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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 가실려고요? ”
“ 네에, 이젠 가 봐 야죠. ”
“ 네에. 그러세요. 오늘 고마웠어요. ”
“ 오늘 일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요. 그냥 고마워서 그런 거니까… ”
“ 네, 알아요. ”

그녀는 거실에 놓아둔 손가방을 집어 들었고 현관 쪽으로 발을 움직였다. 현관문이 열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나가려던 그녀가 멈칫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는 그녀의 두 눈은 살포시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그녀가 다시 들어오더니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왜 그런지를 몰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나를 끌어안고서 키스를 하였다. 그녀의 혀가 나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혀를 받아들여 살며시 누르며 애무를 해주었다. 

“ 아흐흐…… ”
“ 으음…… ”

그녀도 나와 같은 느낌인가 보다. 그래서 그냥 가기가 아쉬워 다시 들어온 것 같았다. 키스를 하는 동안 다시 그녀의 몸이 서서히 흥분으로 데워지고 있었다. 나는 이번엔 어떻게 되던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혀끝으로 그녀의 입속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녀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를 않고 나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난 다시 입술을 떼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달콤한 입김을 불어넣으며 귓볼을 핥았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올 무렵이었다. 그녀가 나를 밀어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이젠 정말 가야 해요, 너무 늦었어요. ”
“ ………… ”
“ 다음에 또 올게요. ”
“ 네에, 알겠어요. 기다릴게요. ”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를 풀어 주자 그녀는 서둘러 옷을 바로 하고는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 그녀는 황급히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그녀는 돌아갔지만 내 가슴엔 아직도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는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너무도 아쉬웠다. 마음만 먹으면, 손만 뻗으면 그녀를 가질 수 있었는데 놓쳐 버린 듯 너무도 허전하였다. 그리고, 나의 몸 속에서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한가지는 위안이 되었다. 아까의 마사지가 단지 혜인이 눈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면, 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나에게 한 키스는 절대 그런 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진실로 우러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에 라는 말에 더욱 더 긴 여운이 남는 듯 했다. 

혜인이어머니를 보내고 보니 저녁 10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아직도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다. 다행이 밥솥엔 그녀가 해 놓고 간 밥이 있어서 저녁을 대충 차려 먹고 일찍 자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해 놓고 잘려고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 딩 동, 딩 동…… ”

난 초인종소리에 놀라 다시 시계를 보니 이젠 12시가 넘어있었다. 이 시간에 우리 집에 올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 하면서도 웬지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 라도 그럴 일은 있을 수 없겠지만 그녀가 다시 온다면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 난 혜인이어머니가 다시 온 게 아닌가 싶었다. 

반가운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막상 고개를 내밀며 들어선 것은 혜인이어머니가 아닌 딸 혜인이였다. 문을 열자 아파트 문 앞에 혜인이가 수줍은 듯이 서 있었던 것이었다.

“ 오빠… ”
“ 혜인이구나, 이 시간에 웬일이야? ”
“ ………… ”

혜인이는 웬일이냐며 묻는 말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 일단 들어와라… 늦었는데… ”

나는 혜인이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자 혜인이는 주저하지 않고 방에까지 들어왔다. 혜인이는 방에 들어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침대 위를 두리번거리며 쳐다보더니 말했다.

“ 오빠 벌써 자요? ”
“ 아, 아니 그냥 준비만 한 거야… ”
“ 네에… ”

나는 혜인이의 말에 가볍게 대답하면서 옆으로 앉았다. 그 때 갑자기 혜인이가 나에게 몸을 돌리더니 나의 볼에 갑자기 뽀뽀를 하는 것이었다. 난 순간 당황하였으나 그것은 혜인이의 너무도 귀여운 몸짓이었다. 혜인이의 입술 느낌이 나의 빰에 남았다. 혜인이는 뽀뽀를 하고 나자 조금은 부끄러웠던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에게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쉽게 말을 하지 못하고 많이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진 두 손만 만지작거렸다. 난 더 이상 묻지 않고 혜인이 스스로 말하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 너어, 오늘 공부 열심히 했어? ” 
“ ………… ”
“ ………… ”

그러자 한참 후 혜인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네에, 그런데 오빠… 저어… ”
“ 응, 뭔데? ”
“ 오빠가 전에 그랬잖아요. 보고 싶다거나 여기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
“ 잠도 안 오고 해서 오빠 보려고 왔어요. ”
“ 으응, 잘했어. ”
“ ………… ” 

