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게임
수십 억 톤의 물을 가둬두는 댐이 무너지는 것도, 새끼손가락 크기만 한 아주 작은 구멍에서 출발 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지만, 하루, 이틀,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구멍은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며, 거미줄 같은 균열과 함께 댐은 차디찬 물속으로 잠겨버린다.
그 어둡고 차디찬 물속은 한 줄의 빛줄기도 용납하지 않으며, 또한 한 호흡의 공기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건 희망이 없는 절망이고, 내일 없는 오늘일 뿐이다. 내일이 없다는 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며,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 세상속의 지옥의 나날일 뿐이었다.
사채...
아주 조금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민혁은 자신의 발아래 세상을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10년 간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또 성실히 살아왔고,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악독하게 살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은 지켰으며, 자동차 운전에 관한 과태료 딱지를 한 번도 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법 테두리를 벗어난 적도 없었다.
그런 민혁에게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면, 욕심 단 한 가지였다. 조금 만 더 사업을 키운다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세상에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만의 세계, 아니 가족의 행복과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틸 그레이팅, 즉 철 구조물 관련한 업체를 운영하던 민혁은 20대 때 이뤄놓은 발품과 더불어 건설경기 호황으로 지난 10년간은 앞날이 보장 된 탄탄대로를 걸었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민혁은 이쯤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10년 간 벌어들인 수익을 통해 인테리어 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기 시작했고, 2년이 조금 더 지나자 지인과 더불어 주로 원룸 및 상가 건물을 짓는 건설사를 차렸다.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업체를 세 곳이나 운영하던 민혁은 아주 잠시나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철 구조물 업체를 하며 10년 간 벌어들인 돈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일반 서민들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쌓은 민혁은 여기서 다시 한 번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회사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먼 미래에는 대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위치에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 그 어느 회사도 처음부터 대기업은 아니었지 아니한가.
그러나 세상은 민혁의 두 번째 욕심에 있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장밋빛 상상만 가득 찼던 그의 뇌를 꾸짖듯이,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욱 더 혹독한 매질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IMF...
리더는 위기에서 빛나는 법이란 말이 있었지만, 민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어떤 위기도 없이 세상을 포부하며 살아왔던 그이기에, 처음으로 닥친 시련은 너무나 가혹한 삶으로 다가왔다. 사실 민혁이 위기에 관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했더라도 피할 수는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IMF는 한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혹독했고,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대기업들도 줄줄이 부도를 내고 있었다.
민혁은 수십 억 톤의 물을 막기 위한 댐 역할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하지만, 허공의 삽질일 뿐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앞가림도 못할 시기였으니, 타인의 삶까지 걱정해줄 여유가 없는 건 당연했다.
IMF 후, 일 년이 지났을 무렵, 민혁의 회사는 만신창이였다. 아니,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이제는 차디차고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는 늪과 같은 역할을 했다. 벌려 놓은 사업에 자금이 유통이 되지 않아서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믿던 지인들은 공금을 횡령해서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은 대표이사인 민혁에게 있었다.
민혁의 회사도 결국 부도를 피할 수 없었고, 그 많던 재산도 한 줌의 재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IMF 초창기에 자금의 압박에 시달린 민혁은 인생의 최악의 실수를 해버렸다. 아니, 이건 실수 정도를 넘어서 자살행위였다.
사채의 유혹...
조금만 버티면 될 것 같았던 회사는 그저 한 없이 무너져버렸고,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민혁에게 남은 건 사채 빚 30억이 넘었다. 이 또한 몇 개월이 더 지나면 40억, 50억으로 불어날 수 있었다. 사채의 이자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려고 했지만, 어려웠던 시기에 민혁의 호소를 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번은 법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민혁에게 돌아왔던 건 목숨에 대한 위협이었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말이 있듯이, 법이 민혁을 구제할 수 있을 시간이면, 민혁은 수 백 개의 목숨이 필요했다. 더구나 민혁은 자신은 물론,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내와 딸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자, 법의 도움에 대한 생각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캄캄한 어둠 뿐 이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어둠의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이런 민혁이 그나마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건, 가정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만약에 가정마저 없었다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민혁이었다.
매일같이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렸던 민혁은 마지막으로 그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작은 짐을 꾸려 아내와 딸과 함께 도망을 갔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지만, 무작정 사채업자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서 수년을 버티면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악마 같은 놈들이 없는 곳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아내와 딸의 삼 시 세끼는 챙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민혁의 도망 행각도 결국 두 달 만에 저지 될 수 밖 에 없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넓지만 또 좁았다. 사채업자는 끈질긴 추격 끝에 민혁의 가정을 찾아냈고, 민혁을 무차별하게 폭행을 했다. 그리고 떠나면서 민혁의 귓가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을 정도의 싸늘한 말을 남겼다.
“한 번만 더 도망가면.... 네 녀석 딸부터 가죽을 벗겨버릴 테야.”
내일 없는 삶의 연속... 희망이라는고는 상상도 못할 나날들...
