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우리는 거실바닥에 둘러 앉아 내가 사 온 소주를 마셨다.
혜인이는 두 잔 정도를 마셨는데 금새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그런 혜인이는 더 마시지 못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옆에 기대어 있었다.
“ 아버님은 출장을 자주 가시는 가 봐요. ”
“ 네, 구미에 공장 신축한지 얼마 안됐거든요. 그래서 항상 삐걱대요. ”
“ 네에, 출장가고 나면 많이 외로우시죠? ”
“ 그렇쵸. 뭐, 이젠 이골이 나서… ”
이상하게 그녀의 대답에 조금 여운이 남는 듯 하였다. 남편의 출장이 너무 잦고 그로 인해 남편의 따뜻한 정이 그립기도 하고 그래서 나에게 잘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었다. 혜인이어머니는 그래도 술을 좀 하는지 몰라도 얼굴에 표시 하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그녀도 술기운이 약간 도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혀가 꼬부라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 진우씨이… 우리 혜인이한테 잘… 해… ”
“ 네에, 잘 할게요. ”
“ 엄마 너무 마시는 거 아냐… 집엔 어떻게 갈거야? ”
옆에 앉은 혜인이는 자꾸만 그런 엄마가 많이 걱정되는가 보다.
“ 진우씨 난 괜찮아… 어차피 혜인이아빠가 없어서… ”
“ 엄마 진짜 집엔 안 갈거야? ”
혜인이는 어서 엄마를 보내 놓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돌아갈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 아빠도 없는데 가면 뭘 해… ”
“ 그럼,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 안 그래도 그럴 까 생각 중이었는데, 아까 그이가 가면서 혜인이 혼자선 힘들다고 며칠동안만 살림 사는 것 봐주라고 당부하고 간 것도 있고… ”
“ 그래요. 그럼 혜인이방에서 같이 주무시면 되겠네요. ”
“ 아니야, 진우씨… 그래도 우리 혜인이와의 첫날밤인데 그럴 수야 없지, 혜인이는 진우씨랑 자야지… ”
“ 전 괜찮아요. ”
“ 참, 진우씨 내일부터 출근해야 돼지? 그럼 오늘은 그만하자… 담에 또 마시면 되잖아… ”
“ 네, 그렇게 하세요. ”
그러고 보니 많이 늦어 버렸다. 일어나면서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돼 있었다.
난 먼저 그녀를 부축해서 혜인이방 침대에 눕혀 주었는데 술기운이 살짝 올라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하다가 본의 아니게 그만 젖가슴을 스치고 말았다. 오래간만에 느껴 보는 그녀의 젖가슴이었다. 난 그녀를 혜인이의 침대에 눕혔다. 그러자 그녀는 누워 팔과 다리를 쭉 뻗어 버렸다. 그녀가 내 앞에서 완전 무방비상태로 누워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눈을 살며시 감고 있었는데 약간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이 너무도 예뻤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이 예뻐서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마치 그녀의 탐스런 가슴은 나를 유혹하는 듯이 옷깃사이로 살짝 내보였다. 난 그만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가슴에 다시 손을 대고 말았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가슴을 지그시 누르면서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그러자 혜인이어머니가 정신을 차리며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이러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쉬웠지만 하는 수가 없었다. 밖에는 혜인이가 있었다.
난 다시 거실로 나와 혜인이랑 같이 먹다가 남은 술과 안주를 치웠다. 그리고 혜인이도 방으로 들여보내 주고 내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와 누워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예쁘게 누운 혜인이어머니 생각도 나고 혜인이 생각도 났다. 이미 혜인이와 첫날밤은 보냈지만 이건 우리 두 사람의 공식적인 첫날밤이었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혜인이도 잔뜩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혜인이는 지금 옆방에 있고 그렇다고 쑥스럽게 다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에 잠이 쉽게 오지를 않았다.
“ 오빠아… ”
그 때였다. 방문이 살며시 열리고 혜인이가 들어왔다. 그녀가 다시 혜인이를 내방에 들어가라고 보내 주었던 것이다. 혜인이는 푸른 색의 체크무늬의 파자마를 입고 내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혜인이가 이불을 들고 침대에 누우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 참, 엄마가 처음 오빠랑 잘 때 입으라고 사 주신 게 있는데… ”
“ 뭔데 그래? ”
난 궁금해서 물었다.
