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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어요...>
<사진얘기로 잘넘어갔어... 괜찮아>
<그래도 아직 모르잖아요...>
<몇가지 더 손써놨으니 괜찮을거야>
다음날아침 성민은 회사에출근해 제일먼저 은주에게 전화를했다
그녀는 통화하는 내내 불안해하는 느낌이었지만 어떻게든 안심시켜야 했다
영애가 한풀 꺽인것같다는 말을하자 그제서야 볼멘소리로 지훈을 타박한다
어제저녁 직원 송별회가 있다는말을 끝으로 전화기는 꺼진채 아침까지 연락이되질 않는다고 투덜댄다
<보고싶어요 성민씨.....>
애틋한 전화기속 은주의 속삭임에 성민은 이상황이 분노와 쾌락을 동시에맛보는 색다른 경험을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하는 지훈의 아버지얼굴이 떠올라 분노했고
세대를 건너뛰어 그의 며느리를 자기것으로 만들어버린 모습에 쾌락을느낀다
처음 은주를 취할때는 단순한 연민과 애정으로 시작되었지만 도중에 알게된 사건으로
지훈과은주 모두에게 새로운감정이 복합적으로 다가와 이것도저것도 아니꼴이 되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않은 어설픈 상태에서 계속 그녀와 관계를 유지하기엔 둘다에게 미안했고
헤어지자니 영문을 모르는 그녀에게 약속을 어기는셈이된다
아니, 그녀가 모든걸 알게된다해도 비겁하게 발빼는 모습뿐이리라
하지만 그녀를통해 또다른 복수를 하고있다는걸 알아주고 박수쳐주는 사람은 단한명도 없다
은주를 계속 만난다해도 복수라는 허울좋은 포장으로 친구의아내를 따먹을뿐 명분은 전혀없었다
자괴감에 상처만남는다
문득 이 행위가 자신의입장을 대변할수 없다는생각이 든다
<나도 보고싶어.....이따 전화할께>
수만개의 실타래가 얽혀있어 머리속이 복잡했다
무엇부터 정리를해야할지,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깜깜할뿐이다
지금쯤이면 사랑이 경찰에 신고했을것이고 계산대로라면 자신에게 제일먼저 전화가올것이다
서둘러 전화를끊고 초조한마음으로 연락을기다린다
<글쎄 강제로한게 아니라니까요>
<이사람이... 저아이 얼굴좀보고 말해요.. 쯧>
담당경찰이 한심하다는듯 혀를찬다
뒤쪽 여경찰에게 보호를받고있는 사랑이는 고개를숙인채 연신 흐느끼고있었다
<더군다나 당신 미성년자를 강간했어.. 최소한 2년이야>
<전화한통 쓸께요>
담당경찰이 옆에있는 의경에게 눈짓을보내자 소지품보따리에서 지훈의 휴대폰을 꺼내준다
띠리리리리리
성민의폰이 울리고 그가 기다렸다는듯 받는다
<너 어제 많이취했던데 지금 일어난거야?>
<아니아니.... 나지금 경찰서야>
<뭔소리야 거긴왜갔는데?>
<빨리좀 와줘야겠어.... 급해>
풀이죽은 지훈의목소리가 어지간히 당황한듯했다
여기까지는 성민도 예상한대로였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땐
사랑이 침착하게 대처하고 초지일관으로 답변해야한다
자칫 사랑은물론 자신까지 의도적으로 범행을사주한 셈이 되기때문이다
서둘러 경찰서로 향했다
가는 차안에서도 일부러 초조한기색을 보인다
조사할때는 그누구가 참고인으로 불려갈지모른다
운전기사도 철저히 속일필요가 있었다
<박변호사 불러줘>
경찰에게 대충 얘기를들은 성민이 지훈과 경찰앞에서 정비서에게 전화해 박변을 호출했다
<너는 박변 올때까지 진술하지말고 있어... 일단 박변하고 상의하게>
<...알았어...>
<상황이 안좋아요. 입술이 터지고 여기저기 얻어맞은 자국으로봐선 말을안들어서 폭행한후 강제로....>
생각보다도 빨리 박변호사가 도착했고 1차조서내용을 전해받아 상황판단에 나섰다
하지만 조서내용을 읽은 박변의 표정이 좋지않았다
<어떻게 될거같아?>
<문제는 저아이가 아직 미성년자예요... 자신도 그냥 스무살이면 성인인줄 알았대요>
<허참....>
<조사하면 알겠지만 빠의 사장도 입건될거예요... 미성년자를 취업시킨걸로>
<그렇겠지>
<그래봐야 영업정지 몇달에 벌금이겠지만... 김실장님이 큰일입니다>
<어떤방법이 있을까>
<지금으로선..... 변호할만한 지푸라기도 없어요.. 무조건 합의해야되요>
<..............>
예상대로 됐다
변호사입장에서도 변호자료를 선뜻 만들지 못하리라
누가봐도 말안들어서 때린후 강간한 강간범인뿐이었다
<일단 기다려봐... 어떻게든 손써볼께>
<어휴 씨발... 때린 기억도없는데... 글고 민지 그년은 왜 미성년을 데려와서 지랄야..>
<너 술취하면 무조건 옆에있는년 벗기고 따먹어서 습관된거야 임마>
<씨발 저년이먼저 꼬리쳤다니까.... 합의는했어?>
<그게.....죽어도 합의는 안한단다>
<미친년.. 한 1억 찔러줘바>
<씨도안먹혀... 일단 시간이좀 흐르고 다시 얘기해봐야지>
<휴..... 너만믿는다... 부탁해>
<............>
모든게 계획대로 되가고 있었지만 성민의 마음한켠에는 뭉클한 무언가가 뭉쳐있고 내려가지않았다
마음이 편할리없었다