민혁과 그의 아내인 서영은 차라리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청산가리를 사다가 죽을 결심도 했지만, 옆에서 쌔근거리며 자고 있는 딸 연아를 보고 있자니, 나오는 건 마르지 않는 눈물 뿐 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제는 지독했지만, 그보다 참혹한 건,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답이 없는 삶을 사는 민혁과 서영에게 어느 화창한 날, 뜻밖의 편지 한통이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종의 초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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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당신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며...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컴퍼니’라 불리는 곳입니다. 갑작스레 이런 편지를 받게 되셔서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으나, 마지막 한 글자까지 읽어주시면, 분명 당신의 가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당신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송구스럽게 말씀드립니다만,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요? 그래서 저희 컴퍼니에서는 절벽 끝자락에 선 당신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저희 컴퍼니에서는 현재 당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이벤트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이벤트에 참여하셔서 좋은 성적을 거두신다면, 설령 수 십 억의 빚에 시달리시더라도 단숨에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이 가지 않으신다고요? 믿음에 대한 강요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흥미가 생기셨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컴퍼니에서 여는 이번 이벤트의 내용은 일종의 게임입니다. 많은 분들을 초대하여 일종의 게임을 통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분들에게 일종의 상금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컴퍼니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당신과 같은 많은 분들을 초대하여 상금의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아참, 저희 컴퍼니에서 준비한 게임의 주제는 ‘섹스’입니다. 섹스라는 단어에 놀라셨을지 모르겠지만,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수 십 억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이 단어가 뜻하는 것이 그리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저희 컴퍼니가 준비한 섹스게임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밝히겠으니, 아무쪼록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참여 날짜와 장소는 편지 하단에 적여 있으며, 이번 이벤트의 참가조건은 반드시 부부가 하나의 팀이 되므로, 단독으로는 참여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ps.편지와 함께 동봉 된, 빨간색 칩이 하나 있을 겁니다. 참여자는 반드시 이 빨간색 칩을을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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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라는 곳이 보낸 편지, 아니 섹스게임에 대한 초대장을 함께 읽은 민혁과 서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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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일 : 7월 26일, 일요일 오후 1시.
참여 장소 : 강원도 평창군 XX리조트 실내스포츠 체육관.
준비물 : 빨간 칩을 제외하고 따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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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과 서영은 며칠 동안 서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컴퍼니라는 곳이 보낸 섹스게임 초대장에 눈길을 뗄 수는 없었다. 사실 민혁이 예전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초대장을 받았다면, 장난으로 생각하고 무시를 했거나, 설령 진짜라 생각할지라도 욕 짓거리를 한바탕 한 후, 구깃구깃 접어 쓰레기통에 쳐 박았을 것이다. 물론, 아내인 서영이 받았다면 소름이 돋아 차마 다 읽지도 못했을 터...
내색은 안 했지만, 또한 그 초대장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현재 그 부부의 현실이었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현실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혁과 서영이 마음 내키는 대로 선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컴퍼니의 제안이 사실인지도 의문스러웠지만,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부부동반 하에 ‘섹스게임’이라니... 민혁과 서영에게 있어 사실이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단어는 ‘섹스’였다.
남녀 관계에 있어 섹스는 많은 것을 상상하게끔 했다. 그런데 부부가 한 팀이 되어서 정체도 모르고, 숫자도 모를 많은 부부들과 게임을 해야 한다니... 특히 서영은 그 문제에 대해서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한 편의 악몽처럼 끔찍했다.
컴퍼니의 초대장을 받은 후, 부질없이 시간은 흘러갔지만, 민혁은 차마 입을 열지는 못했다. 민혁은 컴퍼니의 제안이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잔혹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당장 어떠한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딸 연아의 목숨도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그것만은 꼭 지켜내야 했다.
민혁은 민혁대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이건 아내인 서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고민은 민혁 보다 서영이 더 깊을 수 밖 에 없었다. 무엇보다 서영은 여자였다. 단순히 ‘성(性)’이라는 글자 하나를 놓고 보면, 항상 피해자는 여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에 참여하게 될 경우, 민혁도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자인 서영보다는 못할 것이 자명했다. 물론, 그것을 보는 민혁도 가슴이 찢어지겠지만...
컴퍼니의 섹스게임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섹스’라는 단어 때문에 추악한 상상을 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 때문에 민혁과 서영은 많은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민혁은 스스로 그나마 나을 것이라 생각 되었다. 십 수 년 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소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대 등의 유흥을 많이 겪은 경험이 있었다. - 물론, 민혁은 2차는 가지 않았다 - 하지만, 자신의 아내인 서영은 자신과의 결혼 10년 동안 집안일만 하며 딸을 키워 온, 전형적인 한국형 주부였다. 그것이 민혁으로서는 매우 걱정이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또 딸의 안전을 위해서 민혁은 섹스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로 인해 아내인 서영의 인격과 자존감이 무너지면, 이 또한 가정을 지킨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극단적으로는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고 세 가족이 동반 자살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위한 마무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 터... 답답한 하루가 계속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서영은 서영대로 민혁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실 민혁이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서영은 민혁의 생각을 다 알고 있었다. 10년을 함께 한 부부가 아니던가. 더구나 최근에 있어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민혁이 무너지면서, 서영은 남편의 여리고 여린 마음까지 읽게 되었다. 그리고 민혁 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다.
‘나 때문인 거야...’
서영은 남편 역시 섹스게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이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론도의 대사처럼, 컴퍼니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결국 서영은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의 참여 하루 전에 민혁에 앞서 입을 열었다.
“여보.”
