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
혜인이와의 일이 쉽게 풀리고 나자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다음날 회사에 누구보다도 빨리 출근했다. 이젠 직장 생활을 해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은 혜인이아버님 덕분이었다. 뒤에 든든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마음이 누구라도 들것이다. 이래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필요한가 보다. 아버지라는 말은 언제나 있어만 줘도 든든하였다.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는 아직까지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내가 마악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문이 열리며 은정이가 들어왔다. 은정이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는 인사를 했다. 나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답해 주었다. 은정이도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은정씨, 좋은 아침… 근데 어제 퇴근할 때 나한테 무슨 할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
난 은정이에게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려 물어보았다. 어제 퇴근할 때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물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은정이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미소를 지으며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난 조금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도 은정이의 표정을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해서 나도 별것 아니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난 아직도 다른 직원들이 출근을 안 했지만 일을 일찍 시작하려고 컴을 켜고 늘 하던 대로 일찍 업무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컴이 제대로 작동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 어라, 이거 왜 이래 윈도우가 부팅이 안되지… ”
“ 어머! 왜 그래요? ”
“ 컴퓨터가 안되네요. 왜 그러지… ”
“ 진우씨 제가 한번 봐줄게요. ”
“ 그래 줄래요? 이상하네요… 안될 이유가 없는데… ”
은정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 뒤에 서서 어떻게 안 되는지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 어제 강제 종료 시켰죠? ”
“ 네에… ”
은정이는 내 뒤에서 바짝 붙어 서서 내가 잡고 있던 마우스에 자신의 손을 가져왔다. 다른 손으로는 뒤에서 나를 껴안듯이 하면서 은정인 능숙한 솜씨로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때 은정이와 나의 손이 살짝 손이 스치고 말았다. 그리고 나의 등에 은정이의 가슴이 살짝 닿았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아마 은정이도 그걸 느꼈는지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던 손이 조금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 은정이의 빰이 살짝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럴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었다.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하자 은정이의 얼굴에선 은은하고 향기로운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났다.
“ 진우씨, 됐어요.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될 것 같아요. ”
그러자 컴퓨터가 자동으로 다시 재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대로 윈도우가 떴다. 난 고맙다며 은정이를 돌아보았다. 그 때 은정이의 두 빰은 야릇하게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변화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때 였다.
“ 반갑습니다. 김 진우씨… ”
다행이도 다른 직원이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우리는 재빨리 떨어졌다.
“ 어머, 일찍 나오셨네요? ”
“ 네, 안녕하세요? ”
“ 반갑습니다. ”
나도 큰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은정이에게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 고마워요, 은정씨… ”
“ ………… ”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조금 붉어진 빰에서 은정이도 나와의 은근한 접촉을 알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 은정이는 친절하게도 내가 자주 쓰는 오토 캐드 프로그램을 클릭해 실행시켜 주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난 이런 느낌을 가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옆쪽에 앉아 있는 은정이가 신경 쓰였고 자꾸만 은정이를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은정이도 유난히 나를 의식하고 있는 듯 하였다. 그러다 보니 일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저녁 때가 다 되어서도 오늘 일을 마무리 하지를 못했다. 이 과장은 먼저 퇴근을 하면서 아직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 진우씨, 퇴근 안해? ”
“ 과장님 먼저 들어가세요. 전 이거까지 마무리 해 놓고 갈게요. ”
“ 그래? 그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금 쉬었다가 천천히 해… 일이야 내일해도 되잖아… ”
“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
“ 응, 내일 봐… ”
이 과장이 퇴근을 하고 나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 아직도 뭔가 될 것도 같은 데 잡히지 않는 걸 붙잡고 씨름하고 있었다.
“ 김 은정씨 퇴근 안 해? ”
“ 네, 해야죠. 이거 정리만 하고요. ”
“ 그럼 나 먼저 간다… ”
“ 네, 먼저 가세요. ”
머리가 아파서 고개를 들고 사무실을 둘러보니 모두들 나가 버리고 은정이만 혼자 남은 것 같았다.