“ 오빠…… ”
“ 응, 뭔데 말해봐? ”
“ 오빠랑 그러고 난 뒤부터 자꾸만…… ” 
“ 자꾸만…? ”
“ 공부도 안되고 하루종일 오빠생각만 나서 미칠 것만 같아요. ”
“ 응, 그랬어? ”
“ 잘려고 침대에 누우면 더욱 오빠생각이 나고 그래서 잠이 하나도 안 와요. ”
“ ………… ”
“ ………… ”

그 때 혜인이는 더욱 얼굴을 붉히며 말을 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부끄러운 말을 하려는 듯 하였다. 혜인이 나이의 어린 여자애들은 뭐든지 부끄럽기 여기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나에게 쉽게 말을 못하는 걸로 봐서는 나와 관계된 일이라 생각되었다. 난 혜인이가 날 생각하며 뭔 짓이라도 했다고 생각되었다. 자위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되었다. 내가 한창 성에 예민한 나이인 혜인이를 너무 자극해서 그런가 보다. 

“ 오빠…… ”
“ 응? ”
“ ………… ”
“ 음, 그래서 너어 혹시, 나 생각하며 자위… 했니? ”
“ 아잉, 몰라 오빠 나 그런 말 싫어… ”
“ 했어? ”
“ 네. ”
“ 그래서 나랑 같이 있고 싶니? ”
“ 네에…… ”

혜인이는 들릴 듯 말듯하게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사랑하는 남녀가 같이 있고 싶고, 보고 싶고 그런 건 당연한 것인데도 어린 혜인이는 그런 걸 말로 표현하기가 부끄러웠던 것 같았다. 그런 말을 이런 식으로 부끄럽게 표현하는 혜인이가 너무도 귀엽고 예쁘게 보였다. 

“ 오빠 그래도… ”
“ 혜인아, 이젠 니 맘 다 알겠다. ”
“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
“ 혜인아 괜찮아. 그런 건 절대 부끄러워 하지마. 니 또래 남자나 여자애들에겐 다 그런 거야. 같이 있고 싶고, 보고 싶고… ”
“ 네에…… ”
“ 응, 그런데 너 엄마한테는 여기 온다고 말하고 온 거지? ”
“ 아, 아뇨. 엄만 아직도 제가 방에서 자는 줄 아실 거예요. ”

혜인이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게 재밌다는 뜻이 웃었다. 자다가 부모님 몰래 빠져 나와 날 찾아온 것이 스릴있어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 애가 정말… 갑자기 없어진 줄 알면 걱정하시겠다. ”
“ 괜찮아요, 뭐어… 내가 어린 앤가… ”

혜인이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살며시 나에게로 몸을 붙여 왔다. 나도 그런 혜인이가 싫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표현하는 혜인이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혜인이에게로 더욱 몸을 붙이며 바짝 붙어 앉았다. 그리고 혜인이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이미 혜인이는 나에게 찾아올 때부터 어느 정도 까지를 예상하고 왔을 것이다. 나에게 안긴 혜인이의 가슴속에서 벅차 오르는 설레임으로 두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아직도 혜인이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던 나에게 그 허전함을 어린 혜인이에게서 대신 채워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혜인이와 사랑을 한다면 계속 나를 따라다닐 것만 같은 혜인이의 눈이 떠올랐다. 저번에도 혜인이랑 이런 기회가 있었다. 그 때는 아무런 생각없이 혜인이의 눈을 쳐다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몸은 이상하리만치 순식간에 급속도로 굳어져 버렸었다. 

혜인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난 혜인이가 마치 죽은 동생, 지은이랑 껴안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과연 또 그럴 까 하는 걱정이 들어 조금 부담이 갔다. 하지만 오늘은 혜인이어머니로 인해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나의 몸은 아직도 들떠 있는 흥분상태였다. 그 때문이라도 어쩌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늘은 꼭 혜인이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 바로 옆에 앉아서 야릇한 수줍음으로 두 빰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는 혜인이는 마치 건드리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숭아 열매와 같았다. 시간이 지나 나중에 익으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터질 것이다. 하지만 혜인이는 지금, 그 열매를 꼭 터뜨려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