민혁은 서글프게 들리는 서영의 부름에 당장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내인 서영이 무슨 말을 할지, 이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더욱 더 민혁은 서글펐고,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은 아찔함도 느꼈다.
“내가... 내가....”
더 이상 입이 열리지 않는 민혁이었지만, 울음을 크게 삼킨 후에 고개를 돌려 아내인 서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민혁은 그것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민혁이 바라보는 서영의 얼굴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괜찮아... 난 괜찮아...”
서영은 연신 괜찮다며, 오히려 민혁을 다독이고 있었다. 서영은 자신의 남편인 민혁을 위해서 강한 척 하고 있었지만, 민혁은 그럴수록 자괴감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 미안함이란 세상 그 어떤 말로도 더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괜찮아?... 차라리 솔직히 말해 줘... 이건 괜찮은 일이 아니잖아... 누가 보더라도...”
약간은 울부짖음을 하는 민혁이었다. 본인도 컴퍼니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으나, 막상 아내 입에서 참여하자라는 말을 들으려고 하니, 그 거부감이 뼈마디 하나하나를 짓누르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차라리 같이 죽자라는 말을 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이내 곧 서영의 말에 민혁은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연아... 연아... 살려야 하잖아... 우리 연아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해야 하잖아...”
돈 때문에 이런 지경까지 왔다. 또한 돈이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이라는 것을 떠나서 아무리 힘들다고 자신의 딸까지 죽여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잠시나마 동반자살을 생각한 민혁은 아내 서영 앞에서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서영은 여자로서의 수치심은 물론, 한 사람으로서의 인격마저 버릴 각오를 하며 민혁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혁은 그런 아내의 눈물 나는 각오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그래야지... 우리 딸은... 우리 딸만큼은 상처 입어서는.... 안 되지...”
“고마워.”
이 상황에서 고맙다는 서영의 말은 분명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민혁에게는 아내 서영의 각오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미래,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버티겠다는 의지였으니...
“당신에게 미안해...”
“그런 말 하지 마. 그동안... 자기는 많이 고생을 했잖아. 그 덕에 나랑 연아는 아무 불편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고... 지금의 상황 결코 당신 탓이 아니야. 주위를 둘러 봐. 다들 힘들어하는 사람 뿐 이야. 그냥... 우리가 조금 더 고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할래... 그동안 과분할 정도로 편했으니까... 그건 당신의 희생 때문이었기에 가능했고...”
“.....”
“이제는 내가 조금 더 힘을 낼 거야... 우리 부부... 또 우리 딸 연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
차분하게 말을 잇는 서영을 보며 민혁은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고 있었다.
“나야말로 고마워.”
어렵사리 서영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민혁은 빙긋 웃어보였다. 억지로 웃는 민혁의 얼굴을 보며 서영 역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도 웃자, 그래야 전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니, 그것이야 말로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는 큰 무기이다라고 민혁은 생각했다.
“휴... 그건 그렇고...”
부부의 결정은 이뤄졌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어야 할 때였다.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 참여일은 당장 내일이었다.
“장난은 아니겠지?”
먼저 입을 연 건 민혁이었다.
“나도 장난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 솔직히 지금의 마음 한 곳에서는 차라리 장난이었으면 하는 것도 있어. 그런데 참 이상하게... 또 장난이라면 실망할 것 같아... 현재 우리 사정이 그렇잖아?”
“... 그렇긴... 하지.”
“아까 말했듯이 나 각오는 되어 있어. 당신이 걱정하는 만큼 약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아니야.”
“......”
“그리고 당신이 날 걱정하는 만큼... 나도 당신이 걱정스러운 건 마찬가지야.”
“그래... 마음 다 이해해. 우리 이제는 걱정이란 말 하지는 말자.”
더 이상 걱정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 될 일은 아니었다. 선택했다면 이제는 그 길이 거칠고 험난한 가시길이, 온갖 추잡스러움과 더러움이 있는 똥밭이든 묵묵히 전지해야 할 때였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민혁이 입을 열었고, 서영은 그의 입에 집중했다.
“우리가 겪지 않아서 알 수는 없겠지만, 또 상상도 안 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무엇보다 더러울 것이라는 거야...”
“생각은 했어.”
“아니... 생각 그 이상으로... 남자들이 술안주로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 보통 군대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여자는 자신은 가보지 않은 군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착각한단 말이야.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지독하거든... 우리가 상상을 한다고 하지만, 그 상상 밑바탕에는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어야 해. 그 경험이라는 밑바탕이 없다면 인간으로서 상상력의 한계가 생기지. 아마 자기가 생각한 그 이상, 아니 내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더러울 거야...”
민혁의 말을 들은 서영은 입을 꼭 다물었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져갔다. 민혁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당장 내일 섹스게임에 참여를 위해 아내 서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마치 이건 다람쥐 챗 바퀴 도는 것처럼 암울한 이야기의 연속일 뿐이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침으로 부족함만 못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만 이야기 하는 게 좋겠어.”
“으... 응.”
“어차피 겪어봐야 알 일이니까...”
“으... 응.”
“준비물이 뭐였지?”
“별다른 준비물은 없었어. 편지에 동봉된 빨간 칩은 반드시 챙겨야 할 것 같아.”
“그 빨간 칩 어디에 뒀지?”
“자... 잠시만.”
대화를 하던 서영이 잠시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곧 오른 손에 빨간 칩 하나를 들고 민혁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빨간 칩을 민혁에게 건넸다.