“ 잠깐만요. 가지고 올게요. ”
“ ………… ”
난 그게 무언지 너무도 궁금해 하며 혜인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하나뿐인 딸의 첫날밤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그녀의 깊은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혜인이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작은 예쁘장한 쇼핑백을 손에 들고 들어왔다.
“ 뭐야? ”
“ ………… ”
혜인이가 선뜻 대답을 못하고 그게 무언지 내 앞에서 보여 주기가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였다.
“ 오빠, 잠깐만 저쪽 좀 보고 있을래요? 옷 갈아 입게… ”
“ 응, 그래… ”
난 고개를 살며시 돌려 주었다.
잠시 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고 혜인이가 파자마를 벗고 무언가를 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난 갑자기 가슴이 설레는 것 같았다. 이윽고, 혜인이는 다 됐는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 오빠, 이제 됐어. 봐도 돼… ”
나는 혜인이의 말에 반대쪽으로 도리고 잇던 고개를 돌려 혜인이를 쳐다보았다.
“ 아니……? ”
거기에는 놀랍게도 거의 투명한 하얀 슬립을 입은 혜인이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서있었다. 내가 쳐다보자 부끄러워 하면서도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살짝 엉덩이를 뒤로 빼는 앙증스런 자태를 지어 보였다.
“ 아! 오빠, 이 옷 쬐금 부끄럽다… ”
“ ………… ”
그럴 만도 하였다. 혜인이가 입고 있는 건 위에서 흘러내릴 듯이 하늘거리는 하얀색의 슬립이었는데 너무 얇고 투명해서 노브라의 젖가슴이 훤히 다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아래의 팬티도 아슬아슬하게 다 비쳐 보였다. 거기다가 슬립의 치수도 조금 커서 가슴선이 헐렁하게 내려와 있었다. 그런 혜인이의 모습은 너무도 에로틱하고 예뻤지만 한편으로는 좀 우스운 모습이었다.
난 그녀가 혜인이에게 왜 이런 걸 사 주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자신이 입어도 너무 야해서 민망한 걸 어린 딸에게 사 주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왜 일부러 큰 걸 사셨을까, 딸의 속옷 치수는 엄마인 그녀가 너무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가 혜인이에게 이런 야한 속옷을 입혀 나에게 보내 놓고 자기는 웃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의 입에서는 함지박만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혜인이어머니가 보기엔 이게 우리의 첫날밤이었을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 장난스러운 면이 있나 보다. 우리의 첫날밤에 대한 그녀의 조금은 짓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너무 긴장하지 말고 즐겁게 보내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 하하하하… 혜인아… ”
“ 아니 왜요? 오빠… ”
“ 혜인인 너, 엄마한테 한방 먹은 것 같다… ”
“ 아니, 왜요? ”
“ 엄마가 널 놀린 거 같아. 일부러 그러신 것 같단 말야… 하하하하… ”
난 아직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자 혜인이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화가 난 듯 씩씩거렸다.
“ 아잉, 몰라… 엄마 미워. 당장 따지러 갈거야… ”
“ 가지마, 혜인아… 엄만 벌써 주무실 거야… 그리고 그건 아무래도 우리 보고 첫날밤에 네 우스운 모습을 보고 앞으로도 항상 웃으면서 깨가 쏟아지도록 행복하게 잘 살라고 일부러 그러신 것 같아… ”
“ 그래요? 정말? ”
그제야 혜인이는 화가 조금 풀렸다.
“ 응, 그래. 어쨌든 오늘밤이 우리의 첫날밤이잖아… 그런데 우리 혜인이 그런 걸 입으니 더 귀엽고 예쁜 걸… ”
“ 아잉, 몰라 오빠… ”
난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아직도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혜인이를 꽉 끌어안았다. 혜인이는 더욱 부끄럽다는 듯이 나의 가슴에 안겨서 두 손으로 애교스럽게 가슴팍을 두들겼다. 그리고 혜인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런 나의 머릿속에는 이럴 우리를 생각하며 옆방에서 묘한 웃음을 짓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숨죽이고 누워 우리들 소리를 엿듣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옆방에서 우리의 이런 모습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난 혜인이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