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어느 순간 부터는 혜인이어머니의 몸이 내게 너무 가까이 닿아 있었다. 그러다가 서로의 손이 자연스럽게 스치고 말았다. 혜인이어머니의 손과 나의 손이 자연스럽게 스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몸이 살짝 부딪치며 옷깃사이로 살짝 보이는 앞가슴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안타까움과 함께 무언가 잡힐 것만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어느 순간부터는 혜인이어머니의 손을 잡고 와락 안아 보고 싶은 충동으로 바뀌었다.
연정(戀情), 이제까지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몇 번 없었다. 더구나 상대가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약간 지긋한 아줌마한테는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혜인이어머니는 내게 무조건 잘해 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자연스러운 접근을 피하지 않고 있다.
‘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런가… ’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쉽게 느낄 것이다. 남자가 옆에서 붙어 서 있는데, 그리고 상대가 자신과 도저히 그런 맘을 먹을 수 없는 상대라고 해도 민감한 여자는 자신의 몸에 접근해 오는 남자의 접촉을 쉽게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피해버리면 더욱 어색해질 것이 두려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슬그머니 혜인이어머니의 얼굴표정을 살폈다. 역시 그녀도 느끼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 진하지 않은 화장을 한 볼이 약간 열기로 붉게 달아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 주위도 아까보다 촉촉해져 있었다. 그런 모든 것들은 그녀가 나에게 수줍음을 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수줍음은 웨이브진 짧은 머리, 진하지 않은 얼굴 화장이랑 잘 어울려 더욱 청초하고 뽀얗게 보였다.
그녀도 이런 감정은 처음 느껴 보는 듯 너무도 애처로웠다. 그녀가 정숙한 가정주부이고 조신한 여자라면 이런 상황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우연히 젊은 남자와 은근한 몸 접촉을 하게 되자 그녀도 야릇함에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혜인이어머니는 아까부터 자기보다 어린 남자의 야릇한 시선을 가슴 가까이에서 느끼자 웬지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감정이 싫지가 않았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도 못하고 따가운 듯 눈을 몇 번 깜박거리다가 살며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가슴은 설레임으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쁘게 오르내리며 일렁거리고 있었다.
“ 저, 잠깐만요. 더 큰 그릇이 어디 있을 건데…… ”
“ ………… ”
나는 그렇게 말을 더듬으며 베란다 쪽으로 나와 버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원한 바깥바람을 쐬며 거리를 내다보았다. 그리고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하지만 빨갛게 타 들어 가는 담뱃불만큼 마음도 같이 타 들어 가고 있었다.
‘ 저 여자는 어디 까지나 혜인이의 엄마다. 그리고 난 이제 혜인이와 좋아하게 되었다. 이러면 안 된다. 참아야만 한다. 혜인이를 위해서… ’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혜인이어머니에게 다시 가지 않고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혜인이어머니와 계속 같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와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혜인이의 귀여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한참을 혜인이를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 똑똑똑… ”
“ ………… ”
“ 저기 무슨 일 있어요? ”
혜인이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갑자기 말도 안하고 방으로 들어와 버리자 기분이 상한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나 보다.
“ 아니에요. ”
난 대답을 하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 그럼, 왜? ”
“ ………… ”
혜인이어머니가 더욱 걱정스런 얼굴로 가까이 오며 물었다. 그러자 다시 혜인이어머니의 다소곳한 아담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 휴…! ’
난 한숨을 들이켰다. 이런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난 혜인이어머니가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혜인이어머니는 내 앞으로 다가와서는 두 손을 모아 잡고 그냥 서 있었다.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무슨 말을 할 것만 같았으나 주저하는 듯 많이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다시 혜인이어머니를 쳐다보았다. 혜인이어머니랑 눈이 잠깐 마주쳤다. 그 때는 마치 이런 내 마음속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난 잠시나마 그런 이상한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워 죄지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고개가 숙여졌다. 혜인이어머니는 더욱 다가서더니 나에게 조금 떨어져 앉았다. 그리곤 내게 말하였다.