마음이잘맞아 하는일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그나 자신이나 큰돈을벌었고 덩달아 명예도얻었다
여자를밝히는 성격도닮았고 통큰 씀씀이는 더더욱닮았다
서로가 믿고 의지했기에 지훈은 이번일로 성민을 의심하지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의심할 이유가 전혀없었다
그런면에서 성민이 느끼는 감정은 점점 부모님에대한 분노보다는 미안함과 지훈의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단순히 복수했다는 쾌감보다는 찝찝한마음이 더 많았고 생각보다 사건이 많이 커졌다
냄새를맡은 신문사기자가 취재를왔고 수갑을찬채 수건으로 얼굴을가린 지훈의모습이 보인다
영애에게서 계속 전화가왔지만 받을수없었다
일단 여론이 진정된후 대책을세워 말해야했다
모든것이 성민이 바라던모습은 아니었다
<자네... 내가 그렇게 타일렀건만...>
<회장님...>
뉴스를접한 강회장이 성민에게 전화를걸었고 다짜고짜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미 강회장은 이번사건이 성민의계획인지 알고있었다
<이건 그아이를 두번 죽이는거야>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지도 말아... 자네부모를 죽인건 김실장의 아버지지 그아이가 아니란말이네
김실장이 다시 자네에게 복수하는꼴을 보고싶은가? 그깟 깜빵에 한번 처너었다고 달라지는게 무어겠어?
어릴때 같이 자라고서 20년가까이 연락없이 지내다가 또다시 우연히 친구가됐고
둘도없이 가깝게 지낸다는건 죽은 자네들부모의 바램이자 하늘의뜻이 아닌가?>
<...............>
<자네도 가슴찢어지겠지만 김실장부모는 나때문에 죽었어... 그의 자식까지 고통받는건 원치않네
이제그만 자네들 대에서 악연을 끊으란말야>
<아저씨......>
<강검사한테 손써놓겠네... 나머진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리라 믿어>
차갑고 냉정한말투로 전화가 끊겼다
성민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강회장의 정보력을 간과한게 잘못이었고 그의말을 어겼다는것에 대해
자칫 강회장에게 밉보일수도 있었다
그의말대로 분명 지훈과는 어릴적 안면이있었을것이다
친하게 지내진않았지만 아버지끼리 친구였다면 자식들도 친분이 있었을것이다
고모집으로, 고아원으로 헤어지고 20년이지나 다시만났지만 서로가 알아보지못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돌아가신 양가 부모님뜻일지도 몰랐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어디론가 전화를건다
<모두 사실이야>
은주가 영애에게 달려왔고 이번 지훈의사건이 단순한 술집여자 강간으로만 보지않았다
영애는 알고있는 지난 일들을 모두얘기했고 사진에얽힌 사건에대해서도 은주에게 말했다
치가떨릴만큼 지독한 악연이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졌다는것에대해
신기하기도했고 무섭기까지도 했다
<그럴리없어 둘도없는 친구끼리... 아무리 그렇다해도 말도안돼>
커피잔을잡은 두손이 바들바들 떨리고있는 은주를 영애가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아무리 평소처럼 대하려해도 퉁명스런 말투는 감출수가 없었다
<느낌이야 확실하진 않고>
<그럼... 지훈씨는 어떻게 되는거야?>
<피해자 합의가 없으면 힘들대>
<합의하면 되잖아... 원하는데로 준다고하지>
<그여자... 돈이 목적이 아닌거같아 애초부터 돈벌려고 술집 나왔겠지만
합의를 안본다는건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있을거야>
<누구?>
<성민씨겠지 지훈씨 아버님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거에 굉장히 흥분했거든..>
<근데 그걸 왜....>
<지훈씨한테 똑같은 죄를 씌우려는거겠지>
<........>
영애는 생각하는게 있다는 성민의말이 이사건이리라곤 상상하지못했었지만
내심 은주와 성민의 관계를 돌이켜 생각해본다
은주와 연인사이였다면 은주의 남편한테 그럴수없었고 친구인 지훈에겐 더더군다나 미안한 일일것이다
하지만 남편의말은 도무지 앞뒤가 맞질않는다
은주를통한 복수라면 예전일을 알고나서 행했어야했는데 이미 그전에 은주를만났다
그역시도 자신을 제쳐두고 은주에게 먼저 상의했다는 자체가 이해가되질않았다
제주도에간다는 핑계로 만날만큼 급박한상황도 아니었고 외박했던 하룻밤은 종적을 묻지도못했다
그가 무슨생각으로 어떤 목적으로 이일을 꾸미는지 알수없었다
은주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을대한다