“ 은정씨 안 가? ”
“ 저도 할 일이 조금 남았어요. ”
“ 늦었는데… ”
“ 할 일은 하고 가야죠. 나중에 저 좀 태워다 주세요. ”
“ 응, 그러지 뭐… 그런데 난 아직 많이 남아서 많이 늦을 것 같은데… ”
“ 그래요? 괜찮아요. 저도 집에 가 봐야 할 일도 없고…… 참, 커피 한잔 뽑아다 드려요? ”
“ 네에, 고마워요. 은정씨는 이럴 때 가장 예뻐… ”
“ 호호호, 고마워요. ”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니었다. 다들 퇴근해 버리고 혼자 남아있는 나에게 친절하게 신경 써 주는데 어찌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자 은정이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뽑으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은정이는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
“ 고마워요… ”
“ 괜찮아요. 저도 마시고 싶던 참이었는데요… ”
“ 은정씨, 일하기 힘들죠? ”
“ 아니요. 요즘은 일도 그리 많지도 않은 걸요. 바빠도 좋으니깐 일만 많았으면 좋겠어요. ”
“ 차차 나아 지겠죠. ”
“ 네…… ”
그런 얘기를 나누는데 은정이가 커피를 마시면서 다리를 꼬더니 옆의 책상에 살며시 기대고 섰다. 그러자 무릎 조금 위까지 내려오는 치마 입은 은정이의 매끈하고 날씬한 다리가 더욱 돋보였다. 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자를 뒤로 조금 빼고 그녀의 다리를 살짝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은정이가 나에게, 나라는 남자에게 진짜로 관심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하게 직장동료로써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혜인이를 생각하면 다른 여자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 은정이의 다리를 봐서인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다시 일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이 과장이 퇴근하면서 하던 말이 생각났다. 무리하지 말고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된다는…
‘ 그래 무리하지 말자, 어차피 일이야 오늘 다 못하면 내일하면 된다. ’
“ 은정씨 그만 들어가자… 갑자기 일이 안되네… ”
“ 어머! 어떡해 저 때문인 것 같아요?
“ 아니, 안될 때가 있어… 그럴 땐 붙들고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
“ ………… ”
“ 참, 은정씨 집이 어디야? ”
“ 대방동이요. 아세요? ”
“ 알지, 그럼 우리 집과는 반대 방향이네… ”
“ 어떡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태워다 달라고 했나 봐요? ”
“ 괜찮아요, 은정씨 나도 바람도 쐬고 좋지 뭐… ”
“ ………… ”
난 정리를 하였고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종료하였다. 그리고 사무실 문을 잠그고 나왔다. 은정이와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오면서 그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앞장 서서 가고 그녀가 묵묵히 따라왔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차의 문을 열어 주자 조수석에 앉았다.
아직도 사무실에서 나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침의 일도 있고 서로 무슨 말이라도 하긴 해야 하는데 자존심에서 허락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야 같은 동료로써 부담없지만 밖에 나오자 어색한 분위기가 우리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자존심 문제였다. 전에 우리가 한동안 서로 연애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내 쪽에서 거의 일방적이긴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난 상처를 약간 받았고 그래서 더욱 먼저 말을 꺼내기가 두려운 것이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자존심 때문에 쉽게 말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녀도 그런 나의 심정을 잘 알기에 선뜻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가 출발하자 그녀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어 보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진우씨 지금은 동생도 없고 혼자 살겠네요? ”
“ 네에…… ”
“ 저기… 그럼 제가 놀러가도 돼죠? ”
“ ………… ”
“ 진우씨 아직도 나 싫어하죠? ”
“ 아니요. ”
“ 그럼, 왜 대답 안해요? ”
“ 그런데… 지금은 조금 그래요…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은정씨가 오기가… ”
“ ………… ”
난 은정이의 말에 대답하기가 곤란하기도 했지만 확실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리고 어차피 이 여자와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전에 차갑게만 굴던 은정이가 갑자기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라도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손해 볼게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 관계를 확실하게 해 놓는 것이 매일 같이 일하면서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정이의 집이 대방동이라면 거기 가는 중간에 공원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난 그 쪽으로 차를 몰았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 많이 돌아가는 길도 아니었다. 전에 가끔 동생 지은이와 같이 오곤 했던 곳이었다.