“음... 이게 뭘까? 마치 카지노에서 쓰는 것과 비슷하단 말이야.”
“그러게...”
컴퍼니가 보낸 빨간 칩은 흔히 카지노 도박에서 쓰는 칩과 비슷했다. 아니,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했다. 대신에 다른 점 하나는 빨간 칩 양면에는 ‘company’라는 영문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정도랄까?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컴퍼니라는 글자? 혹시...”
“응?”
“일종의 참가 티켓 같은 게 아닐까?”
“그럴까?”
민혁의 추측에 서영이 고개를 잠시 끄덕거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서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참가 티켓일 수도 있겠는데...”
“무슨 생각이 있어?”
“돈으로도 사용되는 게 아닐까?”
“돈?”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 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빨간 칩 하나를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아내 서영을 보며 민혁은 자못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아내가 이렇게 어느 한 가지 일을 두고 생각하고 또 추측하는 모습을 그동안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가 티켓 용도라면... 굳이 도박에 쓰는 칩으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아니야?”
“아하...”
민혁은 날카로운 서영의 추측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참가 티켓 용도뿐이라면, 편지로 충분하지 않을까?”
“듣고 보니....”
확실히 서영의 추측은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이 빨간 칩은 게임을 위한 돈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분명 편지에서도 수 천 만원에서 수 십 억원의 상금이 오간다고 했잖아. 그리고 게임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쟁 아닌가?”
탁!
민혁은 서영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분명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색다른 서영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주 짧지만 민혁은 그녀를 그동안 너무도 모르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회사 일만 하느라 아내를 모르고 살아 온 자신이 잠시나마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또 뭐?”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바라보면, 자기 말대로 카지노에서 쓰는 칩과 비슷하잖아. 그래서 그냥 돈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어.”
서영이 말을 마치자, 민혁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자기 꾀에 넘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가끔은 단순하게 바라보면 그게 정답일 때가 있지...”
“내 말이 그럴싸 했나봐?”
“아니, 완벽한 추측이 아닐까 싶어. 분명 이건 티겟 용도도 있겠지만, 그 게임에서 필요한 일종의 돈의 역할을 할 것 같아. 참가비나 혹은 판돈이랄까?”
“... 응.”
민혁과 서영은 그 후로도 컴퍼니가 제안 한 섹스게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부부가 한 팀이라면 그만큼 많은 생각을 공유해서 단 한 명의 사람처럼 결정하고 행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듯이...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는 것이 전무했기에, 무언가를 심도 있게 논하고 교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 컴퍼니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 큰 약점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은 큰 수확이었다. 불신의 시대에 서로 믿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무기 중의 무기였다.
“연아는 어떻게 하지?”
“내일 오전 일찍 친정에 맡기고 출발하면 될 거 같아.”
“장모님 혼자서 고생을 하시겠네.”
“엄마한테 미안하지만... 나중에 잘 되면... 또 잘해드리면 되잖아...”
“그래도...”
“자기야... 너무 늦었다... 벌써 자정이 다 되가는데...”
“그래.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잠이라도 자 둬야지.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무슨 일이든 헤쳐 나가겠지.”
“맞아. 오늘만큼은 푹 자야할 거야.”
서영이 말을 마치고 민혁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를 침실로 이끌며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서영에게 이끌리며 민혁은 머릿속으로 모든 것을 지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 고민은 무의미하다. 일단... 자자.’
그러나 민혁의 뜻과 달리 깊은 잠을 자기에는 어려운 밤일 것 같다.
@ 2부로 이어집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민혁과 서영은 밤새 거의 뜬 눈으로 지샜다. 그러나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사실 피곤함을 느끼기에는 현실이 그만큼 절박하고 참혹했다.
“날이 덥네...”
“곧 중복이잖아...”
아침에 일어나 딸 연아를 친정에 맡기고, 강원도 평창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서영은 민혁과 딱 이 한 마디만을 나눴을 뿐이다. 민혁과 서영은 한 부부였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이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정체모를 컴퍼니와 마주할 것을 생각하면 긴장할 수 밖 에 없을 터... 이 긴장을 푸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었다.
‘누구의 장난이면... 어쩌지? 아니, 장난인 게 더 낫지 않을까?’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컴퍼니가 제안한 장소로 향하면서 민혁과 서영은 내심 이런 생각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참가를 할 수 밖에 없지만, 또 해야 하지만, 마치 애들 장난처럼 한 날의 추억처럼 속아버렸으면 하는 심정... 몸은 가고 있지만, 마음 속 진실은 끊임없이 컴퍼니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었다.
- 고객님. 즐거운 여행 되셨는지요. 저희 A 고속은...
각자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새 고속버스는 평창에 도달했고, 버스터미널에 정차를 하자, 민혁과 서영은 조심스레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도심과 달리 줄기차게 매미 울음소리가 민혁과 서영의 귀를 간질거렸고, 그들 부부를 향한 태양은 미래의 험난함을 예고하듯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덥다... 정말...”
“몇 시야?”
“12시 가량... 1시간 정도 남았는데...
“택시를 타는 게 좋겠어. 길도 잘 모르고... 어제 잠 잘 자지도 못했으니...”
“물론, 덥기도 하잖아.”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민혁과 서영은 억지로라도 힘을 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천천히 택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운이 좋네?”