표정이나 말투에선 전혀 의심나는 부분을 찾을수없었다
자신이 예민해 잘못짚었거나 은주가 완벽히 속이는, 둘중의 하나일것이다
은주는 끝까지 성민의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조종자가 성민이라는걸 말했을땐 은근슬쩍 흐릿하게 지나가려한다
대놓고 물어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좀더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했다
그전에는 어떻게든 참아야했다
요며칠사이 너무나 많은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알았어요... 오빠..>
민지가 성민의 전화를받고 옆에있는 사랑에게 무언가 속삭인다
사랑은 알았다는듯 끄떡였고 곧이어 송비서가 그녀들에게 다가간다
<먼저 대신 사과말씀부터 드립니다... 전 김실장님 직원이구요... 병원치료부터 하시죠
병원비는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합의할...... 아니 합의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합의내용은 여기 적힌대로.... 구요...
더이상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윤대표님의 말씀도 계셨습니다>
<알았어요>
민지가 대신 대답했고 사랑이 서명했다
멀리서 성민이 그모습을 지켜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지훈은 그날저녁 경찰서에서 나올수있었다
차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호출하겠다는 담당경찰의 말을 뒤로한채 송비서와함께 문을 나선다
스르륵 성민의차가 다가와 지훈을태운다
<술한잔하자>
운전기사와 송비서를 먼저보내고 둘은 근처 포장마차에들러 술을마셨다
한병, 두병째 소주를 비울때까지 둘은 아무말이없었고 먼저 입을연건 지훈이었다
<왜그랬어?>
<............>
지훈은 성민과오는 차안에서 영애의문자를 받았다
이번일을 꾸민사람이 성민이고 이유는 그에게 물으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어처구니 없었다
황당한마음이 지난일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어떤이유로, 왜 자신을 이렇게했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를 이토록 화나게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머릿속이 터질것같았지만
그가먼저 얘기를 꺼낼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성민은 쉽게 말을꺼내지 않았고 끓어오르는 답답함에 재차 묻는다
<왜그랬어?>
<..........>
<내가 싫으냐?>
<그래>
<너한테 잘못한게 뭔지 궁금해>
<니가 잘못한건 없다>
<..........>
<너의 아버지의 죄값을 니가 치뤘다 생각해>
<아버지얘기는 왜꺼내는데>
<말하자면 오늘밤 꼬박새도 모자란다>
<니가 이런데는 이유가 분명 있겠지... 그게 내아버지와 무슨 상관이..>
<상관있어>
단호한 성민의 목소리에 지훈이 움찔한다
연거푸 두잔의소주를 마시고 천천히 성민이 입을연다
<내얘기... 잘들어..... 그리고 내말이 전부끝날때까지 아무말도 하지마라>
<................>
성민은 지난날에 있었던얘기를 전부 지훈에게 말해주었다
중간중간 울먹울먹하며 침을 꿀꺽 삼키기도했고 소주를 마시기도했다
지훈은 성민의말에 크게 놀랐다
자신도몰랐던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한 낙사사고가 아니란것에 대해 슬픔과 분노가 교차했다
더욱이 성민의 부모를 죽게만든 살인자가 자신의아버지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에휩싸인다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이제야 성민의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있었다
세상에 단 한장남은 부모님의 사진이 그토록 큰사건을 간직하고 있는줄 몰랐다
그럴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사진을 남겨두지 않았을것이다
성민과의 관계가 이렇게 무너진다는것에 마음아팠다
그사이 빈 소주병은 네병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너에게 똑같은 죄를 짓게하고 니아버지가 저지른 죄값을 니가받게 하려했다>
<그렇다면 빼주지말지 그랬어>
<........너한테 미안해서...>
<...............>
성민은 진심으로 지훈에게 미안해했다
