려 나오는 진액이 질척거리며 으깨지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찌걱, 찌거덕, 찌걱.........”
“탁, 타닥, 탁, 탁........”
준우는 등을 움켜쥐고 있는 수진의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는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빼냈다가 회전을 시키며 삽입하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갑자기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보지속의 피부를 마찰하며 돌기를 일으킨 불길이 심장까지 태울 것 같아서 상체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드디어 경험했던 오르가즘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하 응! 사. 사랑해요.........!”
준우는 흐느끼는 수진의 신음소리를 듣고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희열에 빠져든 그녀의 표정은 장 인호의 고통이었다. 그는 그때서야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녀의 몸속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보지 끝까지 페니스를 돌진시켰다. 오르가즘의 황홀함에 빠졌던 그녀가 눈을 홉뜨고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거대한 불기둥이 내장까지 꿰뚫고 들어오는 충격을 느꼈다.
“주, 준우 씨.......!”
수진은 입술을 깨물며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이제 준우는 그녀의 자지러지는 표정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들어 올리고 보지 깊숙한 구석구석을 헤집었다. 끈적거리는 마찰음과 신음, 그리고 거친 호흡이 흘러 넘쳤다. 그의 격렬한 행위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그녀의 흐느끼는 신음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하 읍, 학 으. 그, 그만.........”
신음을 흘리면서도 수진은 계속되는 엑스터시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절정의 정상에서 허덕였던 오르가즘이 종착역인줄 알았다. 그런데 황홀한 오르가즘의 정상에서 추락하던 그녀는 또 다른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몸속의 모든 감각의 세포가 전율하며 파도처럼 다시 살아나는 오르가즘의 환희였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 땀방울과 진액의 끈적거림 속에 발가벗은 그들의 나신은 하나가 되어 몸부림쳤다.
“하 으! 나, 난 몰라. 아 하! 사,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