택시 승강장에 도착하자 서영이 말을 했고, 민혁은 의아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한 대 뿐이잖아.”
“아하...”
버스 터미널 승강장에 달랑 한 대의 택시만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버스 터미널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고, 이 모습을 보고 서영이 운이 좋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것이 운이라면... 시작이 좋다고 해야 하나?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민혁이 잽싸게 달려가 승강장에 홀로 대기 중인 택시를 잡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서영이 도착을 했고, 민혁이 열어 놓은 뒷문을 통해 택시에 탔다.
“기사님. XX 리조트 실내스포츠 체육관? 그리로 가주세요.”
“네.”
뒤따라 택시에 탄 민혁이 목적지를 택시 기사에게 말했고, 택시는 시원스레 출발하기 시작했다.
“이 한 여름에 리조트는 왜 가세요?”
택시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민혁과 서영에게 질문을 했다. 여느 택시의 기사들처럼 손님과 대화를 하기 좋아하는 기사로 생각한 민혁은 약간은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레 대답을 했다.
“그야 볼일이 있으니까요.”
“그래요? 이 한 여름에는 사람들도 없을 텐데....”
말을 흐리는 택시기사때문인지 택시 안은 갑작스레 공기가 무거워졌다.
“남편이 스키 장비를 다루는 일을 해요.”
몇 초간의 정적을 깬 건, 서영이었다. 서영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 남편에게 윙크를 했고, 민혁은 알아들었다는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래요?”
택시기사가 반문하듯이 대답을 했고, 그제야 민혁은 택시기사를 주의 있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구리 빛 피부로 보기 힘들만큼 새까만 피부를 가졌고, 재밌는 건 그보다 더 새까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택시기사는 얼핏 보면 피부색 때문에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서른 살 언저리의 사내 같았다.
“얼마나 걸리나요?”
“아? 리조트요?”
“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번에도 서영이 말을 꺼냈다.
“30분 쯤?”
“그래요.”
택시기사를 통해 30분이라는 시간은 들은 민혁과 서영은 아주 잠시나마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고민하고 갈등을 해 온 문제에 다가설 것이고, 그것은 또한 현실이었다.
“세상에 참 도둑놈들 많지요?”
“네에?”
뜬금없는 택시기사의 말에 민혁과 서영은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민혁이 대답을 했다.
“IMF 있잖아요. 그거 뒤로 우리 택시들도 먹고 살고 힘들어지고....”
“그러시겠죠.”
“뭐... 대기업이다, 뭐다 다 줄줄이 부도를 내던데... 그래도 그 윗 놈들은 다 비자금 챙겨서 해외로 도주하고... 결국에는 우리 같은 서민만 힘들어... 세상 참 엿 같다니까... 안 그래요?”
“기사님 말이 맞습니다.”
택시기사의 ‘엿 같다’라는 말이 민혁의 가슴에 꽂혔다. 정작 본인도 IMF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아니던가. 어찌 보면, 부도를 내고 도망가는 대기업 총수처럼 그 흔한 비자금 하나 못 만든 자신이 미련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최소한의 것만 했다면 가족만은 지켰을 텐데... 그러나 그 또한 부정일 뿐 이라며 이내 곧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민혁이었다.
“아... 그러니까 우리도 사납금이 있고...”
말이 터진 택시기사는 그 뒤로도 한동안 혼자서 열변을 토했고, 민혁은 주로 듣기만 하였다.원래 택시를 타는 기사와 손님이란 그런 관계였으니...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아참... 리조트 실내체육관 갔다고 했지요?”
“네.”
한참을 이야기 하던 택시기사가 다시 한 번 뜬금없이 목적지에 대해 물었고, 민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아하... 거기라면... 다 왔는데... 3분 정도만 가면 됩니다.
“그런가요?”
목적지에 다 왔다는 말에 민혁과 서영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정말 그곳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시 한 번 택시 안의 공기가 변했다. 어찌됐든, 지금껏 수다로 - 물론, 택시기사 홀로 말을 한 것이었지만 - 한결 부드러웠던 공기가 이제는 그 택시기사의 태도변화로 다시 한 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여자인 서영의 경계심은 커져만 갔다. 택시를 타는 처음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그녀였다.
“무... 무슨 말씀이죠?”
끼이익.
“아이쿠.”
민혁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택시는 급정거를 했고,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민혁과 서영은 앞좌석에 이마를 부딪쳤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요!”
통증어린 이마를 매만지면서 민혁이 따지듯이 택시기사에 소리쳤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는 두 분께서 가면을 쓰셔야겠습니다.”
민혁이 백미러를 통해 보는 택시기사는 까만 얼굴과 다른 새 햐안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 3부로 이어집니다.
“다... 당신 누구야!”
택시기사의 갑작스런 발언에 민혁은 크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에게 소리쳤다. 컴퍼니가 제안한 약속장소에 거의 도착을 했다는 말과 동시에 택시기사는 차를 급정거했고, 이제는 자신과 아내인 서영에게 가면을 써야 한다고 하고 있으니, 도통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신 정체가 뭐야!”
민혁이 또 다시 소리를 쳤지만, 백미러를 통해 본 택시기사는 여전히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말이 짧아지면 됩니까? 그러면 서로 기분이 나쁘고, 기분이 나쁘면 당신네 부부에게 좋을 건 없는데...”