지난 부모님의 얘기를 아무것도 모르는채 누명을 씌운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의아내를 취한것때문에 더더욱 미안해졌다
<미안하다>
<..................>
<널 그렇게 하고나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좋아하실줄 알았어>
<.............>
<너또한 상처로 남았을텐데..... 내가 미안하다...>
<...........>
<그리고..... 미안한게 또하나 있......>
고개를숙인채 조용히 말하는 성민을 지훈이 말없이 쳐다보며 소주한잔을 털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성민앞에 털썩 무릅을꿇는다
<왜..왜이래>
<성민아... 내가 미안하다... 아버지대신 내가 용서를 빌께...... 아버지를 용서해다오>
<아냐... 일어나 어서...>
<니가 용서해주기전엔 못일어나겠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그만 노여움을 풀어라>
지훈은 자신에게 해를입힌 성민의 행동보다 지난 부모님의 과오로인한 그의상처가 더욱 마음아팠다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해 죽게하고 또한 아버지까지 무참히살해한 살인범의 자식을 어떤이가 용서할까
자신같으면 더큰복수를 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와 못난 아버지를 대신해 잘못을 빈다해도 성민의가슴엔 영원히 씻지못할 상처가남는다
무릅한번 꿇고 사과한마디가 그의 과거기억을 지울순 없지만 지훈은 진심으로 성민에게 용서를빌었다
잠깐동안 성민을 원망했던 자신이 한없이 작아보였다
주위의 사람들이 수근거리며 두사람을 쳐다보고 주인여자가 와서 말린다
<하이고마... 친구분끼리 속상한일 있는갑네예... 뭔지 모르지만 그만 용서해주이소 야?>
<그래... 야야 얼른일어나... 난 다잊었다... 다 용서했으니까 니가 나왔지>
성민이 지훈을 끌어당겨 억지로 의자에 앉히며 그를 끌어앉는다
<내가 미안하다....... 병신같이 속은좁아서... 이렇게하면 돌아가신 부모님한테
조금이라도 아들노릇 했다고 말할수 있을줄알았어>
<흑흑.......>
<미안하다.... 지훈아... 흑흑...>
둘은 서로를 끌어앉은채 펑펑 울었다
두사람 전부 같은과거로인해 같은슬픔을 품은지 몰랐고 이제 죽을때까지 또다시 같은기억을 지녀야했다
어찌보면 피흘린 부모님들이 피를나눈 형제같이 만들어준 느낌이든다
한참동안 소리내서 울고있는 두남자에게 주위사람들이 박수를치며 소리를 지른다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나왔다
하지만 성민은 은주얘기를 할 타이밍을 놓쳤다
은주얘기를 들었더라면 무릅꿇지 않았을것이다
아니, 반대로 주먹이라도 날라왔을것이다
어찌보면 경찰서에 보낸것보다 더큰 미안함이었는데 주위사람들로인해 얼버무려졌고
이참에 이대로 모든게 그냥 묻어지길 바랬다
지훈도 영애도 자신들의 관계를 영원히모른채 그냥그대로 모든게 묻어지길바랬다
술에취한 지훈을 집에 내려주고 편의점에서 담배한갑을샀다
수년전 지훈과함께 마지막으로 다섯개비씩 피우곤 그후로 피우지않았지만
오늘밤은 유난히 담배생각이 간절했다
밤늦은 놀이터 벤치는 바람까지불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
불을붙히고 한모금빨자 훅하고 가슴에 통증이 밀려온다
거의 비흡연자로 돌아간 폐였기에 예전생각으로만 들이마셨다가 눈물까지 나올지경이었다
윙윙윙
주머니속의 폰이울려 꺼내보니 은주였다
겨우 한모금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끄고 조용한목소리로 받았다
<네>
<거기서 모하세요?>
<응? 보여?>
창밖으로 쳐다본듯했다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는생각에 괜시리 은주에게 미안한마음이들었고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지훈씬 자요.... 안들어가요?>
<글쎄....... 오늘은 잠이 안올거같네>
<왜그랬어요? 꼭 그렇게 해야만했어요?>
<............>
<성민씨 나쁜사람 아니잖아요>
<나도 모르겠어>
<그걸로 모든게 해결되었나요?>
<은주야....>
<이제 우리사이도 끝이겠네요>
<...........>
<그런것같군요.... 시작을 말았어야 했는데>
<다 내잘못이야>
<이제 제가 귀찮아지겠죠>
<그런말하지마....내마음은 변함없어....당신때문에 시작했어>
<..........>
<당신과의 의심을 피해보려고.... 그러면 영애가 의심 안할거같았어>
<.........>
<나야 상관없지만... 당신은 지켜줘야하니까...>
<흑.....>
<지훈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걸로 당신이 곤란하지 않게되길 바랄뿐이야>