“ 무슨 남자가 그래요? ”
“ 네에, 무슨 말씀이세요? ”
“ 아휴… 대충 마음은 알겠는데, 정말 여자친구 안 사귀어 봤어요? ”
혜인이어머니는 이제 감정이 진정됐는지 의외로 차분하게 말했다.
“ 네, 죄송해요. 동생이랑 살면서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동생 지은이가 전부였거든요. ”
“ 진짜 여자친구도 못 사귀어 봤나 보다. 그런 것 같더라니… 그렇게 여자 앞에서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야 어디… 나중에 혜인이랑 그런다면 그 때도 이렇게… ”
“ ………… ”
“ 나중에 혜인이와도 사귀면서도 손도 못 잡아 보고 쩔쩔 맬까 봐 걱정 되네요. 우린 혜인이 조금 당찬 아인데… 그리고 요즘 여자 얘들도 자기감정은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무슨 남자가 그렇게 용기가 없어서 어디… 그렇다고 도망치듯 방에 들어가 버려요. ”
“ ………… ”
“ ………… ”
혜인이어머니는 말은 그렇게 하고서도 어색하고 민망했던지 그 뒤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도 그렇고 두 사람 다 무슨 말을 하기가 두려웠다. 말을 먼저 꺼내면 다음에 올 사태를 책임져야만 할 것 같았다. 말없이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내가 용기가 없어서 그런가? 혜인이 때문이지…… ’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혜인이어머니가 갑자기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왼손으로 무릎 위에 놓인 나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난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고개를 들며 쳐다보자 혜인이어머니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어쩌면 나보다 훨씬 연상인데 내가 느끼는 이런 충동같은 건 별로 대수롭지도 않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연상의 여자로서 포근하게 얼마든지 이해해 줄 것도 같았다.
“ 진우씨… ”
갑자기 그녀가 나를 진우씨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붉게 물든 두 볼이 너무도 예뻐 보였다. 그녀의 두 눈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더욱 빛나고 있었다.
“ 진우씨, 정말 순진하시다… ”
“ ………… ”
여자들은 상대 남자가 자기보다 어리고 순진하다면 조금 대담해지는가 보다. 그녀도 조금 그런지 갑자기 활기를 띠고 적극적으로 나오는 듯 했다. 그런 혜인이어머니에게서 잠시나마 짙은 연상의 냄새가 풍겼다.
“ 저기… 진우씨 잠깐만 눈 좀 감아봐요. ”
“ 네, 왜요? ”
“ 그냥 눈감아 봐요. ”
“ 네… ”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감았다. 나는 무슨 말인지 그리고 무얼 하려는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입술에 솜털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내 그 느낌은 사라졌다. 난 살며시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으며 눈을 떴다.
‘ 아아…! ’
나의 눈앞에는 혜인이어머니가 두 눈을 눈을 감은 채 바짝 다가와 있었다. 아래로 내리 감은 그녀의 긴 속눈썹은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쌍꺼풀진 긴 속눈썹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입술을 살포시 내밀고 있었다. 난 그녀의 예쁜 모습에 참지를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며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러자 감고 있던 그녀의 눈이 살짝 떠졌다.
그녀는 내가 눈을 뜨고 쳐다보자 수줍게 입술을 떼고 바로 앉았다. 그래도 여자는 남자의 시선엔 부끄러운가 보다. 고개를 살며시 숙인 자태에서 너무도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도저히 남자로서는 그냥 그대로 참을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손만 뻗으면 이 여자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그녀를 안는다 해도 그녀도 아무런 거부없이 허락해 줄 것 같았다.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며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를 안으며 난 성급하게 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이내 뭉클하면서도 풍만한 느낌의 가슴이 손바닥 가득 만져졌다. 그녀는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놀랬는지 몸을 비틀며 나에게서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난 상관하지 않고 거칠어진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리고 간신히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어내고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다급하게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에 들어온 나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나에게서 몸을 빼며 조금 떨어져 앉았다.
돌아온 나의 여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