택시기사의 말은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장난으로 말한 것만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영이 한 손으로 민혁을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갑작스러워서... 저희가 실수를 했어요.”
“미인답게 상냥하시군요”
택시기사의 너스레 떠는 모습에 민혁이 순간 울컥했지만, 서영이 다시 한 번 그를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혹시 컴퍼니에서 나오셨나요?”
“컴퍼니라... 하하. 뭐, 컴퍼니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닐 수도 있고...”
“그 말은...”
“뭐, 컴퍼니에서 당신네들을 안내하라는 지시는 받았습니다만...”
민혁과 달리 서영은 차분했다. 당장의 택시기사가 컴퍼니 쪽에서 어느 지위를 맡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컴퍼니라는 곳과 연결된 사람이라면 굳이 무례를 범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대화를 잘 해나가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쪽 부인께서는 나에게 뭔가를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서영의 마음을 읽고 있듯이 택시기사가 먼저 선수를 쳤다. 순간 서영은 당황했지만, 이내 곧 평정심을 찾고 택시기사에게 솔직하게 말을 했다.
“그래요. 우리는 컴퍼니가 제안한 곳에 가고 있지만, 지금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조금의 정보라도 알고 싶어요.”
“정보라...”
“아까는 미안했습니다. 우리 좀 도와주세요.”
어느새 민혁도 자세를 낮추고 서영과 더불어 택시기사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뭘 알고 싶은데?”
“기사님이 알고 있는 걸 전부 듣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건... 힘든데...”
민혁과 서영보다 한참 어린 택시기사가 어느새 말을 놓고 있었지만, 이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고 가면 훨씬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뿐, 어떻게든지 택시기사의 입을 열게 해야 했다.
“부탁해요.”
“음... 먼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무엇이요?”
“무엇이?”
택시기사의 말에 민혁과 서영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승강장에 택시가 한 대 뿐이라는 거...”
“그... 그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서영의 대답에 택시기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일단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말해주지. 짐작은 했겠지만, 컴퍼니에 초대 받은 사람은 당신 부부만이 아니야. 전국에서 수많은 부부들이 오게 되지.”
“얼마나요?”
“그건 나도 몰라. 그리고 말 끊지 마.”
“네.”
“암튼 수많은 부부가 오게 되는데, 이때 집합지, 즉 컴퍼니가 제안한 장소에 도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야. 당신들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오거나, 아니면 직접 운전을 해서 가거나... 그런데 대부분 전자야. 그건 당신들이 잘 알 거야.”
택시기사의 말은 예리했다. 컴퍼니가 제안한 장소에 가기 위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부부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민혁과 서영 부부 역시 빚을 갚기 위해 몇 대의 차량을 처분하지 않았던가.
“네... 저희는 차가 없어요.”
“하하. 그러면 결국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택시를 타는 방법 밖에 없지.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고... 난 당신들을 태우고 와서 목적지 근처에서 가면을 쓰게 한 후, 목적지에 데려다 주면 임무가 끝...”
“음음... 말씀 중에 죄송한데... 궁금한 게...”
민혁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택시기사는 손짓으로 괜찮다는 뜻을 표현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러니까 왜 당신들을 태우고 또 가면까지 씌우게 하냐고?”
“네. 컴퍼니 입장에서 저희를 데려다 줄 이유는 없잖아요.”
“설마....”
민혁의 질문에 뜻 밖에도 반응을 한 사람은 서영이었다. 택시기사는 그런 서영을 백미러를 통해 본 후, 말을 이었다.
“아까부터 봤지만, 이거 남편보다 아내가 더 똑똑하군.”
“무슨 말입니까?”
“당신 아내가 지금 생각한 것이 정답이란 말이야. 당신들 게임 초대 받은 거 아니야?”
“그... 그렇습니다.”
“게임 초대를 받았을 뿐... 아직 참여한 건 아니란 말이야. 현재까지 컴퍼니가 원하는 건 당신들 게임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게 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게임 시작도 전에 서로가 알게 되면 그건 컴퍼니로서 곤란할 것 아니야.”
“아...”
택시기사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게임 진행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게임을 참여하기도 전에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게 되면 협심하여 대비책을 세울 게 분명했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되면, 협력할까봐... 컴퍼니는 그게 부담된다는 겁니까?”
“뭐... 그것도 그거겠지만, 게임 자체가 합법은 아니잖아? 그런데 게임에 초대 받은 사람들 중 누가 참여를 할지, 안 할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당신들이 서로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이 컴퍼니로서는 위험이 줄어들겠지.”
“그렇군요.”
“그래서 대부분은 이렇게 택시로 따로 안내하고... 설령 자가 운전을 해서 도착한 사람도 도착지 500미터 전에서 검문 같은 걸 하지. 결국 들어가는 길은 하나니. 뭐,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세상에 알려지는 것도 없고...”
택시기사의 말은 놀라웠다. 게임 시작도 전에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서 이 수많은 사람들을 컴퍼니가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앞좌석 뒤편에 주머니 있지? 거기에 가면 있을 거야. 빨리 그거나 써.”
“자... 잠시.”