<성민씨......>
<미안해 은주야.... 내가 여러사람 힘들게했다>
<아녜요.... 그동안 마음고생한 당신이 더 힘들었겠죠>
<당신만큼은 절대 맘고생 시키지않을께>
<보고싶어요... 성민씨>
<나도 보고싶어.... 그래도 조심할때이기도 하니...>
<그래도 보고싶어 미치겠어요...내일집으로오세요....>
<그래.... 갈께>
<그리고 다음주쯤 친정에 갈까해요.. 거기로 또 오고>
<괜찮을까?>
<지훈씨야.... 삐져서 간줄알테고... 자긴 제가간 다음날오세요>
<그게좋겠다... 나도 며칠 회사일좀 봐놓고갈께>
<사랑해요 성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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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며칠후 영애는 동네커피숍에서 낯선남자에게 사진이들어있는 봉투를 건네받는다
사설흥신소에 성민의 행적을 의뢰했고 그결과를 오늘 받게되었다
<불행하게도 사모님 생각대로네요 흐흐흐>
그가건넨 사진엔 망원렌즈로 찍었는지 은주네거실이 자세히보였고
쇼파에앉은 성민과 그앞에 쭈그린채 자지를빨고있는 은주의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있었다
첫장부터 영애의 심장을 내려앉게 만드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이제.... 잔금을...>
<여기>
아무렇게나 사진을 봉투속에 우겨넣고 준비한돈을 그남자에게 건넨다
꽤 여러장의 사진이었지만 지금 이남자앞에서 더 보고싶지 않았다
사내가 돈을확인하곤 음흉한 미소를지으며 영애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댄다
<많이 충격받으셨나봐요..... 화나실텐데 바람이라도 쐬러 갈까요?>
<............>
<이럴땐 맞바람이 최곱니다.... 괴로움을 잊게 해드릴께요>
누가 듣기라도할까봐 코앞까지 다가서 속삭인다
영애는 사진이 들어있는 봉투에서 눈을떼지못한채 손톱으로 모퉁이를 긁고만 있었다
<지금.... 적셔드릴께요..... 온몸을 전부...>
<살인까지 저지르게 하지마세요>
여전히 시선은 봉투에있었지만 낮고 짧은 그녀의말은 단호했다
<씨발 좆까고있네... 재수없어>
사내가 금방 표정이 일그러지며 의자를박차고 일어나 나간다
영애는 아무말도 안들렸고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방금나간 그남자의 얼굴조차 생각나지않았다
너무나 많은생각이 한꺼번에 머리속을 지배하고 수천, 수만개의 톱니바퀴가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하기만하다
하나있는 아들의 입장도, 자신만 바라보는 친정부모님도 한번의결정에 모든것이 달라진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지나가는 술집여자와 하룻밤 성욕을 풀은게아니다
자신의 절친이자 평생 같이갈줄만 알았던 은주와 몸을섞고 마음을주고 거짓말까지했다
또한 은주는 그의 친구아내였다
복수를 한답시고 어설프게 의심을 피해가려했던것도 헛웃음이 나오게한다
오늘도 성민은 지방출장이라고했고 은주는 친정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집을 떠나있었다
자신을 속이기위해 스케줄을 다르게하는 치밀함도 보였지만 영애의눈을 속이기엔 부족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들을 믿고있는 지훈이 불쌍했다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하기만하다
노을이 붉게물든 서해안의 어느 고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성민과 은주는 벌써 몇시간째 침대에서 내려올줄 몰랐다
이미 그들이 뱉어놓은 땀과 애액으로 침대시트는 얼룩져있었고 그들의몸은 번들거리기까지 했다
이른아침 은주의 친정동네에서 만난 두사람은 곧장 호텔로 들어왔고 점심도거른채 섹스에 열중이었다
<하아하아.... 성민씨..... 좋아...>
<헉헉... 좋아?>
<응.... 너무너무.... 흐응..>
<보지가좋아 자지가좋아?>
<하앙... 보지도좋고.... 자지도...흐읍...좋지...>
<젖좀줘>
<아응.....>
은주의 다리를 한껏벌린채 보지를 쑤시며 그녀가 모아준 젖가슴을 게걸스럽게 빨아먹는다
아이에게 젖을물리듯 은주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그에게 젖가슴을 내밀어준다
<헉헉..... 쭙쭙...>
<하아하아..... 맛있어?>
<쭙.... 응...... 젖나온다>
<하으...거짓말..... 젖꼭지... 깨물어줘요...흐응..>
그녀의 유방은 아직 탱탱한데비해 유두는 약간 작았다