“ 은정씨 조금 쉬었다가 가도 돼죠? 여기 잠깐만 있다가 가죠… ”
“ 네, 좋아요. 그런데… 진우씨도 여기 알아요? ”
“ 네에, 전에 자주 왔었어요. 동생이 좋아 하던 곳이라서… ”
“ 그랬군요. ”
“ 동생이 여기를 좋아 했어요. 물고기… 비단잉어, 금붕어… 노는 걸 지켜보곤 했어요. ”
“ 네에, 그랬군요… ”
“ ………… ”
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차를 잠시 세웠다. 그리고 시트를 뒤로 조금 젖혀 놓았다. 은정이도 차창 밖을 바라보며 있었다. 길게 드리워진 빌딩의 불빛이 수면 위에 기둥을 이루며 일렁이는 물결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우리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 진우씨…… ”
“ ………… ”
그녀는 그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난 무슨 생각에 잠긴 것처럼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진우씨 지금 동생 생각하시는 가 봐요? ”
“ ………… ”
그러자 은정이가 나를 바라보며 몸을 내 쪽으로 살며시 돌렸다. 그리곤 눈을 살며시 감았다. 긴 속눈썹이 길게 내려진 은정이의 두 눈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마치 은정이의 입술은 나에게 키스를 바라는 듯이 보였다. 은정인 괜히 자기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왔고, 그래서 동생 생각까지 나게 만들어서 안타까웠던 것 같았다. 그래서 슬픔에 빠진 듯한 나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 주려는 것 같았다. 난 그녀의 유혹하는 듯한 촉촉한 빨간 입술을 보며 마음 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었다.
‘ 아! 안 된다… ’
그러나 난 눈을 감으며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가 가져다 살며시 대고 말았다. 그러자 은정이의 촉촉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았다. 그리고 은정이의 입술에 닿자마자 나의 혀가 나도 모르게 살며시 기어나왔다. 그러자 은정이가 입술을 살며시 열어 주었다. 이내 나의 혀는 조금 망설일 사이도 없이 은정이의 입속으로 빨려 들듯이 들어가고 있었다.
은정이의 입안에서 달콤한 맛이 느껴지고… 난 한참동안 눈을 감은 채 은정이의 입속에 혀를 넣고 빨아대며 키스를 하였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듯 머릿속에는 혜인이의 슬픈 얼굴이 떠 오르면서도 난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뜨고는 입술을 뗐다. 난 좀 더 하고는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아쉽게 우리는 입을 떼고는 다시 몸을 바로 했다. 그러자 나보다도 은정이가 더욱 아쉬워 하는 거 같았고 그래서 나와 이런 순간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키스보다도 더한 요구를 해도 응할 것 같았다. 은정이 그녀는 달콤한 기분과 묘한 분위기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건 절대 안 되는 일이고 내가 잘못하는 것이다. 나중에 혜인이가 알게 된다면 큰일이었고 그리고 혜인이를 사랑하면서 또 다른 여자에게 그런다는 건 내자신이 더 이상 용서치 않았던 것이었다.
“ 은정씨 미안해요… ”
“ 진우씨,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냥… ”
“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은정씨 마음을 받아 들이기가 어렵네요. 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
“ ………… ”
한동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괜찮아요. 부담가지지 말아요. 제가 그러고 시펐을 뿐이에요. ”
“ 정말 미안해요, 은정씨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
“ 이해해요, 진우씨 맘… 하지만 전 후회 안해요. ”
“ ………… ”
“ 사실 저도 진우씨 전부터 좋아했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진우씨가 회사를 그만 둬 버리고 나니… 너무 보고 싶고 허전했어요. 그리고 꼭 저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 것 같았어요. 동생이야기는 그 후에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다시 진우씨가 돌아왔고… 그리고 전…… ”
“ ………… ”
“ 동생분 사고랑 그 모든 일들이 전부 저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진우씨 마음도 몰라주고 차갑게만 대했잖아요…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까지 한걸 보면 은정이가 어쩌면 내가 보는 것보다 착하고 순수한 감성을 가진 여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니에요. 그건 그냥 사고였어요… ”
“ 알아요. 진우씨… 이제 제 마음을 표현한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사랑한다는 그 여자분에게 잘해 주세요. ”
“ ………… ”
“ 그분이 지금 진우씨에게 소중하다면… 하지만…… 전 그냥 옆에서 진우씨를 지켜보면서… 아니, 기다릴게요. 진우씨가 제 마음을 받아 줄 때까지요. ”
“ 안돼요. 그러지 말아요… ”
“ 진우씨 곁엔 그분이 항상 있겠죠? 아니, 전 진우씨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도 좋아요. 제 말은 항상 곁에 있는 여자보다 그냥 친구처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여자라도 좋아요. ”
“ 아니에요. 제발 그러지 말아요. 힘내요. 은정씨, 은정씨는 마음씨가 고우니까 반드시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
“ ………… ”
난 그녀의 말에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 너무나 일방적이지만 그런 은정이가 싫지 않았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더라면 잘될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 속에는 혜인이라는 여자 한 사람 뿐이었다. 그녀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는 없었다.