택시기사의 말대로 앞좌석 뒤편 주머니에 2개의 가면이 있었다. 마치 가면무도회에서 쓰는 것과 비슷했고, 그것을 민혁이 꺼내었다. 그런 민혁과 달리 서영은 가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택시기사에 더 질문을 하고 싶어 했다.
“그게... 다인가요?”
“뭘?”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을 더 바라는거야?”
“아직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어요. 최대한 알려주세요. 기사님이 아는 모든 것....”
“큰일 날 여자군. 쯧쯧.”
서영의 부탁에 택시기사는 혀를 찼다. 하지만, 서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절박함이 그녀를 더욱 더 끈질기게 만들고 있었다.
“제 생각에는 기사님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느낌이요. 아니, 여자의 육감 정도로...”
“훗. 재미있군.”
“제발요.”
“솔직히 말하지. 나야 당신들의 미래를 알 수 없어. 그리고 컴퍼니가 어떤 게임을 계획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이것도 알지 못해. 물론, 그쪽이 말한 것처럼 당신들보다 컴퍼니에 대해 아는 것은 많아.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말해준 것도 당신들에게 큰 도움을 준 거야.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런 말을 듣지도 못 했을 테니... 이건 불공평하지 않을까?”
택시기사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은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게임에 참여하였고, 별다른 내용이 없었지만 컴퍼니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민혁과 서영에게는 큰 특혜나 다름없었다.
“뭐... 내 생각에는 불공평한 것은 곧 룰에 어긋난다라는 것이지...”
“기사님은 컴퍼니 쪽 사람이 아니잖아요.”
“하하... 이것 참...”
서영의 말은 택시기사의 가슴을 찔렀다. 정확히 편을 가르자면 컴퍼니 쪽 일을 하고 있는 택시기사는 컴퍼니 편은 아니었다. 굳이 컴퍼니 쪽 대변을 할 이유도 없고,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룰에 대해 언급할 이유도 없었다.
“못 당하겠군. 뭐, 틀린 말은 아니야. 아까 말했듯이... 컴퍼니 쪽 일을 하지만... 컴퍼니 쪽 사람은 아니지. 알바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러니 말해주세요. 부탁해요.”
서영은 집요하게 택시기사에게 부탁을 했고, 옆에서 민혁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당신 같은 여자 처음이군. 좋아. 내 말이 어디까지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해주지. 물론, 다 꺼내지는 않을 거야. 나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꺼내기 싫으니까.”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동시에 민혁과 서영은 택시기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표정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감사의 인사는 너무 빠른데...”
“무슨 말씀...”
“세상에 공짜는 없어. 그리고 정확히 2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단 말이야.”
“얼마면 됩니까?”
민혁이 택시기사의 의중을 읽고 선수를 쳤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당신 남편 아무래도 바보 아니야?”
“네?”
택시기사의 질문에 서영이 얼떨결에 대답을 했고, 민혁은 자신이 한순간 바보취급을 당해서 화가 났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택시기사를 노려봤다.
“그렇게 무섭게 쳐다 볼 필요는 없어. 내 말은 당신들이 내게 줄 돈이 있으면 여기에 왔겠냐는 말이지.”
택시기사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이곳에서 온 사람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돈을 주겠다는 건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을...”
“뭐... 꼭 내 입으로 말을 해야 해? 아까부터 보니까 나이가 나보다 많겠지만... 여자가 마음에 들어... 봐줄만한 외모에... 야무지기도 하고...”
“서... 설마?”
“맞아 그 설마야. 내 자지에서 좆물 좀 빨리 빼 줘. 생각해보니 참 오래 됐네. 사실 아까부터 꼴렸거든.”
@ 4부에서 계속 됩니다.
택시기사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오자, 민혁과 서영은 아주 잠시나마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정보의 대가로 서영에게 일종의 성 상납을 하라는 말이 아니던가.
“뭐... 뭐라고?”
어이가 없어서 기가 찬 민혁은 운전석에 앉은 택시기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참... 이거 불편한 이야기 꼭 두 번 씩 해야 하나?”
“당신 말 다했어!”
민혁은 택시기사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가 성희롱을 당한 것 같아서 매우 불쾌했다. 당장이라도 택시기사의 입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싶었지만, 민혁은 꾹 참고 참았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되나?”
“이... 자식이...”
마치 택시기사를 내려 칠 듯이 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채 엉덩이를 떼기도 전에 서영의 만류로 민혁은 다시 자리에 앉을 수 밖 에 없었다.
“여보 참아야 해.”
“이... 자식이 개소리를...”
“잠시만... 기사님.”
오히려 수치심을 느끼고 피해자라고 생각되어야 할 서영은 민혁에 비해 침착했다. 물론, 서영의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무작정 화만 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택시기사는 분명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고 판단한 서영이었다.
“왜 그래?”
“약속은 지키실 것이죠.”
“여... 여보.”
서영의 발언에 크게 놀란 것은, 아니 충격을 받은 것은 민혁이었다. 서영의 말은 곧 택시기사으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아니던가.
“이건... 이건 아니야... 여보...”
민혁은 아내인 서영을 바라보며 만류했지만, 서영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마음으로 결심을 한 듯, 오히려 민혁에게 단호한 말을 남겼다.
“...우리... 각오했던 것 아니야?”
“그... 그래도...”
“벌써부터 흔들리면 안되잖아.”
서영의 말에 민혁은 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의 부부를 바라보던 택시기사는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연신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재밌어... 재밌어... 안 할 거야? 시간 가는데...”