하지만 자극을 가하거나 유두만을 힘껏빨면 제법 벌겆게 부풀어오른다
이빨로 살살 깨물어주는걸 좋아하는 은주가 성민에게 더큰 자극을 요구한다
<헉헉헉.... 내젖꼭지... 똑 띠어가고싶다>
<하응.... 띠어가세요.... 하악하악...>
<이번엔 어디에 뿌려줄까.... 헉헉>
<허응... 하아..... 자기.... 맘대로.... 근데... 오늘은 뒤로...흐읍..... 안해요?>
<이제겨우... 두번짼데 뭘.... 헉헉헉.... 밤새 쑤실거야>
<흐엉.... 후우후우.... 진짜?>
<각오해.... 헉헉....... 내보지...>
<아아...... 자기야...>
은주는 성민의 더티한 대화를 내심 즐기고있었다
평생 듣도보도못했던 음탕한 단어들을 성민을만나고 입에벨정도로 즐겨들었고
자신또한 그와 섹스할땐 아무렇지않게 튀어나왔다
가끔 자신이뱉은말에 깜짝 놀라기도했다
<하윽.... 자기... 좆물..... 먹고싶다...>
<헉헉...헉..... 지금 줄까?>
<응.... 하아하아..... 양.... 많을때....주세요>
<흐으.... 우리은주... 음탕한데?>
<아잉...... 하윽... 자기가... 만들었어...>
<헉헉... 그랬어요? 내보지?>
<하악..... 여보...좆물... 내자지...좆물.... 끄으...>
<입벌려봐..... 좆물 먹여줄께...헉헉..>
눈도못뜬채 천천히 입을벌린다
이제 보지에선 물장구소리가 날정도로 질퍽질퍽했고 두사람의 행위에 박자를맞춘다
성민이 보지근처로 손을가져가 한움큼 보짓물을 찍어발라 그녀의입에 넣어주었고
입에들어온 자신의 애액을 쪽쪽 소리가나도록 빨아먹는다
<에피타이져야>
<쭙쭙.... 하아...>
성민이 그녀의 두팔을 머리위로 올리고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냥만져도 탄력있는 가슴이었지만 원래젖가슴 모양그대로 느낄수있기에
성민은 사정직전엔 항상 이자세로 마무리를 했고 은주는 이제 그가 사정하려고 한다는걸
그동안의 수없는 행위로 알수있었다
<하악하으.... 싸주세요...>
<헉헉.... 은주야.....>
<으읍........>
펌프질에 속도를내던 성민이 재빨리일어나 그녀의 가슴위에 무릅꿇고 입안에 사정한다
꿀럭꿀럭
굵은줄기의 정액이 길게 그녀의입안으로 사라지고 흘리지않으려 더욱 입을 크게벌린다
<으으.........>
한손으론 자지를 흔들었고 다른손으로 은주의 머리를잡아 과녁을 조정해 입속에 쑤셔넣었다
두손으로 떠받듯 고환과 자지를감싸며 연신 꿀꺽꿀꺽 삼키고는 목젖끝까지 자지를 전진후퇴시킨다
<허업...>
<쭙......... 후우...하아....>
입술에 묻은 정액한방울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쓸어올려 입으로 가져간다
<하음..... 맛있어요... 자기꺼...>
<헉헉.... 은주야..>
.
.
.
.
.
.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어떻게 왔는지 어느길로온건지 아무기억이없다
그저 핸들을잡은손이 움직이는대로 하염없이 따라왔다
머리속은 온통 성민과은주가 침대위에서 뒹구는장면만 계속해서 돌아갔다
흥신소남자가 주고간 사진속엔 온갖 해괴한장면들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호텔에 들어가는장면, 나오는장면, 팔짱을끼고 거니는모습,
은주의집에서 홀랑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부부같아보였고
영애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남편은 괴물처럼 보이기도했다
사진한장한장이 기억에서 지울수없다는듯 또렷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영애는 어딘지모를 낯선 바닷가 바위위에서 어두운 수평선만 바라본다
가로등밑으로 젊은남여한쌍이 다정스레 팔짱을끼고 걸어가고있다
불켜진 작은카페,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 숨바꼭질하는 아이들,
영애의 눈에비친 모든것들이 정겨운 모습이자 그림이었다
문득 그아이들이 자신의아들로 보여졌다
(다필요없다... 부질없는 짓이야)
마음속에 담겨진 모든것을 내려놓는다
하나뿐인 아이에게 미안했지만 더이상 성민을 대할 자신이없다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이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수천번 수만번을 외쳤어도
더욱 생생하게 머리속에그려진다
하느님은 왜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서 이리도 힘들게할까
왜 사람의 마음속에 탐욕과 색욕를 넣었는지 조물주가 원망스러웠다
자신에게 한없이 자상한 부모님에게 거짓웃음을 지을수없다
영애는 또한번 다짐했다
죽어서라도 성민과 은주에게 복수하겠노라고...
풍덩...