“좋아요. 하겠어요.”
“아무리 봐도... 남편이 아내보다 못 해... 하하하.”
민혁은 택시기사의 말이 거슬렸지만,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이제 23분가량 남았네. 뭐,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약식으로 하자고... 30분이라도 더 있었으면... 나에게는 더 좋았을 텐데... 뭐, 따지고 보면 당신들은 운이 좋은 거야.”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장난이 가득한 택시기사와 그 누구보다 진지한 서영,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암담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민혁, 좁은 공간의 택시 안에서 세 사람의 태도는 매우 달랐다.
“대딸 어때?”
“대딸이 뭐죠?”
“하하하... 참 이거 정말 순수한 여자네.”
서영은 정말로 ‘대딸’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였고, 그런 서영의 모습에 택시기사는 더욱 더 즐거워졌다.
“자위행위 있잖아. 그것을 대신 해주라고... 그러면 타위행위 정도로... 정리가 되려나? 하하.”
“아... 알겠어요.”
“아참... 그 전에 잘 들어. 시간이 없으니까...”
“네.”
“시간이 없으니까 규칙을 말하지. 일단 내 좆에서 좆물을 빼주면 남은 시간만큼 컴퍼니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들을 이야기 해주지. 그러나... 아까도 말했지만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을 거야. 굳이 나에게 안 좋은 기억까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거든...”
“....”
“그리고 내가 10가지를 말해주고 싶어도... 시간 때문에 5가지 밖에 말을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야.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건...”
“....”
“내 좆에서 빨리 좆물을 빼야 한다는 거야. 만약에 좆물을 빼지 못하면... 나도 당신들에게 컴퍼니에 대해 말해 줄 의무는 없지... 어때 알았어?”
서영은 택시기사의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채 20분이 조금 넘는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10분 정도의 시간을 택시기사의 욕정을 달래는 데 쓴다고 하더라도 고작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택시기사에게 컴퍼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정말 시간이 없었다.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 아직 참여는 안 했지만... 그 사전게임정도로 생각하면 긍정적이지 않을까? 하하... 뭐 해? 시간 지나가는데... 몸이 움직여야지.”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했던 서영은 택시기사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래서 재빨리 택시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때까지 참고 또 참았던 민혁이 서영의 팔을 붙잡았다.
“시간이 없어!”
결국 이 말 한 마디에 민혁은 서영을 놓아줬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는 듯 눈을 감았다.
“손으로... 하면... 될까요?”
어느새 택시 조수석에 탄 서영이 택시기사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훗... 상관은 없어. 단지 명심해. 시간이 제한되었다는 것...”
“그러면... 손으로 할게요.”
서영은 택시기사의 욕정을 수음을 통해 풀어주려고 했다. 분명 이 상황에서는 한편으로 택시기사가 특정요구가 있지 않아서 마음이 조금은 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서영과 달리 택시기사는 혀를 몇 번 차더니 입을 열었다.
“쯧쯧. 이래서 어디 나중에 살아남겠나? 그러다가...”
“난 나가 있겠어.”
택시기사 말을 하는 가운데 참다못한 민혁이 택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 민혁을 제지한 건 택시기사였다.
“참 그쪽은 항상 말썽이군. 규칙 하나가 더 있는 걸 깜빡했네. 그쪽은 택시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아내의 모습을 보던가, 눈을 감던가 자유지만... 나가서는 안 돼. 왜 이렇게 회피하려고 하나?”
“... 젠장.”
서영이 결심한 만큼 민혁은 택시 밖으로 나가려던 행동을 멈추고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아효... 또 아까운 시간 흘러가네. 어이 여자. 잘 들어. 손으로 하든 말든 난 상관없지만... 난 말이야...”
“웁.”
택시기사는 서영을 보고 말하면서 왼손으로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발기가 되어 있던 자지가 힘껏 속옷 밖으로 튀어 나왔다. 마치 용수철처럼 탄력이 넘쳤고, 그의 자시는 얼굴과 비슷할 정도로 새까맸다.
“빨어.”
택시기사는 자시가 세상으로 나옴과 동시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서영의 뒤통수를 오른손으로 잡아당겨 자신의 자지에 얼굴을 묻게 했다. 자연스레 서영은 택시기사의 자지를 입에 머금게 되었다.
“... 씨발.”
눈을 감고 있던 민혁은 소리로 택시 안의 상황을 파악했지만, 낮은 목소리로 욕 짓거리를 할 뿐 눈을 뜨지도 않았다. 눈을 떴다가 아내 서영이 택시기사에게 능욕당하는 모습을 보면 절대 참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이 없으니... 최선을 다 해... 아... 좋아.... 아... 씨발... 잘 빠는데..”
택시기사는 격한 표현을 하며 서영의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서영은 죽을 맛이었다.
“우우웁...”
“열심히 빨아. 미친 듯이 빨면 1분 만에도 나올 수 있단 말이야.”
서영은 입으로 택시기사의 자지를 애무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 아주 순식간에 택시기사의 완력에 당한 꼴이었는데, 그의 자지가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입으로 빨게 되었다. 입에 택시기사의 자지를 넣는 순간 격한 냄새가 올라왔다. 한 여름이라 땀에 절어 있는 택시기사의 그것이었기에...
“우우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