늦가을 바닷물은 상상외로 차가웠다
심장이 오그라들고 온몸이 구부러진다
엄마에게 맡기고온 아들이 생각나 눈물이 났지만 바닷물에 흔적조차 지워지고만다
점점 아래로 빨려가듯 내려간다
내려갈수록 숨이막히고 가슴에 압박이심해오지만 두팔과 두다리를모아
조금이라도 깊이 빨려들어가는것에 방해를 주지않는다
무섭다는 느낌도없고 아프다는 생각도 없다
참았던 호흡이 한계가오고 서서히 정신이 혼미해진다
<지훈씨... 나오늘 안들어가도 되요 흐흣>
모두들 퇴근한 텅빈 사무실에서 지희가 지훈의 무릅에앉아 그의 귀에 속삭인다
스커트속에선 지훈의손이 움직이고있었고 그녀의 셔츠는 풀어져있었다
<응? ?겨났어요?>
<씨.......>
지희가 한껏 눈을흘기며 애교를부린다
<진작말하지... 애엄마도 친정갔는데>
<어머 정말? 그럼 우리 오늘밤 같이있을수 있겠네>
<뭐... 당신이 문제였지 나는...>
<출장간대요... 꽤 오래걸릴것 같던데...>
<그래? 어디현장이지?>
<밑에지방인가보던데...우리도 멀리가요 응?>
<글쎄..... 난 지금 급한데>
<아이... 이따가..... 밤새도록 만져요>
<좋아 그래도 맛은보고 가야지>
<하아....>
셔츠사이로 둥글게 자리잡고있는 젖가슴을 빨며 젖꼭지를 혀로 굴리자 지희의 한숨이터진다
찍!
가랑이사이에있던 손이 보지부근 스타킹에 구멍을 냈다
촉촉히 습기를머금은 팬티가 제색깔을 보여주며 얼굴을 내밀었지만 지훈의손에의해 이내 옆으로 제쳐졌다
<하악... 지훈씨.....>
<팬티좀 안입고다니면 안되나>
<흐응.. 누구 좋으라구...>
<걸리적거려....>
뿌지직!
구멍난 스타킹을 사정없이 찢는다
분홍색 면팬티를 위에서 끌어내리고 손에 닿는대로 보지부근을 더듬었다
<흐으..... 하응..>
<참 이쁘다>
<하앙.... 빨아줘요...>
더듬더듬 대충 팬티를 허벅지에 걸치고 두다리를 들어올려 보지를 노출시켰다
혀를 길게빼 보짓살사이를 갈라놓는다
이미 충분히 젖어있어 기분좋은 미끈거림이 혀의 움직임을 반갑게 도와준다
<하악>
갑작스런 쾌감에 자신도모르게 두다리를모아 지훈의머리를 죄어온다
애액을 핥아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아아... 흐엉..>
<쭙... 다리좀 벌리지?>
<하아하아.....>
그녀가 정신을 차렸는지 그의머리를 압박하던 다리를풀어 위로 끌어올린다
한결 수월해진 지훈의혀가 넓게펴져 그녀의 음부전체를 맛보듯 핥는다
<후룹....쭙쭙...>
<아응........ 하앙.... 난몰라...>
<쭙... 이제그만..... 우리도 갑시다>
지훈이 보지에 입맞추고 그녀의치마를 추스려준다
한창 무르익어가는중에 중단된 그의행동에 지희가 날카롭게 소리친다
<아잉... 가잘때 가지>
<후훗..... 아껴먹어야지>
지희의 두눈에서 레이져가 발사되고 그가 능글스런 웃음으로 그녀를 안아준다
아까부터 바위위에 서있던여자가 뛰어내렸다
위태스러보이던 모습이 심상치않더니 결국 느낌대로였다
바닷가에 앉아 담배를피우던 한남자가 전력으로 소리나는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녀가 뛰어내린자리는 꽤나 깊은자리였다
그가 거의도착했을때까지도 다시 떠오르지않을걸로 봐서는 아직도 가라앉고있는듯 보였다
첨벙!
두고볼것도없이 여자가 뛰어내린자리로 남자가 달려든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물속은 앞이 보이질않았다
반사되며 들어온 희미한 가로등불빛만이 이곳이 바닷속이란걸 말해준다
무조건 밑으로 내려가는수밖에 없었고 한참을 더듬는중에 뿌연물체가 어렴풋이 나타나며 손끝에 옷자락이 잡혔다
자신쪽으로 잡아당겨 두손으로 잡을수 있게되자 있는힘껏 끌어안아 수면위로 올라왔다
평평한 바위에 뉘인후 곧장 인공호흡에 들어갔고 얼마후 다행히 물을 토해내며 그녀가 깨어났다
<쿨럭>
<휴우.....>
영애는 지금이순간이 납득이되질 않았다
죽었는지 살은건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없었다
손끝을 움직여본다
감각은없었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것 같았지만 발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의 힘에끌려 자신의몸이 움직여지고 옆으로 뉘여진다는걸 알수있었다
한사발의 바닷물이 또한번 토해진다
<정신이좀 들어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 이승에서 듣던 익숙한, 분명히 사람말소리였다
죽지는 않았구나 싶다
<체온이 내려가니까 일단 옷을 벗어야되요>
<...........>
영애는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온몸의 산소가 부족한상태에서 1분, 아니 십여초만 늦었어도 그녀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으리라
한기가 느껴진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자신을 두손으로 번쩍 들어올리고 어디론가 걸어간다
<왜.... 구하셨어요...>
그의차로 보이는 뒷좌석에서 그남자의 손에의해 젖은옷이 모두벗겨졌고 얇은담요한장이 덮혀졌다
그또한 마찬가지로 상의를벗은채 수건한장만을 어깨에 두르고 히터를 쐬고있었다
차안 여기저기엔 두사람이 벗은옷이 널려져있었다
몸이 점점 따뜻해지고 몸에따라 정신도 돌아오는듯했다
영애는 자신을구한 이남자가 원망스러웠다
끔찍하리만큼 차가운 바닷속의 공포감도, 뛰어내리는 도중 밀려드는 수많은생각들도
그녀의 결심을 막지못했지만 겨우 몇분만에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또다시 악몽속으로 돌아오게 만든 그남자가 한없이 미웠다
<이제좀 데워졌네>
히터앞에 올려놓은 캔커피를 두어번흔들어 꼭지를 따고 하나를 영애에게 건넨다
앞자리에 앉아 자신을 돌아보는 그의얼굴이 어둠속에서도 차분하게 느껴진다
힘겹게 커피를받아 겨우겨우 한모금삼킨다
따뜻하다
살아있다는걸 느끼게해주는 커피한모금은 이제껏 먹어본 커피중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카.... 좋다>
이남자 자신의말에 대꾸도없이 딴짓만하고있다
사람을 살려냈다는 자만감도없고 그어떤 훈계도 하지않는다
어쩌면 자신이 커피를 다마시고나면 차에서 슬쩍 내려놓고 가버릴것같았다
<바닷속....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세요?... 그걸 또 해야.... 되잖아요....>
<................>
<당신만 아니었으면....>
<제목숨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목숨구해준건 그사람이었는데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이상한 소리를한다
<제가... 죽으려고 왔거든요>
<...........>
<당신이 뛴 그자리.... 낮부터 봐둔자리예요>
<.........>
<당신이 선수쳤고.... 나도 죽으려했지만... 죽으려는 사람보니 일단 살리고보자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이 죽으면 좋았겠네요... 저승길 동무도생기고>
<하핫.... 그런가요>
그가 아무렇지않게 웃어버린다
죽으러온 사람이 남죽는꼴은 못본다는 해괴한논리를 영애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남자는 살것인가 죽을것인가 궁금해졌다
<어쩌실 생각이세요?>
<궁금해지셨나봐요.... 제가 죽을지 살지>
<.............>
<당신을 구하려고 뛰어든 바닷물이 어찌나 차갑던지 감기걸리겠더라구요....
차가운건 질색인데....하하하 방법을 바꿔야겠어요>
<............>
<높은건물에서 뛰어내릴까요? 산산조각나는 몸뚱아리가 너무 아프겠죠?>
<여보세요>
<목메달아 죽으면 온몸의 구멍에서 물이나온대요...
눈에선눈물이 코에선콧물이 귀에선고름이 성기에선 정액이 똥구멍에선 똥이...>
<..............>
<혓바닥은 이렇게 쭈욱 튀어나오고요>
남자가 혀를 쭉뽑고 눈을 하얗게 뒤집었다
진짜 죽은귀신처럼 보였다
<그..그만하세요>
<하하... 그래서 차에 연탄을 피우고 죽으려고 해봤어요>
<............>
<요즘 유행하는 방법이잖아요... 근데요 결정적으로 제가 술을 못마셔요...
그건 술을 이빠이먹고 잠들며 죽어야되는데 전 술을 입에도못대거든요 하하하>
바보아니면 천진난만한 사람이었다
정말 죽을사람이라면 술마시고라도 죽을텐데 죽을생각이 없어보였다
이남자 괜히 자신을 위로해주려고 거짓말하는듯 했다
<그옆에 박스 열어보세요>
정신이들고 어두운곳에 익숙해지자 바닥옆에놓인 상자하나가 보였다
대충 접혀있는 뚜껑을열자 연탄화로가 나타났다
<화로있죠? 연탄은 안에들었고 번개탄은 그밑에... 하하>
남자의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떤 상처가 남았기에 이토록 철저히 준비하고 죽으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자신을 살릴정도의 수영실력이면 절대 바닷속에빠져 죽진 못했으리라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묶으려던 중이었어요..... 당신이 빠지던 그때요...>
조수석바닥에는 운동할때 발목에차는 모래주머니가 여러개 보였다
모래주머니......
이남자 정말 죽으러왔고 실행할 사람이었다
사람좋아보이는 웃음으로 긴장을풀어주고 능숙한화술의 대화유도는 아무렇게 살아온사람같진 않았다
갑자기 이사람이 불쌍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